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주민 ‘발’ 돼줬는데 대촌70 버스 노선 개편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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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주민 ‘발’ 돼줬는데 대촌70 버스 노선 개편 불편”
효천 경유 추가하며 대촌 이장동 복수~향등 마을 노선 제외
기존 노선 가는 신설 대촌171, 배차시간 너무 길어 역부족
“신도심만 배려” 주민 반발…남구 “마을버스 운행 중단 때문”
2025년 11월 10일(월) 20:35
광주시 남구 대촌동 주민들이 10일 오전 시청 앞에서 대촌70번 노선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시가 10일부터 대촌70번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자, 남구 대촌동 일대 주민들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노선 개편 이후 버스가 이장동(복수~향등) 지역을 들르지 않고 효천 지구 일대(임암입구~입암)로 운행하면서 미운행 구간에 놓인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이동수단이 사라져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나마 노선 개편으로 투입된 버스는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버스 한 대를 놓치면 주민들은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주민들은 70여 년간 지역 교통수단으로 이용해온 70번 노선버스가 시민 의견 수렴 없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점을 놓고 ‘이게 탁상행정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선 변경 첫날인 10일부터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롯데백화점에서 출발하는 대촌70번 버스를 타고 시민들 목소리를 들어봤다.

기존엔 인성고-송암동을 지나 향등으로 향했던 버스는 이날부터 행암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효천1지구로 향했다. 평소대로 대촌 70번을 타고 양과동의 ‘향등’ 정류장으로 가려고 했던 한 승객은 “원래 여기로 안 가는데, 이상하다”고 창문을 들여다본 뒤 급하게 버스에서 내리기도 했다.

대촌70번을 타고 있던 이총수(여·84)씨는 “대촌동 사람들도 버스를 타야 장도 보고 아플 때 동네 의원이라도 가는데 노선을 이렇게 바꾸면 발이 묶여버리지 않느냐”며 “버스가 큰 길만 가면 시골 사람들은 아무데도 아무데도 못 간다”고 호소했다.

김연숙(여·70)씨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목적지인 복수마을에서 내리지 못하고, 목적지에서 12분 떨어져 있는 포충사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다.

김씨는 “신도심 쪽만 배려하고 이쪽 동네는 완전히 소외됐다. 이장1동, 2동 사람들은 어떻게 가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양과동, 이장동에서 물건을 만들어 시내에 가서 파는 할머니들도 많은데, 그들이 시내로 나가는 길을 거의 없애버렸으니 난감한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남구 이장동의 복수 정류장에 앉아있던 고제원(90)씨는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쌀쌀한 날씨에도 버스를 40분 넘게 기다리다가, 뒤늦게 70번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씨는 “버스가 언제오나 하고 있었다. 자가용도 없고 오토바이는 나이드니까 무서워서 3년전부터 버스를 타고 있는데, 더 불편해진 것 같다”며 “동네에 사람이 많이 없다 보니 버스가 잘 안 와도 안 다닌다고 말도 못 한다. 시내를 조금 덜 가고 한 번 나갈 때 일을 몰아서 처리하고 와야겠다”고 말했다.

이장동 주민들은 광주 시내로 나가기 위해 배차간격 20~35분 수준의 대촌70번을 이용해왔지만, 이날부터는 대촌 170번이나 송정99번을 탈 수밖에 없게 됐다. 대촌170의 운행간격은 45~70분, 송정99 운행간격은 250~350분에 달한다.

광주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장동 일대를 지나는 대촌171번 노선을 신설했지만, 이 노선은 배차시간이 최소 140분에서 최대 215분까지 걸려 주민 불편을 막기엔 역부족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대촌동 주민자치회 회원 30여명은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70번 버스 노선을 원상복구하고, 갑작스러운 운행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송운근 대촌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버스 하나 타려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말도 안 되는 행정을 벌이고 있다. 지역성과 교통약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처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내버스 노선 조정은 명령이 아니라 주민 의견을 듣고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시와 남구는 애당초 효천지구를 지나던 마을버스 715번 노선이 경영난으로 운행 중단되면서, 효천1지구 중심부를 지나는 노선이 부족해져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마을버스 운수사의 적자폭이 커짐에 따라 운영난이 심해져서 운행 중단 의사를 밝혔고, 한 차례 대촌 부근의 노선 조정을 통해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게 해왔다”며 “당초 전면중단 하려던 운수사와의 협의를 통해 현재 버스 두 대라도 운영해 50분의 배차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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