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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병자자(赴兵刺字) -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4월 30일(화) 00:00
“…돗바늘 가는 길 따라 비원과 소망의 기도 소리가 차례로 그의 몸속에 흘러들고 있었다. 우람차고 튼실한 그의 몸 자체가 장문의 절절한 기도문이자 거대한 기도의 탑이 되어가고 있었다.”

상상해보라. 어머니나 지어미가 아들 또는 남편의 몸에 문신새기는 모습을…. 그들은 ‘날이 새기 무섭게’ 전쟁터로 끌려가 살아서 다시 돌아올지 어떨지 알 수 없다. 몸에 입묵(入墨)을 하며 ‘찌르는 사람’과 ‘찔리는 사람’ 모두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꾹 눌렀을 것이다.

윤흥길(82) 작가가 최근 완결한 장편소설 ‘문신’(전 5권·문학동네)에서 순금이 남편 신춘복의 몸에 글자 ‘봄’을 새기는 대목은 비장하다. ‘봄’은 일제로부터 해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징용영장을 받고 떠났던 춘복은 광복을 맞고도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작가는 소설의 모티브인 ‘부병자자’ (赴兵刺字)풍습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전쟁에서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가는 게 최대의 소망이지만, 만일 전사할 경우 가족들이 문신을 알아보고 시신을 수습해 고향 선산에 묻어주기를 바라는 희원(希願)이 담긴, 민족 특유의 귀소본능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인 셈이다.”

소설 ‘문신’은 작가가 30여년의 시간을 들인 필생의 역작이다. 일제 말기 세상물정에 어두운 반도 남쪽 궁벽한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장대한 서사는 한국 현대사의 압축판이다. 천석꾼 최명배와 순금·부용·귀용 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가려 애쓴다.

얼마 전 전북 완주군에 자리한 작가의 창작 공간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작가는 “세상 눈치, 사람 눈치 안 보고 작가로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열심히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1968년 등단한 작가는 ‘장마’(1973년)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7년), ‘완장’(1983년) 등을 발표하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章)을 열었다. 작가는 “풍자가 남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의 칼과도 같은 것이라면 해학은 남의 콧구멍을 간질이는 깃털과도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다. 작가와 함께 문학의 바다를 항해해 보기를 권한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