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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 “다시 아름다운 시를 읽는 시대가 오길 바라며”
순천에 창작의 집 ‘정와’ 열어
민주화 열망·꿈과 함께했던 시 외면받는 요즘 안타까워
그림·음악·교육 있는 곳, 예술 사랑하는 이 누구든 환영
2021년 08월 20일(금) 01:45
‘창작의 집’ 정와를 운영하게 된 곽재구 시인은 “정와에서 시를 가르치고 작품을 창작하겠다”고 밝혔다. <곽재구 시인 제공>
“순천 시민들과 여행객들에게 우리나라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리고 싶어요. 누구나 찾아오셔서 잠시 여장을 풀고 꼭 읽었으면 하는 시, 좋은 시들을 감상하며 시의 향기, 향수에 푹 젖었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평역에서’ 저자 곽재구(67) 시인이 최근 순천 옥천동에서 창작의 집 ‘정와(靜窩)’를 열었다.

‘정와’는 맑은 움집이라는 뜻으로, 곽 시인이 27년 전 선운사에서 이태호 전남대 교수와 함께 채탁한 현판 탁본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붙였다. 정와는 본래 ‘동국진체’(東國眞體)를 완성한 원교 이광사가 전북 선운사 승방에 붙여 준 이름이다.

곽 시인은 이곳 3층에서 거주하며 시민·여행객을 직접 만나고 문학작품 전시, 창작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 뿐만 아니라 그림, 사진, 음악이 함께하는 포엠아트(시·예술) 갤러리를 조성해 오는 10월 오픈할 예정이다.

곽 시인은 사람들이 시를 많이 읽는 시대가 좋은 시대라고 짚었다. 그는 ‘시의 시대’라 불리는 지난 1980~1990년대를 예로 들었다. 농민부터 교사, 목수, 철근공 할 것 없이 모두가 시집을 펴내고, ‘노동의 새벽’(박노해), ‘접시꽃 당신’(도종환) 등 100만권 이상 팔리는 시집이 부지기수였던 시대다. 곽 시인은 당시 사람들이 시를 좋아했던 건 너도나도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시민들의 꿈과 열망을 표출하는 주요한 무기가 시였죠. 한국이 민주화를 이루는 데 시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분석도 있어요. 반면 요즘은 아파트 가격이나 부동산 개발, 재테크 따위의 이슈에만 관심이 몰리는 터라 가슴이 아프죠. 이곳 정와에는 사람들이 다시 시를 읽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2001년부터 20여년 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한 그는 지난 2월 퇴임했으나, 6개월만에 다시 시를 가르치게 됐다.

곽 시인은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교육이다”며 “물질적 성공에만 눈이 멀어 시가 외면받는 요즘, 창작에 대한 열정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전폭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함께 쓰고 읽으면서 나에게도 가르침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와에서 완성하고 싶은 글도 있다. 그는 현재 해방 이전 만주·간도 등을 배경으로 남도 사람들의 유민사, 삶의 역사를 그리는 장편 서사시를 집필하고 있으며, 내년 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곽 시인은 “삶이란 건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인데, 시 쓰고 생각하고, 또 이야기하는 게 마냥 좋다”며 “시는 삶이고 여행이다. 시를 통해 제 삶 속으로 천천히, 매일 걸어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곽 시인은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로 등단해 ‘서울 세노야’, ‘와온바다’ 등 시집을 발표했다.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그는 최근 9번째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를 출간하기도 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