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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해’ 도서관이 미래다
[송기동 예향부장]
2018년 08월 15일(수) 00:00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교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말이다.

최근 순천 기적의도서관을 찾았을 때 책가방을 맨 채 도서관 문을 밀치고 들어가는 한 초등학생을 봤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닐 텐데 학교가 끝나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도서관에 들어서는 어린 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빌 게이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열람실에는 기대거나 엎드린 채 편한 자세로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는 많은 어린이들이 있었다. 어쩌면 독서를 어떤 목적으로 삼는 성인이나 청소년과 달리 아무런 부담 없이 정말 ‘책을 즐기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7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이나 청소년들의 저조한 독서량과 도서관 이용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전국 17개 시·도 성인 6000명과 초·중·고 학생 3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연간 종이책 독서량은 성인 8.3권, 학생 28.6권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해 성인은 0.8권, 학생은 1.2권이 감소했다. 독서는 교과서, 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일반 도서를 의미한다.



‘책의 숲’ 거닐다 보면



독서 시간은 성인 평일 23.4분, 주말 27.1분이었고, 청소년은 평일 49.4분, 주말 68.1분으로 조사됐다. 연간 종이책 구입량은 성인 4.1권(구입비 5만5000원), 학생 4.7권(구입비 4만3000원)이었다. 공공 도서관 이용 빈도는 성인 월 평균 0.5회(이용자 기준 2.5회), 학생 월 평균 1.9회(이용자 기준 3.1회)로 나타났다. 광주·전남의 경우 연간 독서량(광주 7.1, 전남 6.1권)과 평일 독서 시간(광주 12.8, 전남 14.6분), 공공 도서관 이용률(전국 평균 22.2, 광주 13.5, 전남 8.9%) 등 주요 독서 지표에서 전국 평균보다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과 청소년 모두 평소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와 ‘휴대전화나 인터넷 이용’,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를 꼽았다. 공공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일이 바빠서 시간 없음’과 ‘도서관 이용 필요성을 못 느낌’을 들었다.

최근 예향의 기획 특집을 준비하면서 광주·전남 공공 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몇 곳을 돌아봤다. 지금까지 기사 작성을 위해 월 1~2회 3~5권씩 도서를 대출해 올 정도로 공공 도서관을 이용해 왔던 터였지만 이번에 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살펴 본 후 그동안 도서관을 너무 단편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도서관 환경이 맘에 들었다. 개가식 열람실의 분위기는 쾌적했다. 창 쪽으로 개인 책상과 스탠드가 놓여 있어 창밖 풍경을 보며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관(남구)을 비롯해 이야기꽃 도서관(광산구), 어린이 생태학습 도서관(서구) 등 도서관마다 독특한 색깔을 띠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소촌아트 팩토리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팬들의 착한 기부로 만들어진 ‘유노윤호 작은 도서관’이 있고, 나주 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 스마트도서관 ‘에너지(知)’가 있다.

광주·전남 공공 도서관은 각기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나의 도서관 회원증으로 타 도서관 책을 대출받거나(책 이음 서비스), 가입한 도서관으로 서울 중앙도서관 자료를 배달받을 수 있는(국가 상호 대차 서비스) 등 다채로운 서비스도 있으며 전자책이나 DVD도 볼 수 있었다. 도서관이 시험공부나 취업 준비 또는 도서 대출만이 아닌, 주민들의 생활 속에 녹아든 문화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바쁘다 핑계 대지 말고



흔히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 보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 보라’고 말한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책의 해’다. 올 7월부터는 개인의 도서 구입비(연간 100만 원)에 대해 추가 소득 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 틈을 내 집에서 가까운 공공 도서관이나 작은 도서관을 찾아보자. 굳이 어떤 목적 없이 ‘책의 숲’을 거닐다 보면 일과 스마트폰에 밀려 손을 놓아 버린 책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