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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하늘길 열어 접근성 개선…서남부권 섬관광 새 시대
목포서 92.7㎞ …인구 4000명, 70~80년대 3분의 1
불편한 교통에 숙박 시설 부족…방문객 해마다 감소
국립공원위 심의 통과 못해 공항 개발 사업 10년 표류
국립공원 구역조정서 제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심의
심의 통과땐 내년 하반기 중 착공, 2027~2028년 개항
2022년 12월 04일(일) 00:00
흑산공항이 들어설 부지를 드론으로 촬영했다. 부지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공항 개발 사업은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광주·전남이 수도권, 영남권 등 타 지역보다 발전이 더딘 것은 미흡한 SOC(사회간접자본, Social Overhead Capital) 때문이다. 정부가 대규모 국가 재정을 꾸준히 투입해 도로, 철도, 공항 등이 제대로 구축되고 그 편의성이 타 지역보다 우수해야 지역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민선 7기 전남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최근 지역 숙원이었던 다양한 SOC가 착공하거나 국가계획에 반영됐다. 광주일보는 전남의 주요 기반시설을 점검한다.



흑산도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여수 거문도와 함께 언젠가 꼭 한 번쯤 가봐야 하는 전남 섬의 핵심 아이콘이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92.7㎞ 거리에서 있어 2시간 남짓 바다를 지나야 볼 수 있는 이 섬의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170호인 홍도,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자리한 가거도, 케이블 TV 프로그램 촬영지로 명성을 얻은 만재도가 있다. 이외에도 영산도, 대둔도, 소장도, 대장도, 상·중·하태도 등 유인도 11개, 무인도 285개 등 무려 296개의 다양한 섬들이 자리해 ‘흑산도 군도’를 이루고 있다.

이들 흑산면에 속한 섬의 인구는 모두 4,000여 명으로, 바다 위 수산시장인 과거 파시(波市)로 유명했던 1970~80년대 1만2000명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비금도를 거쳐 먼 바다로 나가 울렁거림을 버텨내면 흑산도여객터미널에 들어선다. 이미자의 ‘흑산도아가씨’ 노랫가락이 울려퍼지는 터미널 앞에는 관광버스와 중형버스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여객선은 섬 손님들을 내려주고 다시 터미널을 벗어나 가거도, 만재도를 들렸다가 흑산도로 돌아와 관광객들을 싣고 목포로 향한다.

지난해 전남도와 신안군이 국립공원 대체부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환경부에 제시하면서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파란색으로 지붕색을 통일해 멋진 경관을 보이고 있는 흑산도 주거지역 전경.
흑산도의 마을은 진리(鎭里), 예리(曳里), 비리(比里), 심리(深里), 사리(沙里), 오리(梧里), 수리(水里) 등 본도와 영산도, 다물도, 홍도, 태도, 가거도, 만재도 등으로 나뉜다. 흑산도 본도의 마을 이름은 그 지리와 위치적 특징을 담고 있으며, 따라서 특산물이나 주민들의 삶 역시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진리는 면소재지이자 행정의 중심, 예리는 산줄기가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온 목이 되는 자리, 비리는 진리의 산너머 위치, 심리는 바다가 깊숙이 들어와 굽어져 있는 모습, 사리는 모래 등에서 그 이름이 비롯됐다.

영산도는 영산화가 많이 피어서, 다물도는 해산물이 많아서, 홍도는 석양의 붉은 바다가 섬 전체를 물들인다고 해서 각각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 태도는 섬과 바다가 한 데 어울려 푸르게 보이고, 가거도는 사람이 가히 살만하며, 만재도는 재물을 가득 담고 있다. 흑산도는 섬의 95%가 상록수로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해서 또는 바다와 산이 모두 검은색이라고 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특산물로는 흑산 홍어, 전복, 가리비, 우럭, 성게, 돌김 등이, 흑산도와 연관이 있는 역사적 인물로는 자산어보의 정약전, 면암 최익현, 김이수 등이 있다. 정약전과 최익현은 흑산도에 유배를 와 인연을 맺었고, 김이수는 흑산도 주민들에게 부과된 닥나무 세금의 부당함을 정조에게 직접 격쟁(임금 행차에 징이나 꽹과리를 치면서 민원을 호소하는 방법)을 통해 알려 시정한 흑산도 사람이다.

흑산도의 볼거리는 너무도 다양하다. 섬을 하나로 잇고 있는 25.4㎞의 일주도로에 대부분의 자원들이 몰려 있다. 27년이 걸려 지난 2010년 완공된 이 일주도로 덕분에 관광버스를 통한 대량 수송이 가능하게 됐다. 진리의 당산, 무심사지, 상라산(227m) 전망대, 지지대 없이 절벽을 지나는 ‘하늘도로’, 동백나무 군락, 정약전 사당(복성재), 최익현 유허비(지장암), 예리항 등이 있다. 해안일주도로를 달리면서 볼 수 있는 바다의 풍경은 덤이다. 흑산도 본도와 부속도서인 영산도, 소장도, 대둔도, 다물도, 홍도, 가거도, 만재도 등을 둘러보려면 한 달이 걸려도 다 못 본다는 것이 주민들의 자랑이다.

하지만 여객선에 올라 2시간여를 가야 하는 교통 불편과 숙박·편의시설의 절대적인 미흡으로 인해 흑산도를 찾는 방문객의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고 주민 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특히 파도가 세고 높은 외해에 자리해 선박 운항이 중단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취재팀 역시 풍랑주의보가 계속 되면서 3차례 일정을 연기해 지난 8~9일 어렵사리 흑산도에 닿을 수 있었다. 교통 불편은 시설 미흡을 낳고, 이는 다시 찾는 사람의 수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설, 프로그램 등이 거의 없고, 반복적으로 흑산도를 찾는 ‘단골 방문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존 자원의 업그레이드도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전남도는 무엇보다 흑산도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항 건설이 시급 현안이다. 흑산공항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민간투자가 뒤따르고, 흑산군도로 연계되는 교통망이 구축돼 전반적으로 전남 서남부권 섬 관광의 새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흑산도항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고 있는 승객들. 잦은 풍랑주의보로 인해 선박 운항이 중단되는 경우가 잦아 관광객과 섬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전남도의 꾸준한 요청으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1년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고시에 울릉·흑산지역 소형공항 건설 계획을 반영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전제조건인 국립공원 해제가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업이자 정부계획에 포함된 공식사업이 정부부처 산하 심의위에 막혀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난 2021년 3월 신안군이 정부에 흑산공항 예정지의 국립공원 해제, 대체 편입 지역 등을 담은 ‘국립공원 구역조정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흑산면 예리 공항 건설예정지와 인근 도초, 비금, 흑산면 일대 249만299㎡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지도읍 선도 갯벌 공유수면과 도초 비금면 일대 557만219㎡을 국립공원으로 대체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이견을 보였던 해양수산부와 환경부가 최근 이 같은 안에 합의하면서 국립공원위원회 개최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흑산공항만을 다루기 위해 국립공원위원회를 열 수가 없어 여수, 고흥, 진도 등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신규 해제 및 포함과 관련된 안건이 정리되면 심의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해수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가 협의를 마친 뒤 국무조정실의 조율을 거치면서 올 하반기에나 개최될 것으로 전남도는 전망하고 있다. 올 하반기 국립공원위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총사업비 협의를 끝내고 내년 하반기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 예산(1,833억 원)이 이미 8년 전 작성된 것으로, 현실적으로 2,0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당초 개항 시기도 2027~2028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도는 올해 국비 81억 원 등 흑산공항 예산 133억여 원을 한 푼도 못쓰고 이월했으며, 2023년 예산으로 123억 원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흑산공항은 흑산도 예리 일원 68만3,000㎡의 부지에 연장 1,200m의 활주로(폭 30m)를 갖추게 되며, 금호컨소시엄이 시공을 맡고 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