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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2023년- 박진현 문화·예향담당국장
2023년 01월 03일(화) 22:00
요즘 광주시립미술관에 가면 좀처럼 보기 힘든 명작을 만날 수 있다. ‘실험 영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요나스 메카스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에 출품된 세계적인 작가 고 백남준의 ‘시스틴 채플’이다. 16세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나오는 시스틴 채플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해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처럼 귀하신 ‘몸’이 광주에 오게 된 건 울산시립미술관 덕분이다. 지난해 미디어아트 미술관을 내걸고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이번 광주전에 흔쾌히 빌려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울산시의 ‘통 큰 지원’이 있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예산제가 아닌 ‘소장품 기금제’를 채택해 50억 원을 들여 백남준 작품 세 점을 구입한 것이다. 개관 이전인 2017년부터 5년간 꾸준히 적립한 140억 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년 단위의 회계연도에 따라 재원을 소진하는 여타 공립 미술관과 달리 기금제는 재원을 목돈처럼 적립해 올해 못쓰는 예산은 다음 해로 넘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부산 매력 알린 ‘달 토끼’

울산시립미술관은 후발 주자라는 핸디캡에도 퀄리티 높은 소장품으로 개관 10개월 만에 누적 관람객 18만 명을 불러들이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들 가운데 외지인의 비율이 30%를 넘어 울산에서 먹고 자는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질 경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암울한 여건 속에서 지난해 9월 부산비엔날레를 개최한 부산시는 요즘 글로벌 관광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코로나 악재’로 대회를 연기한 것과 달리 부산비엔날레 조직위는 국내외 비엔날레 중 유일하게 지난 2020년에 이어 예정대로 행사를 강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행사를 마친 부산비엔날레는 최근 영국의 권위 있는 현대미술 전문지 ‘프리즈’(Frieze)로 부터 ‘2022년도를 빛낸 세계 10대 전시’로 뽑히는 쾌거를 거뒀다. “도시의 인문적, 역사적 특색을 모두 담은 새로운 비엔날레의 모델”이라는 게 선정 이유다.

나아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선 부산은 메가 축제나 이벤트를 통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여행 홍보 영상 ‘달에서 온 이방인, 달 토끼들의 여행’이 대표적인 예다. 부산관광공사와 부산시가 공식 유튜브 채널 ‘비짓 부산’(Visit Busan)을 통해 지난해 11월 23일 첫선을 보인 부산 관광 홍보 영상 세 편과 티저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3300만 회를 돌파했다. 공개 한 달 만에 이뤄낸 진기록이다. 1분 37초 가량의 짧은 영상에는 달 토끼 듀오가 감천문화마을, 광안대교 등 주요 명소들을 누비며 ‘즐기고, 일하고, 살고 싶은 도시’의 부산을 알린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여행을 끝낸 두 마리 토끼는 달나라로 컴백하지 않고 부산에서 머물기로 하며 영상은 끝난다.



‘문화 도시 광주’를 마케팅하라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과 기대로 맞이한 올해는 광주에게 매우 특별한 해가 될 전망이다. 민선 8기 핵심 공약인 ‘영산강 Y프로젝트’에서부터 어등산 개발 프로젝트, 전남·일신방직 부지 개발 사업 등 광주의 미래를 바꿀 대역사(大役事)들이 하나둘씩 첫 삽을 뜨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문화계의 설렘은 그 어느 해보다 크다. 코로나19로 연기된 광주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리고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굵직한 기획전과 공연이 펼쳐지는 등 호화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문화 광주를 띄우는 마케팅은 미흡한 실정이다. 예술과 관광을 연계한 관광 비전은 용두사미로 전락했고, 광주관광재단의 유튜브 채널 ‘오매나TV’에는 조회수 1만 뷰를 넘는 동영상이 거의 없다. 예술 관광의 핵심 콘텐츠인 시립미술관의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작품 구입 예산 7억 원으로 56점을 구입하다 보니 광주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작품보다는 절반 이상이 아트페어에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사주는 데 그치고 있다. 게다가 개관 30주년이 지났지만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변변한 아트 상품과 굿즈는 아예 판매도 하지 않는다. 며칠 전 D-100일 맞은 광주비엔날레 역시 국내외 관람객들을 불러들이는 차별화된 프로모션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국가보다는 한 도시의 경쟁력이 우선인 시대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는 국내외 무대에서 문화 도시로서의 저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자원들은 많은 데 이들을 ‘꿰어’ 광주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으로 꽃을 피우는 전략이 미흡한 탓이다. 그런 점에서 2023년은 광주에게 기회이자 도전의 해다. 모쪼록 올해는 문화로 빛나고 관광으로 흥하는 르네상스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