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허달용 작가 브리티갤러리서 오는 9월30일까지 전시
성경 속 예언자인 예례미아 통해 오늘의 현실 비유
성경 속 예언자인 예례미아 통해 오늘의 현실 비유
![]()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
![]()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
성경 속 모티브를 매개로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작품으로 묘사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브리티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허달용 작가의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9월 30일까지)가 그것.
성경 속 예레미아는 “내 눈은 눈물샘 같아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멈추지 않는다”라고 한탄했다. 허달용 작가는 예레미아의 통한의 울음에 작가적 감정 이입을 한다. 침묵, 부제, 기억 등의 키워드로 오늘의 현실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작품이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오늘 한국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구조적 침묵을 향한 경고로 읽히는 이유다.
그러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혹여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슬픔을 모른 체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고 덧붙였다.
까마귀를 소재로 형상화한 작품은 가장 밀도가 높고 상징성을 담보한다. 머리를 깊이 숙인 새의 몸이 먹으로 덮여 있지만 주위에는 아무런 배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까마귀는 울지 않고 다만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이다. 까마귀는 먼 미래에 닥쳐올 고난과 역경을 암시하며 인간들의 회개와 성찰을 말없이 촉구한다.
김태희 관장은 “전시장을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톤은 미려하면서도 고요하다. 그러나 고요 속에 정밀하게 깃든 절규를 느낄 수 있다”며 “허 작가가 자유자재의 운필과 사색적 정서로 해석한 화면은 오늘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진중한 경고의 일면”이라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