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이었나…시들해진 일회용컵 보증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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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이었나…시들해진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 5년 말 뿐인 친환경 정책…자율 맡겼더니 광주·전남 지자체들 외면
불황·소상공인 부담에 전국 2곳만 시범실시…환경단체 전국 확대 촉구
2025년 08월 05일(화) 20:15
/클립아트코리아
순환경제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광주·전남을 비롯한 대부분 지자체에서 “의무가 아니다”는 등 이유로 도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광주시와 전남도 22개 시군에 따르면 현재 광주·전남 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으로 구매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낸 뒤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일회용컵 사용 및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 자원 낭비 등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해법으로, 지난 2020년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법제화됐다.

시행 대상 사업장은 가맹 점포 수가 100개 이상인 커피 판매점·패스트푸드점 등 매장으로, 지난 2022년 기준 광주·전남에는 매장 2000여 곳이 대상 사업장으로 지정됐다.

법령상 개정안 공포 2년 뒤인 2022년 6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돼야 했으나, 5년이 지난 현재도 시범운영 지역인 제주, 세종을 제외하고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소상공인 부담과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전국 시행을 두 차례 유예한 끝에 지난 2023년 아예 전국 확대 시행 방침을 철회하고 지자체 자율 시행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기조는 유지하되, 각 지자체가 여건에 맞게 대상·기준·방식 등을 정해 조례나 업체들과 협약으로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환경부가 예산을 내려주지 않아서, 법적 의무가 아니라서, 소상공인들이 싫어해서 도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번거로운 보증금 환불 과정, 무인회수기 설치 금액 등 운영 부담에 업주들이 더 꺼려한다며 제도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제도를 강행했을 때 지자체의 예산 부담 뿐만 아니라 업주와 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니 아직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광주시 남구 관계자도 “제도를 정착시키려면 매장과 공공장소에 충분한 무인 회수기를 설치하고 청결 유지를 위한 관리 인력 등을 배치해야 하는데 그럴 예산이 없다”며 “소비자와 참여 업체의 불만·민원 해소를 위한 충분한 홍보와 중장년층의 이용을 돕기 위한 반환 도우미 인력 채용 등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남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화순군과 담양군 등은 2~3년여 전부터 보증금제를 시행하기 위해 지역 업체들과 논의를 추진했으나, 업체 측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해남군의 경우 보증금제와 관련해 제주도로 출장 견학까지 갔음에도, 해남군 내 제도를 적용할 만한 매장이 많지 않다는 등 이유로 시행을 보류했다.

여수시, 고흥군, 함평군, 무안군 등은 아예 제도 도입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자 전국 환경 단체들은 “정부는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일정을 법에 명시하고, 가맹점 본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며, 선도 지역에 대한 환경부의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목포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200여개 단체와 시민 1233명은 지난달 31일 ‘일회용컵 보증금제 법안 개정 촉구 제안서’를 국정기획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전달했다.

이진아 목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세종과 제주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됐고,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못한 것은 환경부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라며 “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플라스틱 저감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 5차 회의의 중간회의가 열린다. 이 시기에 맞춰 국내에서도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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