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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기념관을 세우자고? -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2024년 03월 18일(월) 00:00
기가 막히고 숨이 가쁘고 가슴이 울렁거린다. 아니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천하의 독재자를 다시 소환해 역사를 후퇴시키고 민족정기까지 말살하려고 하는 것인가. 1960년 4월 19일, 고등학생으로 ‘부정선거 다시 하고,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광주 금남로를 누비던 그날이 생각되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찬란한 봄날에 저 맑고 푸른 하늘도 두렵지 않은가. 모두가 잊고 모른다고 해도 하늘만은 똑똑히 기억하며 ‘그래서는 안된다’고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런 못된 짓을 해서야 되겠는가.

이승만은 1925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용납할 수 없는 잘못 때문에 끝내는 탄핵을 당해 대통령 직에서 파면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인물이었다. 비운의 분단된 나라에 반쪽의 단독정부를 세워 또 초대 대통령에 올랐으나, ‘사바사바’로 상징되는 부패공화국으로 추락시키고 끝내는 영구집권을 위해 온갖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혹독한 독재체제를 유지하다, 성난 민심의 4·19혁명으로 두 번째 대통령직에서 쫓겨나는 재범의 독재자였다. 자유당 부패 정권 12년, 이승만이 저지른 실정은 필설로는 다 말하고 기록할 수 없이 생생하게 우리의 기억에 살아 있다. 제주 4·3과 여수·순천 사건 등 얼마나 많은 양민을 학살하였고, 6·25 당시 서울을 사수한다고 시민들만 남겨두고 몰래 자신은 탈출해버린 국민에 대한 배신은 또 얼마나 컸었는가.

그것뿐이랴, 매국노들이자 민족의 반역자들인 친일파의 청산을 위해 국회에서 제정한 반민특위를 강제로 해체하여 매국·친일파들이 모두 살아나 해방된 조국에서 다시 사회의 주류로 행세하는 반역사·반민족의 가장 큰 죄악을 저지른 사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국가와 민족의 가장 큰 죄인으로 두 번이나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쫓겨난 사람을 왜 우리 국민이 기리고 기념해야 한다고 기념관을 세운단 말인가. 그것도 서울의 한복판, 나라의 심장에 해당되는 곳에 세워야 한다는 것인가. 조국의 해방과 광복을 위해 몸을 바치며 싸웠던 애국선열들이 이 사실을 어떻게 여길 것인가. 몸서리치는 친일파, 그들이 반공주의자로 변신하면서, 그들의 세상을 만들었던 사람이 바로 이승만이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승만은 바로 이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이다. 임시정부에서 탄핵당한 죄인, 4·19 민주이념에 어긋나 쫓겨난 독재자인데, 어떻게 민족의 영웅으로 소환하여 국민적 숭앙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참다운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의 동상은 육사에서 추방한다면서, 민족의 죄인이자 독재자인 이승만은 영웅으로 소환된다니, 도대체 이 나라의 정부는 어떤 정부인가. 임정의 주인공들이야 세상에 계시는 분이 없지만, 4·19의 공로자나 부상자들은 아직도 생존해 있는 분이 많다. 총탄에 쓰러져간 희생자들의 영혼은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 그들의 눈이 무섭지 않고 그들의 분노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에서 물러가라고 외쳤던 나도 아직 살아 있다. 우리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이승만을 다시 살려서 보수 극우파들의 힘을 실어주자는데 이런 정부를 우리 모두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헌법정신에 어긋난 사람이 민족의 영웅은 될 수 없다. 인간에게는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이승만이라고 공이 없겠는가. 그러나 이승만은 공보다는 과가 너무 크고 많다. 국민과 민족에 의해서 죄인으로 낙인 찍힌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기림과 기념의 인물이 되겠는가. 4·19 민주이념으로 고한다. 기념관 건립, 당장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