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살찌우는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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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살찌우는 아름다운 동행
2024년 07월 09일(화) 20:10
윤영달(78) 크라운해태제과그룹회장은 요즘 누구보다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 같다. 올 봄 음원 차트를 휩쓴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 덕분에 자사 상품인 ‘연양갱’의 매출이 급신장 한데다, 문화예술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공로로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메세나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945년 출시한 연양갱의 ‘역주행’을 보며 새삼 문화의 저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문화예술계에선 잘 알려진 아트 경영인이다. 20년전 부터 국악의 매력에 빠져 예술과 인연을 맺은 그는 회사에 동아리를 만들어 예술인을 초청하는 등 직원들의 예술적 감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연간 수익의 10%를 문화예술관련 프로젝트에 과감히 투자한다.

사실, 윤 회장은 광주와도 인연이 깊다. 제8회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해 열린 ‘2010 아트광주’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국내 기업인들과 유명 컬렉터들을 광주로 불러들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본업 이상의 열정을 쏟아부었다. 당시 비엔날레 재단 이용우 대표와 함께 여름 휴가를 반납하며 일주일에 서너 번 서울과 광주를 오갔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열정 덕분에 박여숙 화랑 등 국내 메이저 화랑 20여 곳은 물론 영국의 리슨갤러리 등 해외에서만 40여 곳의 화랑이 참가해 국내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아트광주’를 앞두고 광주뿐 아니라 목포 전주 등 인근 도시의 호텔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고 행사 기간의 서울~광주 비행기 좌석도 예약이 꽉 찼다.

‘글로벌 아트페어’라는 타이틀로 개막된 ‘2010 아트광주’가 대박을 낸 데에는 윤 회장의 ‘후광’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오픈아트페어조직위원회 위원장(2009~2010)으로 미술시장을 활성화 하는 데 앞장서온 그의 면면을 보고 기업이나 ‘큰손’들이 광주를 찾았기 때문이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 마련된 VIP라운지에는 윤 대표와 만나기 위해 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당시 행사장을 찾은 작가들은 윤 대표와 같은 기업인들이 광주에도 많았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역에는 문화예술를 후원하는 기업들이 드물다.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광주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메세나 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15대 기업이 지원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광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3%로 서울(37.6%)의 12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예술인들은 지자체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지역의 열악한 경제여건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영남지역의 문화예술기관들이 대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지원규모를 늘리고 있는 사례는 생각거리를 던진다. 문화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은 광주예술기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모름지기, 지역의 문화를 꽃피게 하는 밑거름은 다름 아닌 메세나다. 머지 않아 광주에도 ‘아트경영’의 전도사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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