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베토벤 효과
근래 문화예술계는 신윤복과 베토벤이 평정(?)했다. 서점가에는 조선 천재화가 신윤복을 소재로 한 소설 ‘바람의 화원’이 40만 부 이상 팔렸으며 신윤복 그림을 전시한 미술관은 ‘구름관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음악의 악성’인 베토벤의 인기는 신윤복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평소 클래식과 담을 쌓고 살아온 문외한들조차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나 합창 교향곡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베토벤을 소재로 한 영화 ‘카핑 베토벤’(2007년)과 ‘불멸의 연인’(1995년)도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열풍의 중심에는 두 편의 드라마가 있다. SBS 수목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역시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클래식을 내세운 음악 드라마라면 ‘바람의 화원’은 동양화를 브라운관에 옮긴 그림 드라마다. 시청률에서는 베토벤이 수목극 1위로 신윤복을 따돌리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오합지졸의 오케스트라가 최고 실력의 마에스트로 강건우의 지도로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드라마 사이사이에 베토벤에서부터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브람스, 바하 등 거장들의 음악이 삽입돼 극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드라마 삽입곡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매된 이 드라마의 컴필레이션 음반 ‘베토벤 바이러스-더 클래식스 Vol. 1’은 최근까지 2만5천 장이 팔려나갔다. 클래식 음반업계에서 1만 장은 밀리언셀러나 다름없는 대박이다.
신윤복의 인기는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바람의 화원’은 원작인 이정명씨의 동명 소설에서 ‘신윤복이 남장 여자’라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대중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지난달 12∼26일까지 신윤복, 김홍도, 김정희 등의 조선시대 서화를 전시한 서울 간송미술관은 개관 이후 최대의 관람객(20만 명)이 다녀가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그의 미인도는 겹겹이 에워싼 관람객들로 관람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지난 2006년 ‘베토벤 바이러스’와 유사한 컨셉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방송 2개월 동안 클래식 열풍을 일으키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의 힘은 드라마 종영 후 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너도 나도 클래식 공연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감동을 잊지 못한 시청자들이 (비록 드라마는 끝났지만) 클래식 관객으로 변신하는 ‘노다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올 가을 전국의 안방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베토벤· 신윤복 바이러스’가 한국판 ‘노다메 효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박물관이나 공연장에서 느끼는 ‘문화현장’의 생생한 감동은 드라마와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
‘음악의 악성’인 베토벤의 인기는 신윤복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평소 클래식과 담을 쌓고 살아온 문외한들조차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나 합창 교향곡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베토벤을 소재로 한 영화 ‘카핑 베토벤’(2007년)과 ‘불멸의 연인’(1995년)도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오합지졸의 오케스트라가 최고 실력의 마에스트로 강건우의 지도로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드라마 사이사이에 베토벤에서부터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브람스, 바하 등 거장들의 음악이 삽입돼 극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신윤복의 인기는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바람의 화원’은 원작인 이정명씨의 동명 소설에서 ‘신윤복이 남장 여자’라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대중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지난달 12∼26일까지 신윤복, 김홍도, 김정희 등의 조선시대 서화를 전시한 서울 간송미술관은 개관 이후 최대의 관람객(20만 명)이 다녀가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그의 미인도는 겹겹이 에워싼 관람객들로 관람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지난 2006년 ‘베토벤 바이러스’와 유사한 컨셉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방송 2개월 동안 클래식 열풍을 일으키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의 힘은 드라마 종영 후 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너도 나도 클래식 공연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감동을 잊지 못한 시청자들이 (비록 드라마는 끝났지만) 클래식 관객으로 변신하는 ‘노다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올 가을 전국의 안방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베토벤· 신윤복 바이러스’가 한국판 ‘노다메 효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박물관이나 공연장에서 느끼는 ‘문화현장’의 생생한 감동은 드라마와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