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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 윤광준 지음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주는 생활 도구들
2023년 09월 23일(토) 15:00
언젠가 윤광준의 경기도 일산 작업실 ‘비원’을 찾았을 때 공간 이곳 저곳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다. 오디오 전문가로 알려진 그의 이력에 비춰봤을 때 오히려 소박한 오디오 기기가 눈길을 끌었고, 책상 위에 놓인 파버 카스텔 연필을 발견했을 때는 반가운 기분도 들었다.

그의 ‘물건들’에 눈길이 간 이유는 그가 ‘일상의 유용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뜻하는 ‘생활명품’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이고, 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해 왔기 때문이다.

윤광준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잘 찍은사진 한장’ 등을 쓴 사진작가이자, ‘소리의 황홀’을 쓴 오디오 전문가이자, ‘심미안 수업’을 쓴 예술 애호가이자, ‘생활명품’ 창시자다.

‘윤광준의 생활명품산책’(2002), ‘윤광준의 생활명품’(2008), ‘윤광준의 新생활명품’(2017)에 이어 나온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에 대해 출판사는 ‘윤광준의 생활명품’ 시리즈 궁극의 에디션으로 명명했다.

책은 바리캉부터 깔창까지, 화분부터 피아노까지 몸과 생활공간을 풍요롭고 디테일하게 가꿔 주는 아름답고 쓸모 있는 일상의 물건 101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생활명품이란 무조건 비싼 제품보다는 유용한 쓰임새와 완성도 높은 만듦새를 자랑하는 물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 일상생활에서 오래 쓰일 수 있는 물건,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채워 주는 물건들을 가리킨다.

그가 20년 넘게 시장과 전문 매장, 백화점과 수입사를 비롯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생활명품’을 찾는 건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더불어 “나의 취향으로 찾아낸 물건이 기대 이상의 효용성과 가치로 보답할 때 즐겁”기도 해 물건 찾기는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이 “단순히 물건 이야기나 상품 정보로만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보다는 선택과 취향이 드러난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해 달라”고 말한다. 그는 “일상의 시간을 풍요롭게 채우려는 태도가 라이프스타일의 바탕”이라며 “일단 만만한 것부터 돌아보라”고 강조한다.

첫번째로 등장하는 건 일상의 공간을 정원으로 바꾸자는 제안과 함께 반려식물을 위한 여러 용품을 취급하는 선데이 플래닛 47의 작은 화분이다. 또 전통의 강자인 라이터 지포와 만년필 몽블랑 등에 이어 편안한 보행을 돕는 페닥의 깔창, 메가네 후키후키의 안경닦이, 허리띠의 정석 미군용 벨트, 고성능 무선 청소기의 대명사 다이슨 V15, 스텐리의 클래식 진공 보온병 등 다채로운 물건이 소개된다.

그밖에 샘표 양조간장 701, 삼진어묵, 일광전구,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 복순도가 손막걸리, 액체 조미료 연두 등도 ‘생활명품’ 대열에 합류했다.

각각의 글에는 도구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각각의 명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삶과 사람, 인생 이야기가 함께 담겼다.

책을 읽고 나면 물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의 이런 저런 상황(경제적 여건 포함)을 계산해 내 집에 들일 물건을 떠올려보고, 더불어 ‘나만의 생활용품’도 생각해보게 된다.

<을유문화사·2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