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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찾아줄게” 웃돈 요구하는 부동산중개업소들
전세사기 등 지역민 불안감 악용, 법정 기준 이상 수수료 요구 잇따라
광주·전남 부동산 거래 급감 속 급처분 위해 울며겨자먹기식 지급도
2023년 11월 20일(월) 20:35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의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전세사기 등 부동산 거래에 대한 지역민의 불안감을 악용해 법정 기준을 뛰어넘는 세입자 중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규 세입자가 급감하자 중개업자들이 전세를 내놓은 기존 세입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세입자를 찾아주겠다”는 핑계로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거래형태와 금액에 따라 중개수수료 요율 상한과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셋집을 서둘러 내놓아야 하는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적인 웃돈을 내면서까지 세입자를 모셔와야 하는 실정이다.

광주시 광산구 신가동에 거주하는 최모(30)씨는 지난 9월 초 동구 충장로에 있는 회사 인근으로 이사하기로 결심, 기존에 살던 전셋집을 내놓고 새 오피스텔을 입주 계약했으나 두 달이 넘도록 이사를 못하고 있다. 부동산에서는 ‘세입자가 없다’는 답만 반복하는 바람에 기존 전셋집을 처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인근 공인중개사 7곳을 찾아다니며 전셋집을 처분할 방법을 찾았으나, 중개사들은 “세입자를 더 적극적으로 알아봐주겠다”며 40여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요구해 왔다. 주거용 오피스텔 법정중개수수료인 28만 8000원(거래금액의 0.4%)보다 턱없이 높은 비용을 요구해 온 것이다.

최씨는 “이사를 하려면 기존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러야하는 상황인데 세입자도 없고, 중개 수수료도 턱없이 높게 부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부동산을 매매, 임대하려는 지역민들이 급감해 부동산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고,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침체까지 이어져 세입자가 귀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광주·전남에서는 ‘전세사기 공포’로 부동산 실거래 건수 자체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광주에서는 5만 9410건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지만 전세사기가 속출한 지난해는 4만 6047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도 9월 기준 광주시 부동산 거래는 3만 7797건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은 거래 건수 감소폭이 더욱 컸다. 전남에서 지난 2021년 14만 4985건의 부동산이 거래됐으나 지난해 11만 2185건, 올해는 9월까지 6만 5312건에 그쳐 2년새 부동산 거래량이 반토막 났다.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광주에서는 41건의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으며 피해액만 6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34건의 전세사기가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광주에서 10여년째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여·58)씨는 “지난해 전세사기가 급증한 직후보다 올해가 더 부동산 거래량이 줄었다. 최근 4억 상당의 매물을 2억 8000만원에 내놨는데도 세입자가 없어 몇달 째 안 나가고 있어 막막하다”며 “올해는 전체적인 세입자가 줄어 인근 부동산 뿐만 아니라 이삿짐 센터 등 관련 업체까지 2~3곳 문을 닫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일부 공인중개사에서 매물을 급처하는 지역민의 불안감을 이용해 웃돈을 요구하는 일도 암암리에 횡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권을 갖고 단속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실제로 당사자끼리 오간 대화를 알 수 없고, 웃돈이 얼마나 오갔는지도 파악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의 단속 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 차례 광주시와 2개 자치구가 합동해 부동산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623개의 중개업소를 점검해 349건을 행정조치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부동산 불법거래 행위를 근절하고 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