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예회관장 유감
3년 전 이맘때인 걸로 기억된다. 취재차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아람누리 공연장(이하 아람누리)은 대낮인데도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특히 공연장의 부대시설인 레스토랑과 커피숍에는 유독 30∼50대로 보이는 주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클래식 아카데미에 참석하기 위해 조금 일찍 도착한 수강생들이었다. 일부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나누며 지난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을 ‘복기’하고 있었다.
이날 아람누리에서 접한 ‘한낮의 풍경’은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광주에서 공연장은 음악회가 열리는 저녁에나 찾는 곳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또 한번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점심시간에 기획된 문화예술강좌에 참석하기 위해 샌드위치나 김밥을 한 손에 들고 공연장을 찾은 직장인들 때문이었다. 문화예술강좌는 광화문 근처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의 입지조건을 활용한 것으로 내용도 정오의 오페라, 정오의 미술산책 등 다양했다.
이들 공연장의 맞춤형 기획에는 문화CEO들이 있었다. 아람누리는 지난 2011년 축제기획 전문가 안태경씨를 대표로 영입한 후 180도 달라졌다. 안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커뮤니티 씨어터’(community theater)를 내걸고 시민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주·야간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그 결과 낮시간대의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아람누리의 저녁 공연들을 관람하는 등 관객창출효과로 이어졌다. 단순한 물리적 공연장이 아닌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인프라인 광주문예회관의 안일한 운영이 시의회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시의회 조오섭 의원은 “7개의 시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광주문예회관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이들 예술단체를 관리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현재 시청 공무원이 순환보직제로 맡고 있는 광주문예회관장을 전문직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광주문예회관장을 문화전문가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지역의 최대공연장(1800석)인 광주문예회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4급 공무원들이 잠시 거쳐가는 현재의 관장직을 개방형 공모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광역자치단체로는 광주와 더불어 공무원 순환제를 고수했던 울산문예회관도 최근 문화행정 전문가를 관장으로 영입했다.
물론 공무원 순환보직제는 행정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이 1년 남짓 근무하고 다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론 광주문예회관의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대관 전문 공연장’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연장이 문화도시의 핵심인프라임을 감안하면 전문가 영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그로부터 한 달 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또 한번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점심시간에 기획된 문화예술강좌에 참석하기 위해 샌드위치나 김밥을 한 손에 들고 공연장을 찾은 직장인들 때문이었다. 문화예술강좌는 광화문 근처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의 입지조건을 활용한 것으로 내용도 정오의 오페라, 정오의 미술산책 등 다양했다.
최근 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인프라인 광주문예회관의 안일한 운영이 시의회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시의회 조오섭 의원은 “7개의 시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광주문예회관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이들 예술단체를 관리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현재 시청 공무원이 순환보직제로 맡고 있는 광주문예회관장을 전문직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광주문예회관장을 문화전문가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지역의 최대공연장(1800석)인 광주문예회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4급 공무원들이 잠시 거쳐가는 현재의 관장직을 개방형 공모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광역자치단체로는 광주와 더불어 공무원 순환제를 고수했던 울산문예회관도 최근 문화행정 전문가를 관장으로 영입했다.
물론 공무원 순환보직제는 행정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이 1년 남짓 근무하고 다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론 광주문예회관의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대관 전문 공연장’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연장이 문화도시의 핵심인프라임을 감안하면 전문가 영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