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공조형물] 감천마을에서 APEC공원까지…공공미술은 진화 중
기념 조형물·커뮤니티 아트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 속 존재
나인주 작가 조형물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감천마을 아이콘으로
국제아트페스티벌·비엔날레·조각페스티벌, 시민 문화욕구 충족
나인주 작가 조형물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감천마을 아이콘으로
국제아트페스티벌·비엔날레·조각페스티벌, 시민 문화욕구 충족
![]() 부산시는 바다 미술제와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 등 공공프로젝트에 출품된 작품들을 도심의 주요 공원에 존치시켜 시민들의 문화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 APEC 공원에 자리하고 있는 데니스 오펜하임의 ‘반짝이는 초콜릿’. |
광주에서 자동차를 타고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들어서자 80년 대로 되돌아간듯한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한 파스텔톤의 지붕들과 파란색 물탱크가 기하학적인 풍광을 빚어냈다. 감천마을의 골목길은 오르기 힘들지만 골목 구석구석과 빈집을 채운 예술작품을 구경하다 보니 피곤함이 날아갔다. 물고기 형상의 안내표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문병탁의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전영진의 ‘사람 그리고 새’, 신무경의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등 숨어 있는 보물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골목길이 많은 건 마을의 태생과 관련이 깊다. 감천문화마을은 피난민들이 만들어낸 ‘달동네’다. 지난 1950년 6·25 전쟁때 피난민들이 몰려와 계단식 단층 주택을 다닥다닥 짓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초라한 달동네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신하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부터. 행정구역상 부산시 사하구 감천2동인 이곳은 한때 거주인구가 3만 명에 달했지만 일자리를 찾아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빈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온기를 잃어가던 마을에 눈길을 돌린 사람은 다름 아닌 예술가들이었다. 이들은 사하구청, 주민들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마을 곳곳에 10여 개의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미로미로 프로젝트’ 등으로 이어지는 감천문화마을 재생사업의 씨앗이 됐다.
그중에서 지난 2013년 9월 설치된 설치미술가 나인주의 조형물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는 마을의 아이콘이자 부산의 대표적인 공공조형물로 떠올랐다. 감천문화마을의 성공이후 부산은 산복도로 르네상스(2011년), 흰여울 문화마을(2011년), 깡까이예술마을(2016년) 등 도시재생과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 공공미술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부산의 공공조형물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건 ‘바다미술제’ 등 장소적 특성을 바탕으로 진행한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힘이 컸다. 지난 1987년 광활한 해변을 무대로 탄생한 바다미술제는 ‘2000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부산비엔날레의 전신)로 통합된 후 세계적인 해변 미술축제로 위상을 높였다. 특히 부산비엔날레의 3개 전시(현대미술전, 바다미술제, 부산조각프로젝트) 가운데 부산조각프로젝트는 삭막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시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했다.
부산시는 ‘바다예술제’와 부산비엔날레에 출품됐던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을 존치해 APEC공원, 을숙도 조각공원, 부산올림픽조각공원, 아시아드조각광장을 조성하는 자양분으로 삼았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야외미술관이라 할 만큼 996점(2022년 2월기준)의 공공조형물이 중앙조각공원, 올림픽 조각공원, UN조각공원, 을숙도 조각공원, 부산시립미술관 야외광장, APEC공원, 아시아드조각광장 등 8개의 조각공원에서 숨쉬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해운대구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올림픽 조각공원과 APEC공원은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요트경기를 수영만에서 개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올림픽 조각공원은 인근의 벡스코 야외광장과 인접해 있어 시민들은 물론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약 9만7000㎡ 면적의 조각공원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과 나무 사이에 듬성 듬성 설치된 조각작품들이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산책로를 따라 자리하고 있는 작품들은 부산야외조각대전에 출품됐던 국내외 작가들의 조형물로 프랑스 작가 소스너의 ‘비너스와 신전의 기둥’을 비롯해 김익성 작 ‘만’(晩), 심봉섭 작 ‘결’ 등 41점이 전시돼 있다.
해운대 센텀시티 맞은 편에 들어서 있는 APEC공원은 2005년 개최된 APEC 정상회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2006년, 2008년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 출품작 40점이 설치됐다. 박봉기·안시형·문병탁 작가의 ‘동시상영’과 김광우 작가의 ‘숨쉬는 대지’, 캐나다 작가 일란 아서 샌드러의 ‘하늘을 향한 귀’, 일본작가 고미 겐지의 ‘모노그램’, 미국 작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반짝이는 초콜릿’ 등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조형물을 감상하다 보면 일상의 피로가 저만치 날아가는 듯 하다.
센터시티에는 색다른 분위기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는 데, 바로 신세계센텀시티점 앞에 설치된 조형물 ‘미래의 선물’(이용백 작, 2015년)이다. 백화점 개관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이 작품은 1995년 1만㎡이상의 건축물을 신·증축할 경우 건축비용의 일정금액(0.7%)을 미술작품설치에 사용할 것을 의무화한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의 산물이다. 여러개의 쇼핑백을 들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형상화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물의 사회적인 행위를 단순화시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픽토그램 기법을 사용해 상업공간의 색깔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뭐니뭐니해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공공조형물의 백미는 부산시립미술관이다. 벡스코에서 도보로 10분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시립미술관의 야외조각공원과 이우환 공간에는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10여 점의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 미술관의 잔디밭에 모습을 드러낸 미국작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Black 스피컷 유니’(2007)은 158×212㎝ 사이즈의 티팟 3점과 245×188.7㎝사이즈의 냄비 3점 등 총 6점으로 구성돼 있다. 일상적인 사물을 비틀고, 변형하고, 확대해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오펜하임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개념미술과 대지미술의 이상적인 결합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부산은 도시 전역에 조성된 조각공원과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시너지를 통해 시민들의 미적 안목을 높이고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부산공공예술탐구-기념조형물에서 커뮤니티아트까지’를 펴낸 문화예술 플랜비의 이재연씨는 “부산의 공공미술은 기존 산업물류 중심의 도시에서 관광중심 도시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다양한 미술품 전시와 설치를 통해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왔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바다축제, 부산비엔날레,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벡스코 등의 빅 이벤트와 그와 관련된 공간 건립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박진현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 올림픽 조각공원의 대표작인 소스너의 비너스와 신전의 기둥 |
그중에서 지난 2013년 9월 설치된 설치미술가 나인주의 조형물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는 마을의 아이콘이자 부산의 대표적인 공공조형물로 떠올랐다. 감천문화마을의 성공이후 부산은 산복도로 르네상스(2011년), 흰여울 문화마을(2011년), 깡까이예술마을(2016년) 등 도시재생과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 공공미술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부산의 공공조형물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건 ‘바다미술제’ 등 장소적 특성을 바탕으로 진행한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힘이 컸다. 지난 1987년 광활한 해변을 무대로 탄생한 바다미술제는 ‘2000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부산비엔날레의 전신)로 통합된 후 세계적인 해변 미술축제로 위상을 높였다. 특히 부산비엔날레의 3개 전시(현대미술전, 바다미술제, 부산조각프로젝트) 가운데 부산조각프로젝트는 삭막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시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했다.
![]() 부산시는 바다 미술제와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 등 공공프로젝트에 출품된 작품들을 도심의 주요 공원에 존치시켜 시민들의 문화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 설치된 베르나르 브네의 ‘비결정적인 선’(Indeterminate Line). |
이들 가운데 해운대구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올림픽 조각공원과 APEC공원은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 요트경기를 수영만에서 개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올림픽 조각공원은 인근의 벡스코 야외광장과 인접해 있어 시민들은 물론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약 9만7000㎡ 면적의 조각공원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과 나무 사이에 듬성 듬성 설치된 조각작품들이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산책로를 따라 자리하고 있는 작품들은 부산야외조각대전에 출품됐던 국내외 작가들의 조형물로 프랑스 작가 소스너의 ‘비너스와 신전의 기둥’을 비롯해 김익성 작 ‘만’(晩), 심봉섭 작 ‘결’ 등 41점이 전시돼 있다.
해운대 센텀시티 맞은 편에 들어서 있는 APEC공원은 2005년 개최된 APEC 정상회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2006년, 2008년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 출품작 40점이 설치됐다. 박봉기·안시형·문병탁 작가의 ‘동시상영’과 김광우 작가의 ‘숨쉬는 대지’, 캐나다 작가 일란 아서 샌드러의 ‘하늘을 향한 귀’, 일본작가 고미 겐지의 ‘모노그램’, 미국 작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반짝이는 초콜릿’ 등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조형물을 감상하다 보면 일상의 피로가 저만치 날아가는 듯 하다.
센터시티에는 색다른 분위기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는 데, 바로 신세계센텀시티점 앞에 설치된 조형물 ‘미래의 선물’(이용백 작, 2015년)이다. 백화점 개관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이 작품은 1995년 1만㎡이상의 건축물을 신·증축할 경우 건축비용의 일정금액(0.7%)을 미술작품설치에 사용할 것을 의무화한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의 산물이다. 여러개의 쇼핑백을 들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형상화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물의 사회적인 행위를 단순화시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픽토그램 기법을 사용해 상업공간의 색깔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입구에 설치된 이용백의 ‘미래의 선물’. |
이처럼 부산은 도시 전역에 조성된 조각공원과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시너지를 통해 시민들의 미적 안목을 높이고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부산공공예술탐구-기념조형물에서 커뮤니티아트까지’를 펴낸 문화예술 플랜비의 이재연씨는 “부산의 공공미술은 기존 산업물류 중심의 도시에서 관광중심 도시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다양한 미술품 전시와 설치를 통해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왔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바다축제, 부산비엔날레,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벡스코 등의 빅 이벤트와 그와 관련된 공간 건립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박진현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