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 재건
영웅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삼국지’ 속 유비와 조조, 손권은 패권을 다퉜고 제갈량과 사마의는 전술 대전을 펼쳤다. 여포와 관우, 전위는 칼날 위에서 힘을 겨뤘다. 그리고 1994년, 우리 가요계에도 숱한 유행가가 쏟아져 나왔다. 김건모, 신승훈, 마로니에, 전람회, 투투, 황규영, 미스터투, 박진영, 박미경, 조관우, 더클래식, 서태지와 아이들. 이름만 들어도 어깨가 들썩이는 가수들이 1994년 앞다퉈 노래를 발표했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길거리에서 가요 테이프를 파는 리어카를 볼 수 있었고 이들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너무 많은 가수와 가요가 쏟아져나와 종일 노래만 들어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우리 정치에서도 뛰어난 사람들의 경쟁 관계는 늘상 존재했다. 초대 대통령을 두고 이승만과 김구가 경쟁했고, 민주화 과정에서는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3김’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정치권의 경쟁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다. 3김은 ‘우리 정치사를 한층 성숙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삼은 문민정부를 열었고 김대중은 경제를 되살렸으며 민족 화합을 이끌었다. 김종필도 나름의 정치력으로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탄생에 힘을 보탰다.
반면 최근 정치권에선 ‘영웅시대’가 저물어가는 분위기다. 여야는 대통령 후보군 발굴에 애를 먹고 있다. 과거 각 정당에 대권 주자가 10여명에 달해 이를 ‘잠룡’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고 마땅한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해 상대 진영 인사를 영입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권 주자로 영입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호남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대권 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대형 정치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호남 정치력이 힘을 잃은 탓도 있지만 다선 의원들이 지역의 광역단체장 출마에만 몰두한 탓이다. 어쩌면 영웅은 태어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지역민과 함께 키워질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신인을 발굴하고 있다. 호남을 대표할 수 있는 대권 주자들의 탄생과 성장도 기대해본다.
/오광록 서울본부 부장 kroh@
호남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대권 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대형 정치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호남 정치력이 힘을 잃은 탓도 있지만 다선 의원들이 지역의 광역단체장 출마에만 몰두한 탓이다. 어쩌면 영웅은 태어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지역민과 함께 키워질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신인을 발굴하고 있다. 호남을 대표할 수 있는 대권 주자들의 탄생과 성장도 기대해본다.
/오광록 서울본부 부장 kro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