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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풍경
2020년 09월 16일(수) 00:00
김진구 일신중 교감
설마 이렇게까지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학생과 교사가 민낯으로 얼굴 한번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1학기가 지나가고, 조금 나아지려나 했더니 2학기 개학도 학생 없이 시작했다. 1학년 학생들은 지금도 신입생 같은 느낌이 든다. 초·중등 학생이든 대학생이든 올해 신입생들은 친구 한 명 새로 사귀지 못하고 가을이 왔다.

학생들이 없는 운동장은 가장자리부터 잡초들이 스멀스멀 자라더니 풀밭처럼 되었다. 품을 사서 뽑아 내도 금방 수북하다. 축구화 스파이크 자국 대신 장맛비에 골이 생겼다. 늘어난 고양이들이 경계심 없이 교정을 오간다. 팔짱을 끼고 쳐다보고 있으면 참 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변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득바득했던 일들도 지나고 보면 이러지 않을까 싶다. 시·구청에서 만든 희망 일자리 덕분에 많은 어르신들이 학교 일손을 거들고자 오신다. 화장실 청소 시니어 클럽(6명, 3명씩 격일제), 복도 화단 깔끔이(8명, 4명씩 격일제), 학교 방역 보건 지킴이(2명), 여기에 학교 앞 교통 봉사자까지 하면 20명이 넘는다. 지금 학교 안팎의 또 다른 모습이다.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지난 1월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4월 초순까지 28일간은 휴업일이었고, 4월 9일부터 지금까지 실시한 원격 수업은 55일이었다. 학생들이 등교 수업을 한 기간은 43일이었으나 이것도 전 학년이 등교한 것은 딱 16일이었다. 미술실, 음악실을 비롯한 모든 특별실에는 붉은 사선의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있고, 식수대도 사용 금지다. 수학여행, 수련 활동, 체험 활동 등 단체 활동이 중지되었다. 학교 행사 중에서 가장 기다리는 체육 대회는 취소되었고, 2학기 학교 축제도 식어가고 있다. 원격과 등교를 반복하면서 모든 학생, 교직원은 단일 출입로를 통해 열화상 카메라에 비친 자화상을 마주하고 체온의 안심 수치를 확인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마스크를 쓴 채 숨막히는 수업을 하지만 그래도 대면 수업이 있는 날은 반갑다.

비상 연락망이나 공문을 통해 등교 중지가 내려지면 선생님들은 출근하자마자 e-학습터를 열고, 시간표대로 수업 내용이 탑재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자가 진단과 조회, 학습터 출석 등을 체크하고 전날 학습을 다하지 못했거나 연락이 없는 학생에게 카톡, 전화, 문자를 한다. 계속 소통이 안 되면 부모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를 남긴다. 휴대 전화나 모니터를 보고 있는 학년실의 모습은 콜센터 사무실 같다. 시간표에 따라 수업이 시작되면 교실로 옮겨 실시간 쌍방 수업하는 선생님, 학습 관련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선생님, 원격 학습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외부 자료를 검색하는 선생님. 걸음을 재촉하는 시작종도, 마무리 끝종 소리도 들리지 않고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선생님들은 각 실에 머문다.

점심 시간, 학생이 없는 급식실에서 교직원 점심 풍경은 사찰 공양처럼 고요하다. 마주하지 않고 일제히 한 방향으로 듬성듬성 앉는다.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갇혀 소리 없는 점심이 반복되고 있다. 오후 종례 전에 수강률이 떨어진 학생들을 확인해서 연락하고, 다음날 각 교과 학습 콘텐츠 탑재 상황을 살피면서 하루를 마감하지만 선생님의 휴대폰은 밤에도 잠들지 못한다. 원격 수업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지만 선생님에 따라, 과목별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어 가정에서는 자녀 간의 수업이 비교되고, 학부모 만남에서는 학교 간의 수업이 도마에 오른다.

지난 1학기에 지필 고사를 한 번 치렀다. 몇 교과 선생님들께 성적을 확인해 보니 지난해와 비교해 5~10점 떨어졌다고 한다. 상위권 학생의 성적은 변화가 없고 중하위권의 성적 하락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든 성적이든 건강이든 위기 상황이 오면 어려운 학생이나 가정이 더 휘청거리고 수렁에 빠진다. 졸업 앨범에 들어갈 단체 활동 사진이 없어 1·2학년 때 찍은 사진을 찾고 있다. 역병이 창궐하여 모든 학교가 문 닫기를 반복하는 이 시기를 훗날 우리 교육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인류는 한 장의 헝겊 조각을 붙인 마스크 맨으로 돌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