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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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허달용 작가 브리티갤러리서 오는 9월30일까지 전시
성경 속 예언자인 예례미아 통해 오늘의 현실 비유
2025년 08월 06일(수) 17:50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구약시대 선지자 가운데 예레미아가 있다. 유대 나라의 멸망 직전 비탄의 노래를 불렀던 인물이다.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에게 함락돼 등 고난을 겪는 중에는 예언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기독교 신자들 외에도 서양사나 중동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예언자다.

성경 속 모티브를 매개로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작품으로 묘사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브리티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허달용 작가의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9월 30일까지)가 그것.

이번 전시에서는 호방하면서도 섬세한 붓질 속에 피어난 추상화의 묘미와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신작을 포함해 모두 43점이 관객을 맞는데, 각각의 작품은 깊은 사유와 인간적 고뇌, 공동체를 향한 연민 등이 오롯이 투영돼 있다.

성경 속 예레미아는 “내 눈은 눈물샘 같아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멈추지 않는다”라고 한탄했다. 허달용 작가는 예레미아의 통한의 울음에 작가적 감정 이입을 한다. 침묵, 부제, 기억 등의 키워드로 오늘의 현실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작품이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오늘 한국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구조적 침묵을 향한 경고로 읽히는 이유다.

허 작가는 “오늘의 우리의 현실을 복잡하고도 구조적인 통증으로 들어차 있다”며 “수많은 약자들의 슬픔과 고통이 들끓고 있는데 사회는 분열돼 있고 공동체는 침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혹여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슬픔을 모른 체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고 덧붙였다.

까마귀를 소재로 형상화한 작품은 가장 밀도가 높고 상징성을 담보한다. 머리를 깊이 숙인 새의 몸이 먹으로 덮여 있지만 주위에는 아무런 배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까마귀는 울지 않고 다만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이다. 까마귀는 먼 미래에 닥쳐올 고난과 역경을 암시하며 인간들의 회개와 성찰을 말없이 촉구한다.

김태희 관장은 “전시장을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톤은 미려하면서도 고요하다. 그러나 고요 속에 정밀하게 깃든 절규를 느낄 수 있다”며 “허 작가가 자유자재의 운필과 사색적 정서로 해석한 화면은 오늘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진중한 경고의 일면”이라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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