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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는 인물이 없나요?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편집국 부국장
2024년 03월 13일(수) 00:00
“우리 광주시향에 객원으로 자주 참여하신 연주자입니다.”

지난 2월 광주예술의전당 광주시향 연주 현장. 홍석원 상임지휘자가 트럼펫 연주자를 소개할 때 유독 ‘우리’라는 말이 마음에 닿았다. 아마도 며칠 전, 그가 오는 7월 부산시향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뉴스를 접해서 였을 것이다. 그의 부산행(行)을 두고 클래식 커뮤니티에서는 부산 사람과 광주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광주시향은 홍 지휘자 부임 후 ‘전국구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했다. 서울 교향악축제의 오프닝을 장식하고 통영국제음악제 초청 공연에도 참여했다. 클래식 FM에서는 광주시향과 그의 이름이 수시로 흘러나오고 광주 공연은 언제나 만석이었다. 물론 운도 따랐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 계약을 맺고 그와 베토벤의 ‘황제’를 녹음해 음반으로 남겼다.

지휘자가 커리어 관리 등을 위해 자리를 옮기는 일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하지만 해외파였던 그에게 광주시향은 첫 부임지였던데다,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과 전국적 명성 등 성과도 컸기에 계약을 지속해 광주시향을 확고한 위치에 올려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력과 운이 함께 어우러진 ‘절호의 찬스’는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이다. 뚜렷한 성과를 낸 유능한 인재를 잡기 위해서는 때론 파격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사람 키우기’ 인색한 도시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설왕설래다. 적임자가 없어 3차 공모가 진행중인데, 최근 임명된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문화와는 동 떨어져 대표이사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산하 기관장 인사에서 매번 등장하는게 내정설이다. 재단 역시 오래 전부터 특정 공무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특정인의 내정설도 흘러나왔다. 단체장이 확고한 시정 목표 구현을 위해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선거 전리품처럼 사용하는 건 자승자박이다. 지금도 공공연히 ‘선거 몫’으로 자리를 차지했으면 일을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텐데,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인물이 눈에 띈다. 능력자들의 등장을 막아버리는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는 한 지역 발전은 없다.

지난 공모 당시 후보 등록 여부와 관계 없이 A씨에 대한 반대 여론를 주도하는 그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따른 행동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결국 ‘내편 네편’ 따지는 꼴이라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광주에서 ‘평판 조회’를 통과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지 모른다.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정치권도 비슷하다. 어제까지 광주지역 민주당 공천 결과 8개 지역구 가운데 현역의원이 공천된 곳은 광산을 단 한 곳 뿐이다. 현역 의원에 대한 실망이 빚어낸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고, 신진 세력의 등장을 반길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살아 남은 의원이나 정치 신인들이 현역보다 모두 인물 경쟁력이 뛰어나고, 자력으로 공천을 따낸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시장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중에서 재선 자치단체장이 한 번에 그친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매번 기대를 갖고 뽑았던 현직 시장들이 그렇게도 시정을 잘못 운영했던 것일까. 광주 시민들의 검증 잣대가 유난히 엄격한 것일까. 시장이 바뀔 때마다 일부에서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도 나오는 걸 보면 바꾸는 게 꼭 능사만은 아닌 모양이다.

광주처럼 인물 키우기에 인색한 도시가 없다. 외지인들은 아쉬움을 안고 떠나고, 내부인들은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살아남는다. 때론 왜곡된 잣대를 들이미는 데 속수무책일 때도 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평가할 것은 평가하며 견제와 지지로 사람을 키워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

◇관행은 깨고, 선례는 만들고

부산시는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을 2026년 개관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벌써 선임했다. 반면 광주시는 임기 만료가 코앞에 닥쳐서야 예술감독 재위촉 여부를 결정한다. 출중한 성과를 냈던 홍 지휘자도 임기 만료가 임박해서야 재위촉 통지를 받았다. 광주시는 관행이라고 했다.

“관행이다. 선례가 없다.” 관에서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말이다. 불합리한 관행은 과감히 깨트려야한다. 선례는 만들면 된다. 그래야 새로운 길이 열리고, 지역 발전을 견인할 인물이 나타난다. 유례없이 5개월 전 지휘자의 이직이 결정된 광주시향이 신임 지휘자 찾기를 통해 하나의 선례를 만들어봄직하다.

얼마전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다. 지역 DJ들이 광주지하철에서 디제잉 파티를 여는 기획이었다. 코레일 열차 공연도 꿈이라고 했다. 비행기에서 선우정아 콘서트를 열었던 청주 지역 ‘에어로 케이’ 사례가 흥미로웠던 터라 신박한 기획에 박수를 쳤다. 디제잉 파티가 열리는 지하철과 K팝 거리 투어, 체험으로 프로그램을 짜도 좋지 않을까.

‘인서울’의 유혹을 물리치고 지역을 지키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을 지역 대표 선수로 키워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이 역시 관행을 깨고 선례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일 테지만 말이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