“주차 빌런 남의 일 아니다” 불안에 떠는 아파트 경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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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빌런 남의 일 아니다” 불안에 떠는 아파트 경비원들
반복되는 민원·불만에 스트레스…폭언·폭행·협박 등 번져
도로교통법 적용 안돼 경찰 개입 어려워 경비원 부담 가중
2025년 08월 13일(수) 20:30
광주시 서구 화정동 U아파트 입주자가 자신의 차량에 올려둔 협박성 메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협박 메모만 없을 뿐이지 주차 문제로 항의하는 입주민들 때문에 감정이 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참지 못하면 경비 일을 할 수 없는데 내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느냐.”

#. “이중 주차된 차량으로 자신의 차가 못 나가면 경비원에게 와 항의하고 멱살을 잡는 경우도 있다. 주차 문제 뿐이겠냐. 경비원이 심부름꾼인 줄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광주시 서구 화정동 U아파트 입주자가 정해진 주차 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에 ‘협박성 메모’를 붙여놓았다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과 관련, 광주일보가 만난 아파트 경비원들은 비일비재한 일인데 호소할 데가 없어 참고 지낸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공간 부족으로 벌어지는 이중주차·통로 막기 등 기이한 ‘주차 빌런’ 등의 문제가 경비원을 향한 폭언·폭행·협박 등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으로, 단순히 민간의 문제로 남겨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비원들은 혹시 일하는 데서 불이익을 당할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남 일이 아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주차 금지구역을 정하고 금지봉까지 세워도 일부 입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주차를 일삼는다는 게 경비원들 하소연이다.

빛고을경비원협의회 최승철 상임고문은 “아파트 내 주차 문제로 인해 경비원들이 입주민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대책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그는 “주차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면 입주민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비원을 찾아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면서 “관리사무소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경비원한테 모든 책임이 귀결돼 입주민의 불만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고문은 “반복되는 민원과 부당한 요구로 경비원들이 상당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겪고 있다”고 했다.

경찰도 소극적이다. 현행법상 아파트 내 도로는 사유지로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 주차 공간 갈등 등은 아파트 관리 규약 등 자율규정을 통해 운영되는 점을 들어 경찰의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모든 부담은 실무 최전선에 서있는 경비원들에게 떠넘겨지는 형편이다. 특히 입주민 간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서 분쟁으로 넘어간 경우도 꾸준하다.

광주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에 따르면 주차 관련 분쟁은 지난 2020년 27건, 2021년 18건, 2022년 10건, 2023년 10건, 2024년 8건 등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분쟁해결지원센터 관계자는 “드러나는 분쟁 건수는 적지만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많고 주차 공간 부족이나 규칙 미준수 등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게 주차 분쟁”이라며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 내부기구를 통해 중재하는 게 필요하지만 분쟁조정센터 등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경비원 등 관리 주체가 감정적 갈등의 직접 대상이 되는 만큼 관리사무소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주차 의식을 갖고 있는 입주자들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토록 자체 규약을 강화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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