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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태풍-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2년 09월 06일(화) 22:00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 전국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 역대 최악의 태풍은 전국에서 800여 명이 사망한 ‘사라’(1959년), 집중 폭우로 무려 5조 150억 원이라는 최대 재산 피해를 가져왔던 ‘루사’(2002년), 초속 60m의 최대 강풍이 몰아쳤던 ‘매미’(2003년) 등을 꼽을 수 있다. 태풍 ‘힌남노’의 위력도 이에 못지않아 국민적 근심이 컸다.

이런 가운데 민생의 근간을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의 태풍도 심각하다. 주요 농산물·공산품·외식비 등 생활 물가는 치솟고 전기·가스·택시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5%대를 기록했다.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은 31만 8045원으로 사상 처음 30만 원을 넘어섰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마저 줄여야 할 지경이라는 탄식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금리마저 고공 행진하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등 서민 가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뿌리째 흔들리는 민생 경제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역대 최대 무역 적자에, 환율이 급등하고 소비·투자·생산이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경기 불황이 본격화되지 않느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 개막과 함께 민생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치권의 현실은 암울하다. 당장 대통령과 정부, 여당 모두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정국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취임 100일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추락을 거듭하던 지지율은 6주 연속 20%대에 머물고 있다. 취임 초기 대통령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급이다. 인사·경제·외교·정국 운영 등에서 민심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 ‘불안’은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듯하다. 과감한 인적 쇄신과 함께 낮은 자세로 민심에 복무하지 않는 한 지지율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 퇴출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새로 출범한 비대위는 법적 제동에 걸려 좌초됐다. 당헌 개정을 통해 두 번째 비대위를 출범시켰으나 과연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할지는 미지수다. 대혼란의 본질은 권력 암투고 중심에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이를 제대로 수습하기에는 내부 동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관료 사회는 복지부동의 전형적 모습이다. 총리와 장관 등 난관을 헤쳐 나가려는 정부 관료들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여권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공직 사회 내부에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이라며 몸을 사리며 면피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취임 나흘 만에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으면서 정치권의 전운은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진흙탕 정쟁’에 임계점 치달아

이재명 대표는 6일 서면 진술 답변을 했다며 검찰에 불출석했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한 특검을 추진키로 했다. 또 윤 대통령을 지난 대선 기간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검찰에 고발하는 등 맞불을 놨다.

이처럼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 민생 논의가 실종되고 ‘진흙탕 정쟁’이 지속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혼란을 수습할 국면 전환이 필요하고 민주당은 친이(친 이재명) 친정 체제가 들어선 만큼 강경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추석 명절 밥상에 이재명 대표가 오르느냐, 김건희 여사가 오르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석 민심이 정국의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념·세대·지역 등 그 어떤 이슈도 먹고사는 문제보다 앞설 수 없다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다. 정치의 본질이 민생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추석 민심도 이를 비껴갈 수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본질에 충실하기보다 정쟁의 꼼수로 대응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민생 위기에 정쟁까지 겹치면서 민심은 점차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역대급 ‘태풍의 눈’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별다른 계기가 없는 한 민심의 분노가 여야 정치권의 정치적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태풍’으로 발전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제라도 여야 정치권이 제로섬 게임의 정쟁보다는 민생 해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지혜를 발휘, 상생과 미래의 활로를 찾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