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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공원, 바다, 해변 ··· 포항은 ‘스틸아트 천국’
해맞이 대표 상징물 호미곶 ‘상생의 손’
국내 유일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
문화산책로 시립미술관 야외정원은 ‘조각정원’
영일대 해수욕장에선 ‘스틸아트페스티벌’
2022년 07월 04일(월) 01:00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 산책로에는 철(鐵)의 도시를 상징하는 수십 여점의 스틸아트(steel art)작품들이 설치돼 시민들의 문화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시는 도시와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매년 조각가와 철강회사들이 참여하는 ‘스틸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으며 축제가 끝난 후에는 출품작들을 존치해 거리의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한 포항시는 매년 연말이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해맞이 인파 때문이다. 새해 첫날,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 보며 한해의 시작을 다짐하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 같다. 그중에서도 호미곶에 설치된 ‘상생의 손’은 포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포항의 해맞이 조형물로 유명한 ‘상생의 손’(조각가 김승국 작품)
특히 해맞이 광장과 바다에 서로 마주보며 서 있는 한쌍의 ‘상생의 손’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 새천년 첫 해맞이를 기념하는 상징물로 제작된 ‘상생의 손’(조각가 김승국 작품)은 육지에 왼손, 바다에는 오른손이 각각 설치돼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진작가는 물론 일반인들이 조형물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포항을 찾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예년에 비해 인적이 줄긴 했지만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동해의 푸른 바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다시 붐비고 있다.

하지만 근래 ‘상생의 손’을 제치고 포항의 랜드마크로 새롭게 떠오르는 조형물이 있다. 지난해 11월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등장한 ‘스페이스워크’(Space Walk)다. 국내 최초의 체험형 조형물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스페이스 워크’는 4095㎡ 부지에 가로 60m, 세로 57m, 높이 25m, 트랙 길이 333m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케하는 333m 곡선형 철 구조물 트랙을 따라 걸으면 환호공원과 포항제철소, 영일대해수욕장 등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감상하는 대상이 아닌, 조형물의 일부가 되어 공중에서 유영하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지난달, 스페이스워크를 둘러 보기 위해 환호공원에 주차하고 전망대로 향했다. 인근의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공원에는 평일 낮인데도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입구에서 5분쯤 걷다 보니 모던한 외관을 지닌 시립미술관이 눈에 들어왔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의 미술관 건물이 꽃과 나무로 단장된 야외 정원과 어우러져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미술관 정문 앞에는 두 개의 사각 철판과 자연적으로 깎인 바위 두 개로 구성된 세계적인 거장 이우환의 ‘관계항(Relatum)이 놓여져 있었다. ‘철강 도시’ 포항의 이미지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포스코에서 생산된 대형 철판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형 철판 한 장의 무게가 15t에 달해 이우환 작가의 최대 작품이라는 기념비적 성격도 지녔다.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 산책로에는 철(鐵)의 도시를 상징하는 수십 여점의 스틸아트(steel art)작품들이 설치돼 시민들의 문화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시는 도시와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매년 조각가와 철강회사들이 참여하는 ‘스틸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으며 축제가 끝난 후에는 출품작들을 존치해 거리의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야외정원은 거대한 조각미술관이었다. 미술관에서 전망대로 가는 길목에는 철로 만들어진 조각 작품들이 듬성 듬성 자리하고 있어 예술적인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마치 철이 음악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이웅배 작가의 ‘community’(2012년 작)를 비롯해 집을 형상화 한 작품을 통해 예술가로 살아가는 방법과 예술의 방식을 보여주는 이기칠의 ‘거주’(dwelling, 2013년), 각종 산업용 고철과 시멘트 등 폐기물을 소재로 작업하는 성동훈 작가의 ‘돈키호테’(2011년), 물질중심사회의 세태를 조롱하는 듯한 풍자적 메시지를 표현한 양태근의 ‘짜식들’(Cheeky buggers, 2007년) 등 20여 점의 작품이 시민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다.

야외정원에서 나와 전망대에 오르니 포항의 명물로 부상한 스페이스워크가 방문객을 맞는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철제 조형물 앞에는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입장객들의 행렬이 눈에 띈다. 철 구조물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울창한 숲과 환호공원,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의 포항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 오르면 일부 입장객들의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구름 속을 걷는 듯한 아찔한 기분에 불안해 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특히 바다쪽 계단을 걸을 때는 영일만 바다 위를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국내에서 찾아 보기 힘든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워크는 거대한 설치작품이기도 하다.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스타일의 ‘타이거앤드 터틀-매직 마운틴’을 본떠 만든 이 조형물은 독일 출신의 건축가 이자 설치미술가인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설계했다.

무엇보다 스페이스워크는 공공미술의 모범을 제시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포항시와 공동으로 철의 도시를 상징하는 철 조형물을 건립하기로 하고 기획단계 부터 함께 참여했으며 2019년 6월 국제공모를 통해 하이케 무터 부부를 선정했다. 두 사람은 설계에 앞서 직접 포항을 3차례나 방문해 조형물이 들어설 장소와 주변과의 경관을 고려하는 등 포항의 문화와 시민들의 특성을 반영한 8개의 디자인을 제안했다고 한다. 지금의 스페이스워크는 국내 조형·건축·미술전문가, 포항시, 포스코, 시민위원회 등이 이들 디자인 가운데 최종적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지난해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설치된 국내 유일의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space walk, 독일 설치미술가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 작품).
특히 하이케 무터 부부는 포항시의 특성을 반영해 야간에 더 빛을 발하는 콘셉트를 담아냈다. 해가 지면 어두워지는 영일만의 바다를 밝히기 위해 스페이스워크에 야간조명을 설치, 밤에도 화려한 불빛을 내뿜도록 한 것이다. 포항시와 포스코의 협업으로 세상에 나온 스페이스워크는 코로나19속에서도 개장과 동시에 3개월만에 21만 명이 다녀가는 등 단숨에 포항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 산책로에는 철(鐵)의 도시를 상징하는 수십 여점의 스틸아트(steel art)작품들이 설치돼 시민들의 문화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시는 도시와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매년 조각가와 철강회사들이 참여하는 ‘스틸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으며 축제가 끝난 후에는 출품작들을 존치해 거리의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환호공원을 빠져 나와 인근의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또 하나의 ‘길위의 미술관’이 펼쳐진다. 도심 속의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이 곳에는 포항의 대표축제인 ‘스틸아트 페스티벌’에 출품됐던 작품들이 중간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제작한 ‘철, 그 이상의 가치창조’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 철제 프레임 ‘창(窓)’을 비롯해 강철을 소재로 한 형형색색의 조형물은 말 그대로 ‘스틸아트 천국’이다. 매년 축제가 끝나면 포항문화재단은 이들 작품들이 도시의 흉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더불어 다양한 투어와 프로그램, 콘서트 등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포항=글·사진 박진현 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