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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 동물원과 놀이동산 패밀리랜드] 코끼리떼와 어울려 ‘아아아~’ 타잔이 뛰노는 놀이동산
코끼리떼와 어울려 ‘아아아~’ 타잔이 뛰노는 놀이동산
“없는 거 빼곤 다 있다”…우치동물원 옆 놀이동산, 그 옆 눈썰매장
“동심 잃는 순간 늙고 병들어…오래오래 이들과 친구하면서 살자”
2022년 10월 27일(목) 23:00
우치동물원 옆에 자리한 패밀리 랜드는 다양한 놀이기구를 즐길수 있는 광주 대표 놀이동산이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정치인들도 양심이 있긴 한데, 선거 기간에만 그렇대. 이후로는 입을 딱 씻지. 사람도 일말의 양심을 갖곤 하는데, 사회 약자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어. 또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인간의 성정을 짐작하게 된다. 1미터도 채 안되는 목줄에 개를 묶어놓고 기르거나, 비좁은 ‘뜬장’에 가두어 살게 하는 이들. 개를 때리고 괴롭혀도 자기 주인이라며 꼬리를 치는 걸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 “사람들은 다 떠나고 없었지만 개들은 남아있었다(The dogs were there when no one else was there)” 동물보호 운동을 하는 영화배우 미크 루크가 한 말이다. 두렵고 외로운 시절 반려견이 곁에 있었던 모양.

학창시절 좋아했던 밴드 ‘동물원’. 시방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씨가 이끈, 오래된 밴드다. 그는 가수 임지훈이 부른 ‘사랑의 썰물’을 작사 작곡하면서 가요계에 처음 입문했다. 그리곤 전설이 된 ‘동물원 1집’을 발매했는데, 모조리 공전의 히트. ‘거리에서, 변해가네, 널 사랑하겠어,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가 그랬다. 김광석이 불렀던 ‘그날들’이나 ‘기다려줘’도 동물원의 노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에 노래 ‘혜화동’이 사운드 트랙으로 흐르는데, 나도 그 드라마 풍경처럼 카세트 테잎으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기억. 동물원이 있는 혜화동도 아닌데, 젊은 청춘의 시절 서울에 살면서 자주 혜화동을 찾았다. 밴드 동물원의 노랠 들으면, 동물원이 아주 가까운 뒷동산처럼 여겨지고 그랬다.

베를린 동물원역, 독일말로 줄여 초(Zoo)역 근처에 방을 구해 지냈었지. 폭격으로 지붕이 뻥 뚫린 성당의 오르간 찬송과 동물원에 사는 홍학들, 늑대의 울음은 멀리까지 들렸다. 베를린 동물원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으로 규모가 매우 컸다. 숙소로 가는 길은 동물원에 찾아가는 길이 되었다. 매일 동물원을 향해 걸음했던 기억. 그곳에서도 동물원의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들었지. 독일은 추위도 추위지만 잿빛의 삭막함이 컸고, 쌩콩하고 소락소락한 그네들 말투는 이방인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다. 맛나다던 독일 빵이나 소시지가 아니라 뜬금없이 꼬막이 까먹고 싶었다. 꼬막을 데쳐오면 둘러앉아 “그라제, 그란당케” 전라도판 독일어를 쓰면서 수다를 떨며 까먹고파. 지금도 세계를 떠돌다가 동물원을 만나면 마치 근처에 내 자그마한 숙소가 기다리는 느낌이 든다.



우치동물원의 코끼리.
◇1971년 문 연 사직동물원

우리 광주엔 우치동물원이 있다. 1971년 봄날에 사직동물원으로 개원했는데, 양림동 뒷산 사직골을 끼고 넓게 울타리를 쳤다. 이후 1992년에 지금의 우치공원으로 터를 옮겼다. 과거 흑두루미를 국내 동물원에선 단독으로 사육하는 등 국제멸종위기종을 20여종이나 가지고 있었다. 전국의 시 단위 동물원 중에 두 번째 규모를 갖추고 있으나 명성에 비해 동물 복지엔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사실이다. 콘크리트 맨바닥과 좁은 울타리가 가장 큰 문제. 코끼리도 그렇고 하마도 그래. 활동 반경이 비좁다. 또 관람객이 먹이를 줄 수 있게 하는 ‘재미’는 폐사를 불러온다. 관람객이 준 먹이 가운데 비닐을 먹고 기린이 죽는 참변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사자와 호랑이, 곰을 비좁은 구조물에 전기 철책으로 구획을 정하는데, 영역 주권에 강한 동물들은 불안과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원숭이 영장류 쪽은 사육환경이 택없이 열악하다.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기다리며 철책에 매달린 아이들은 그 단조로움과 무료함이 너무 딱하다. 지능 높은 침팬지 대원이는 이곳에서 혼자가 되어 꽤 오래 살았는데, 그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 그래도 점차 개선사업을 진행해가고 있다니 지켜볼 일이다.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박하재홍 지음’,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면_동물 복지, 생물 다양성까지 공존을 꿈꾸는 동물원/ 노정래 지음’같은 책들은 개선된 동물원을 함께 만들어가는데, 시민들의 ‘안목 높이기’에 적잖은 도움을 줄 책. 미래의 동물원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야 한다.

1992년에 이사하여 ‘우치동물원’이라 이름했지만 그전엔 사직동물원이었다. 5·18의 발원지 옛 전남도청과는 한 달음의 거리. 콩볶는 듯 총성소리가 그 언덕을 무섭게 울렸으리라. 항쟁기간 동안 동물들은 어찌 지냈을까. 우치동물원 수의사 최종욱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항쟁 당시 막내 사육사로 근무하던 이를 만나 조곤조곤 얘길 들을 수 있었단다. ‘붉은 오월, 그곳에 푸른 동물원’이란 책이 그렇게 탄생했다.

내용인즉슨, 사직동물원의 막내 사육사 최씨와 초등학생 아들 광훈이는 그해 오월 동물원을 지킨다. 100여 종 300여 마리나 되는 동물을 일일이 보살핀다. 펠리컨 부부에겐 미꾸라지를 던져주고, 침팬지 토토와 대원이는 바나나와 사과, 당근도 주고 빵과 계란을 익혀 밥상을 마련했다. 또 호랑이와 사자, 표범에겐 생닭을 잘라 주었다. 기린 ‘아린이’는 똥 치우기가 편했는데, 염소 똥처럼 둥글둥글해서 빗자루로 쓸면 그만. 캥거루는 새처럼 똥오줌을 한 구멍으로 싸는데, 새끼의 똥은 엄마가 입으로 쓱삭. 하루는 계엄군 중대장이 불순분자를 색출하겠노라 동물원에 쳐들어온다. 그는 대학에서 생물학 전공자. “혹시 두 분이 어제 일로 놀라서 동물원을 떠나버렸다면 동물들은 어떻게 되나 염려가 됐지요.” 이튿날 중대장이 비무장 상태로 다시 동물원에 찾아와 이렇게 말문을 연다.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으니까요.” 최씨와 어린 광훈의 진심을 안 중대장은 동물들을 같이 보살피기로 결심한다. 보행이 자유로운 중대장은 양동시장에서 수박이며 토마토, 감자와 달걀 등 동물들의 간식거리를 구해 온다. 양동시장 상인들은 계엄군의 방문에 처음엔 놀라지만, 연유를 알게 된 뒤론 적이 안심한다. “동물들이 굶지 않게 돼 다행이네요”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던 시장통 상인들은 사직동물원의 동물들까지도 이렇게 챙긴다.

플로렌테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러버 덕
플로렌테인 호프만( Florentijn Hofman)은 네덜란드의 조형예술가, 설치미술가. 독일 베를린의 예술 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그는 장난감을 뻥튀기하여 거대한 형상을 만들고 이를 공원이나 도로, 물길에 전시한다. “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대중이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내 작품을 통해 공공장소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보전된 자연환경 안에서 동물들과 인간이 함께 행복한 세상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 토끼, 개, 하마, 오리를 주로 형상화했는데, 특히 고무 오리 인형 ‘러버 덕’은 세계를 돌며 전시를 했다.



임의진 작 ‘놀러가는 길’
◇범퍼카·대관람차 놀이기구 천국

‘러버 덕’이 살 것만 같은 패밀리 랜드는 우치동물원의 옆구리를 차지한 놀이동산. 곁엔 눈썰매장도 있어 겨울엔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이 깔까르르 웃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놀이기구의 상징이랄 수 있는 회전목마, 바이킹과 범퍼카, 청룡열차, 대관람차 빅 아이…없는 거 빼곤 대충 있을 건 다 있어. 최근엔 벅스랜드라고 곤충박물관도 생겼지. 러버 덕의 친구 애벌레가 고개를 까닥까닥하면서 환영한다.

방탄소년단 ‘제이홉’은 우치공원 너머 일곡동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 찾았을 패밀리랜드의 기억도 있겠지. BTS의 노래 가운데 ‘My Universe 나의 우주’를 참 좋아해. 콜드 플레이와 같이 불렀던 노래. “난 널 그냥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싶어. 그리고 너, 넌 나의 우주야. 넌 세상을 밝게 만들어. 지금 이 시련도 결국엔 잠깐일 거야. 너는 언제나처럼 밝게 빛나길. 너를 따라 이 긴 밤을 수놓을 거야. 우린 천생연분이야...” 둥그런 ‘빅 아이’가 눈을 더 활짝 뜨고 밤하늘을 바라보겠지. 밤엔 하늘의 요정들이 내려와 놀이동산에서 즐기고 있는지도 몰라. 동물들의 문을 모두 열어주고 함께 뜀뛰며 노는지도. 코끼리는 점보처럼 두 귓바퀴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고, 늑대는 밤새 엄마가 살던 시베리아를 그리며 우우우 하울링. 우리 어린시절의 영웅 타잔이 대장 노릇을 하며 커다랗게 아아아~ 외치면 모두가 우치공원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따라서 아아아~. 그리곤 ‘마이 유니버스’를 합창할 것만 같아라.

인간은 동심을 잃는 순간, 폭삭 늙고 병든다. 동심이 없는 인간은 살았으나 죽은 목숨. 유머와 동심, 장난기가 없는 사람과는 잠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 광주에서 살면 늙지 않고 오래오래 젊게 살면서 타잔의 가족으로 즐거울 수 있을 듯 해. 동물들을 친구하면서, 놀이공원에도 종종 가보곤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자꾸나.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의진



시인. 화가. 사진도 찍는다. ‘참꽃 피는 마을’,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 ‘여행자의 노래 1-10’, ‘심야버스’ 등의 수필집, 시집, 음반 등을 펴냈으며 EBS 세계테마기행, 세계견문록 아틀라스 등에 종종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