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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없는 의-정 갈등…끝 모를 의료 붕괴
전공의 미복귀에 인턴·전임의 임용 포기…남은 의료진 피로감 가중
전남대·조선대 병원 등 축소 운영…잇단 수술 연기에 환자들 아우성
3차 병원 의료 붕괴 가속화 가능성 속 의대생 집단 유급사태 올 수도
2024년 03월 04일(월) 19:55
전공의 집단이탈로 인한 의료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4일 오후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전공의 미복귀 현황 파악을 위해 광주시 동구 전남대병원 내 교육 수련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정부가 사법처리를 내세워 병원 복귀를 촉구하고 있음에도 광주지역 상급병원 전공의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는데다 인턴과 전임의들의 임용포기가 속출하면서 ‘3월 의료붕괴’ 사태가 가시화하고 있다. 의료진 공백에 따라 전남대와 조선대 병원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수술이 연기되는 광주·전남 지역 환자와 가족이 14일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과 대학생들까지 동맹휴학을 철회하지 않아 사태 장기화로 인한 집단 유급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인턴·전임의 줄사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2주를 넘긴 상황에서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는 새롭게 들어올 인턴들이 임용을 포기하고 전임의들이 추가로 병원을 떠나고 있어 의료공백이 커지고 있다.

4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소속 전임의 66명의 계약은 지난달 말로 종료됐고,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52명 중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에서도 근무 중인 2년차 전임의 19명 중 15명이 계약 종료로 병원을 떠났고,이달 신규 전임의 14명 중 11명도 계약을 하지 않았다. 전공의 공백을 메워온 이들이 병원을 떠나면 사실상 의료 대란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달부터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 전공의인 인턴으로 임용돼 근무하기로 한 이들도 무더기 임용을 포기했다.

전남대병원에서 3월부터 근무하기로 한 인턴 101명 가운데 86명이 임용을 포기하고, 조선대병원에서 수련예정이던 신규 인턴 36명 전원이 병원에 출근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 측은 교수 등 전문의 근무를 더 늘려 전임의 추가 이탈 공백을 메울 예정이지만, 병원 축소 운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남은 의료진의 피로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잇단 수술연기에 환자들 아우성=상급병원 의료 공백으로 환자를 받아온 광주지역 3차 병원마저 응급실과 수술 등을 축소 운영하면서 환자와 가족들이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4일 광주지역 상급병원 응급실에는 구급차량이 오갔지만 다행히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환자와 가족들은 의료공백으로 인해 혹시 모를 진료 연기가 생겨 치료에 지장이 생길까봐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상급병원들의 수술이 급격히 줄고 일정이 연기됨에 따라 이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온라인상에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안과질환을 공유하는 카페에서 한 보호자는 “아이 안과 수술을 위해 전남대병원에 수술일정을 문의했더니 가장 빨리 해도 4월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또 갑상선 질환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는 한 지역 누리꾼이 “아버지가 6일 화순전대병원에서 수술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9일 수술 취소 연락 받았다”면서 “언제 수술 가능한지 날짜도 안 알려주고 있다. 갑상선암이 림프절까지 전이됐다고 하는데 언제 수술 가능한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 수술 예정이었으나 4월 중순으로 밀렸다는 댓글도 속속 올리고 있다.

◇의대생 집단 유급 우려=4일 현재 조선대 의대에서는 정원 727명 가운데 600여명이 단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남대 의대에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732명 가운데 575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입대·유급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한 휴학을 신청한 이들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정부 정책에 반발해 동맹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는 지난 2월 개강했으나 집단 휴학계 제출로 수업에 차질을 빚자 개강을 이달 초로 한차례 연기했다.

문제는 단체 행동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학생들은 ‘집단 유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지역 대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개강 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지만, 2학기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무한정 개강을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남대와 조선대는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개강을 또다시 연기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전남대 관계자는 “내일 중으로 교수회의를 통해 학사일정 추가 연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이번 달 셋째주까지 개강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사일정을 감안하면 무작정 개강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