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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키웠나 때려서 커졌나 - 채희종 사회부장 겸 편집부국장
2022년 03월 16일(수) 06: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이었던 지난해 1월, 공무원 신분인 상태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즈음 ‘탄압하면 뜬다는데’라는 제목의 칼럼<광주일보 2021년 1월 13일자>을 쓴 적이 있다. 사회부 검찰 출입기자이던 지난 2003년 당시 윤석열(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를 가끔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의 검찰 취재 여건은 기자들이 공보 담당 검사를 제외하곤 수사 검사와의 접촉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시는 기자들이 검사를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히 출입기자들은 기사 관련 정보가 많은 검사들을 특별 관리했는데, 사건을 검사들에게 배당하는 차장검사가 가장 중요했다. 이어 형사1부장, 특수부장, 특수부 부부장 검사 등도 주요 취재원이었다. 광주지검 출입기자로서 만났던 당시 윤석열 검사는 특수부장 아래 직급인 부부장이었다. 비리 수사를 전담했던 만큼 취재차 들른 적도 있었지만 윤석열 부부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와 차담을 나눈 적도 있었다.



조국·추미애의 끝없는 견제구



기억을 더듬어 보면, 윤 부부장은 비리 사건 수사를 마치고 공식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출입기자에게 사건의 의미와 해당 사건에 수사진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검찰이 노력한 만큼 언론이 지역민에게 알려 달라는 요청도 빼놓지 않았다. 한 달에 한두 차례 만났던 출입기자로서는 사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는 윤 부부장이 일반 검사와 달리 격의 없고, 업무에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그 이후에는 만난 적이 없었고, 상당한 세월이 지나 TV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

유명인들은 상대의 탄압과 공격을 받으면 일단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시쳇말로 ‘때리면 뜬다’는 것인데, 뜨더라도 아무나 뜰 수는 없는 것이어서 탄압에 속절없이 스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지난해 1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해 들어 실시된 열 번의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두 번이나 1위에 올랐다. 선거판에 오르지도 않은 최고위 공무원이 집권당의 대선주자를 앞서며 지지율 1위에 오른 것은 정치사에 없던 이변이었다. ‘떠도 너무 뜬’ 터라 전문가들도 정확한 분석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치적 식견과 예지력이 부족한 터라 칼럼 말미에 “윤석열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의 인기가 ‘때리면 커진다’는 정치공학적 원리에 의한 한때의 거품으로 끝날지, 아니면 집권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대안으로 자리 잡게 될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라고 적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윤석열 후보의 승리, 뒤집어 말하면 이재명 후보의 패배 원인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평론과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정권교체 열망에서부터 2030 남성, 사전투표 독려, 대장동 의혹, 서울 표심, 배우자 리스크, 부동산 민심 등이 주로 거론됐다.

이 같은 정치 전문가들의 논리적이고 종합적인 분석과 달리, 보고 느낀 대로 반응하는 저잣거리 통신들은 윤석열 후보의 승리 요인을 상대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조국 사태와 추미애라는 두 단어로 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애초 조국 사태가 없었다면 윤석열 후보가 선거판에 등장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단순 논리이다. 또 조국과 추미애 전 장관이 윤 후보에게 끈질기게 견제구를 던졌지만 견제사는커녕 추가 진루만 시켰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정치를 잘 모르는 필부들의 밥상머리 논평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라도,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수차례 추미애 전 장관의 견제와 공격을 받아 넘기면서 국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온 것만큼은 사실이다.

애초 윤 후보가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지난 2020년 1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내지 못하다가, 추미애 전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추·윤’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그해 6월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뒤, 지지율이 급상승해 그해 12월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다. 이후 2021년 오르락내리락하던 지지율은 총장직 사퇴 이후 30%를 훌쩍 뛰어넘었고, 여기에 조국·추미애 전 장관의 공세가 가세하자 더욱 상승세를 탄 것으로 당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물론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은 조·추 전 장관과 밀접하게 연동된 것만은 사실이다.



정권교체로 변화 선택한 민심



반면 윤석열 후보과 그의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당선 원인은 한 가지로 집약된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이 정치 초보였던 윤 후보를 키우고, 당선시켰다는 것이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 국민의 힘은 유권자 절반 이상이 원했던 ‘정권교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에,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는 슬로건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때리면 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통령은 국민이 키우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전쟁 같았던 선거는 끝났다. 윤석열 후보는 유권자의 48.56%의 지지를 얻어 47.83%를 득표한 이재명 후보를 0.73%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성·지역·세대를 정확히 절반으로 가른 뼈 아픈 선거였다. 새 정부의 국정 화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통합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민이 키운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