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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가 먹고, 살아가야 할 바다입니다” - 송기동 예향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08월 30일(수) 00:00
“우리는 괜찮아요.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받은 만큼의 바다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될게 아니에요? 그게(원전 오염수) 안전하다고 하면 일본은 자기나라에서 해결해야 돼요.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국민들의 말을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걸(원전 오염수 해상방류) 하길 원하는 국민이 없잖아요. 내 새끼가 먹는 거예요. 내 새끼가 살아가야 할 바다입니다.”

지난 28일 찾은 광주시 서구 매월동 서부농수산물 도매시장 수산물동. 한 상인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밝혔다.

수산물동내 수족관과 매대마다 제철을 맞은 전어와 꽃게를 비롯해 조개류와 생선 등 갖은 해산물들이 진열돼 있었다. 그는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때 매출 감소로 ‘엄청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여긴다. 최근 들어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며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그는 “정부가 일본에게 요구해야 할 우리의 권리도 못 찾아먹고 그냥 굽신굽신 끌려가는 입장”이라며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진짜 안전하다고 하면 밖으로 뿌릴 것이 아니라 자기나라에서 해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후손에게 청정바다 물려주고 싶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지난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했다.(일본 정부는 ‘처리수’로, 중국은 ‘핵 오염수’로 표기하고 있다.)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핵종(核種)을 기준치 이하로 걸러 30년에 걸쳐 방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선 정부와 여당의 독선적 태도가 아쉽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앞서 해양오염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우려를 자주적인 목소리로 어필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안전하다’며 일본정부의 입장을 거드는 듯한 언행을 해왔기 때문이다. 방류 당일 국무조종실 1차장은 일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방류 계획에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는 방류 찬성 또는 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를 강하게 비판하며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라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진정성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지도, 공감을 얻지도 못했다.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는 ‘무해론’(無害論)의 반복된 홍보가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산 것이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국민의힘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를 비판하는 이들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통합이 아닌 국민 갈라치기의 시각 뿐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이 일본은 자국 어민들의 해양 방류로 발생할 수 있는 ‘소문 피해’를 보상하겠다면서도 한국 등 주변국 어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오염수 불안감 해소해야

요즘 제2차 세계대전중 비밀리에 진행된 미국 핵폭탄 제조 계획 ‘맨하탄 프로젝트’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상영되고 있다. 원폭 개발후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하다 매카시 광풍에 휘말려 공산주의자로 몰리며 정치적인 박해를 겪는 이론 양자물리학자인 ‘오피’(오펜하이머 애칭)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얼마 전에는 ‘나가사키의 종(鐘)’이라는 책을 우연하게 접했다. ‘원자폭탄 피해자인 방사선 전문의가 전하는 피폭지 참상 리포트’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나가사키 의대 부속병원 의사였던 나가이 다카시(永井隆·1908~1951)가 썼다. 1945년 8월 9일, 규슈 나가사키 ‘플루토늄 원폭’ 투하때 그는 병원에서 일하다 피폭돼 중상을 입었지만 원폭 피폭자를 치료했다. 이후 폭심지(爆心地·폭발 중심지)에 ‘여기당’(如己堂·‘남을 자기처럼 사랑하라’는 의미)이라는 움막을 짓고 살면서 잔류 방사선의 영향을 조사했다. 현재의 일본은 그가 전하고자 했던 원폭 피해 실태 고발과 반전·평화 메시지를 망각한 듯 보인다.

원폭개발 영화와 나가사키 리포트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자력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다. 한편으로 원자폭탄이라는 가공할 무기가 또다른 한편으로 원자력 발전같은 문명의 이기(利器)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는 막대하다. 자칫 핵 오염된 암울한 미래를 그리는 영화속 디스토피아가 실현될 수도 있다. 결국 일본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국가의 미래 견인은 정치 지도자의 몫이다. 청정바다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수산물 유통 상인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국민들의 말을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