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부는 ‘비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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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부는 ‘비건 바람’
“환경·동물보호 가치소비” 비건 식당·카페 4년새 10 →122곳 급증
시민 참여 광주비건탐식단 ‘비건지도’ 제작…‘비건 옵션’ 주문 가능
2025년 10월 17일(금) 11:00
광주시 남구에 있는 한 채식뷔페를 찾은 시민들이 비건식을 접시에 옮겨 담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에도 ‘비건’(Vegan) 바람이 불고 있다.

‘비건 불모지’ 광주에서 시민참여로 비건지도가 제작되고 호응이 이어지면서 4년 전 10곳에 그쳤던 비건식이 가능한 식당과 카페가 122곳으로 늘었다. 환경, 동물보호를 내세운 가치소비와 식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시민단체 ‘광주비건탐식단’(대표 박해정)에 따르면 광주에서 비건식을 제공하는 음식점은 122곳(동구 39곳·서구 13곳·북구 30곳·남구 20곳·광산구 16곳)에 달한다.

탐식단은 이를 바탕으로 음식점 위치, 영업시간, 비건 메뉴 종류를 수록한 ‘광주비건지도’를 제작했다.

2023년 지도를 처음 제작한 이후 2년 만에 대폭 업데이트해야할 정도로 비건 음식점이 늘었다.

대부분 전문 비건 음식점이 아닌 요청 시 비건식으로 변경해 주는 ‘비건 옵션’ 메뉴를 판매하는 곳으로 지점별 요청 내용과 방식이 함께 안내돼 있다.

‘광주비건탐식단’은 2021년 4월부터 비건 음식점을 발굴하고 온라인 지도에 표시해 공유하는 ‘온라인 맵핑’을 해왔다.

광주비건탐식단 대표 박해정
박해정 대표는 “처음에는 비건으로 외식할 수 있는 곳이 정말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뚫어보자며 기획진 4명이 모여서 (광주비건탐식단을) 해보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냐’라는 말을 듣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이 더해지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시민 제보도 많이 들어왔다. 2023년부터는 매달 함께할 사람을 뽑았는데 그중에 자신 일처럼 해주시는 분도 생겼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지도를 제작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는 “지도는 온라인 맵핑과 달리 우연히 접할 수도 있다. 그래서 비건을 잘 모르는 사람도 보기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2년 전 배포해 보니 효과가 있었다. 음식점에 부착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사진도 찍어가고. 그래서 다시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비건은 식문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비건을 하는 이유에는 기후 위기도 있고 동물권 관점도 있고 다양한 의제가 연결돼 있다”라며 “비건이 사람들을 다양한 의제로 향하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동시에 비건탐식단도 ‘비건 식당 찾기’에 머무르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광주비건지도 표지
광주에서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하는 이기명씨는 지난해 비건탐식단 활동에 참여하며 비건의 필요성과 연대감을 느꼈다.

이씨는 “(식당을) 발굴하지 않고서는 광주에 비건하는 분들이 밥을 먹을 때가 없더라”라며 “제로웨이스트 샵도 대중화가 안 돼 있다 보니 운영하는 데 힘듦이 있다. 환경보호를 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보니까 같이 연대하면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지도에 소개된 음식점 사장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구에서 ‘곰이네김밥’을 운영하는 이순희씨는 광주일보 취재진이 ‘순두부찌개를 비건 옵션으로 주문할 수 있겠냐’고 묻자 “비건이시래”라며 능숙하게 주방에 지시를 내렸다.

이씨는 “우리는 비건 단골 손님도 있다.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어 좋다”며 웃어 보였다.

서구 ‘김밥나들이’ 대표 송창숙씨는 “채식하시는 분이 오시면 드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있다. 들어가는 게 적어서 민망하긴 하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동구 ‘제일반점’은 비건을 위한 메뉴까지 개발했다.

제일반점 대표 갈춘태씨는 “깐풍새우는 비건으로 요청하시면 따로 구매한 인공육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면서 “각자 식생활은 다 다를 수 있지 않나. (비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광주비건지도는 현재 광주극장, 광주녹색당사, 라우더댄밤즈, 물고기커피로스터스, 뭉몽만남, 복덕빵, 북구문화의집, 빵과장미, 서구청소년문화의집, 소년의서, 숲속작은도서관, 옥합교회, 운터강, 이것은서점이아니다, 엘티디커피로스터스, 정스런김밥집, 친환경자원순환센터, 한걸음가게(이하 광주), 달팽이가게(담양), 365일, 수리상점곰손, 알맹상점(이하 서울), 느티나무도서관, 레트로33(이하 용인), 나유타의부엌(부산), AND유CAFE(제주)에 비치돼 있다.

비건(vegan)

고기·우유·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개념의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동물성 소재를 쓴 의류를 입지 않거나 동물 실험을 거친 화장품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으로 확산하고 있다.

/설혜경 기자 sir@kwangju.co.kr

/안재현 인턴 기자 screamsol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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