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 넘어 동물과 공존하는 세상 꿈꿔요”
  전체메뉴
“공장식 축산 넘어 동물과 공존하는 세상 꿈꿔요”
전라도서 활동 중인 동물권 단체 ‘새벽이생추어리’
동물실험 구조 돼지·닭 등 돌봐…체험형·동물원 형태 주의해야
활동 기록집 ‘돌봄이 널뛰는 자리’ 출간 앞두고 21일 북토크
2025년 12월 14일(일) 19:40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 시옷새생이가 돼지‘잔디’에게 밥을 주고 있다. <새벽이생추어리 제공>
2019년 7월 경기도 화성의 한 종돈장에서 태어난 돼지 ‘새벽’은 곧바로이빨과 꼬리가 잘렸고 마취 없이 거세당했다. 열악한 환경으로 곰팡이성 피부염까지 앓고 있었지만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야 했다. 새벽은 생후 2주 차에 동물권 단체 디엑스이코리아의 활동가에 의해 한국 최초로 공개구조(구조자와 피구조자의 신원이 사회에 밝혀진 상태에서 구조하는 것)됐다. 활동가들은 동물 해방의 새벽을 연다는 의미를 담아 돼지에게 새벽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새벽의 이름을 딴 동물권 단체 새벽이생추어리(Dwan Sanctuary)는 지난 2020년 4월 설립된 국내 첫번째 동물 생추어리이다. 이들은 경기도에서 활동하다가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로 부터 비교적 안전한 전남지역으로 옮겨왔다.

단체는 공장식 축산·동물실험 등 산업에서 삶을 착취 당한 동물들이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 평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고 지원한다. 새벽이 외에도 2021년 실험 동물로 길러진 돼지 ‘잔디’를 구조해 생추어리에 입주시켰고 올해 여름에는 도로에 앉아있던 오리 ‘더덕’과 생후 30일 가량 된 병아리 ‘뿌리’(현재는 닭)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이들은 편견과 혐오로 얼룩진 동물에 대한 이미지를 깨부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돼지를 멸칭으로 사용하는 고정관념에 맞선다.

“새벽이는 코로 흙을 파며 냄새를 맡고, 들판에 자란 풀을 뜯어 먹는 것을 좋아해요. 신이 날 때는 언덕을 성큼성큼 내달리고 날씨가 더울 때는 진흙탕에 몸을 풍덩 담가 체온을 조절하기도 하죠. 잠들기 전 지푸라기 침대를 몸에 꼭 맞게 정돈하는 일도 잊지 않아요. 종종 타인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 ‘돼지’는 우리 편견과는 다른 동물입니다. 인간 중심적 사회에서 배제되고 오인된 존재들의 본래 모습과 고유함에 주목하고 싶어요.”

생추어리 활동가들이 동물들을 돌보며 갖는 가장 큰 애로는 의료 지식이다.

“돼지, 오리, 닭을 케어하며 가장 힘든 점은 한국의 공장식 축산업에서 정해놓은 6개월령 이후의 삶이에요. 먹기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이 오래오래 잘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고려되지 않고 있죠. 다양한 병과 노화 등 겪어보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동물 생추어리 활동은 우리나라에서도 법제화를 위한 활발한 논의가 중이다. 지난달에는 국회에서 ‘동물 생추어리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고 구례에는 국내 첫 반달가슴곰 생추어리가 지어졌다.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는 “생추어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칫 체험형, 동물원의 형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동물들이 목적이나 가치를 갖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전시되거나 인간에 의한 오락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라도로 보금자리를 옮긴 이들의 2026년 계획은 광주·전남 지역민들과 더 많이 호흡하는 것이다. 동물권은 수도권에서는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이슈라는 점에서다.

그 일환으로 새벽이생추어리는 그동안의 활동을 담은 기록집 ‘돌봄이 널뛰는 자리’ 출간을 앞두고 오는 21일 오후 2시 광주 충장로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에서 북토크를 연다. 북토크에서는 생추어리 거주 동물 소개와 돌봄 루틴과 에피소드, 동물권과 생추어리 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