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마무리 정해영 ‘100’세이브보다 ‘0’ 블론세이브
‘최연소 기록’보다는 팀 우승이 먼저
100% 힘 발휘하기 위해 투구폼 교정
부상 위험은 웨이트·보강으로 줄이기
2024년 02월 20일(화) 23:30
KIA 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이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이 ‘우승’을 위해 알에서 깨어난다.

프로 5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정해영은 KIA에서 가장 늦게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다. 압박감 가득한 순간에 공을 뿌리고 있는 그는 지난 4시즌 90세이브를 수확하면서 ‘최연소 100세이브’ 기록에 10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기록이 눈앞에 보이지만 정해영은 세이브가 아닌 ‘블론세이브’를 주목하고 있다.

정해영은 “내 목표가 바뀌었다. 원래는 세이브 개수를 목표로 정했는데 블론세이브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3개의 블론세이브를 했는데, 하나를 덜 했다면 동률로 우리가 5강에 올라갈 수도 있었다”며 “아무리 세이브를 많이 해도 블론 세이브가 많아지면 세이브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세이브 성공률이 좋아야 한다. 최대한 100세이브 신경 안 쓰고 팀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성공의 짜릿함보다 실패의 아픔이 더 큰, 막중한 임무를 하는 만큼 정해영은 ‘성공보다 실패’에 더 집중하고 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정해영은 더 단단해지겠다는 각오다. 지난 시즌 정해영은 초반 난조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기도 하는 등 마음 고생을 했다.

정해영은 “안 될 때는 뭘 해도 안 됐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팀도 그렇고, 그럴 때는 받아들이면서 조금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블론세이브 같은 상황을 겪으면 항상 당황스럽다. 진짜 미안하기도 하지만 다음 경기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멘탈이 중요한 것 같다. 미국 가서 정재훈 코치님이랑 야구 이야기 많이 했다. 특히 멘탈을 많이 강조하셨다. 3연전 첫날에 내가 만약 블론세이브를 해도 다음 경기 똑같이 준비하고, 똑같이 나가서 세이브를 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잊어 버리고 멘탈도 회복해야 한다”며 “몸도 과부하되면 힘든 것처럼 멘탈도 그런 것 같다. 안 좋은 경기가 나왔을 때는 최대한 그냥 바로 잔다. 빨리 자니까 그래도 괜찮은데 그래도 멘탈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해영(왼쪽)이 김기훈과 러닝을 하고 있다.
멘탈을 강하게 하는 방법, 자신의 공에서 답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공을 가지고, 좋은 승부를 해야 실패도 적어지고 더 자신감 있게 마운드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해영은 “코치님이 승부처, 위기 상황 때를 이야기 해주셨다. 당시 코치님 주무기가 포크볼이었는데 누가 봐도 포크볼 던질 타이밍에 던져서 아웃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허를 찔러서 아웃카운트나 삼진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 것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앞으로 선수 생활하면서 닥치는 많은 위기를 더 수월하게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결국 구위와 변화구가 좋고, 배짱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영은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무기를 더 강력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정해영은 “야구는 정답이 없으니까 계속 보완하고, 바꿔가야 한다. 구종을 추가하기 보다는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다듬겠다. 누가 봐도 슬라이더인데 그 공으로 헛스윙을 이끌어 내고, 직구 코스로 허를 찌를 수 있어야 한다. 수싸움도 잘해야 한다”며 “나도 분석 많이 됐고, 타자들도 눈에 익었으니까 수싸움, 초구·카운트 싸움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단단해지고 싶은 정해영은 미국 드라이브라인에서 얻은 답을 바탕으로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폼에 변화를 줬다.

그는 “나는 내 힘을 100%로 활용 못하는 투수였다. 키킹에서 스트라이드 나가는 것까지는 되게 좋은데 왼 다리를 딛는 순간에 모든 힘이 약간씩 풀렸다. 최대한 발을 디딜 때까지 안 풀리고 던져야지 내 힘을 다 쓸 수 있다”며 “오른팔 뒤로 빼는 동작을 조금 수정하고 있다. 원래 밑으로 뺐다가 팔이 위로 올라오는데 조금 옆으로 하면서 원을 그리려고 한다. 그래야 발을 딛는 순간에 힘도 뒤에 남아있고, 힘쓸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고 커진다”고 말했다.

위험 부담은 있다. 아직 익숙치 않는 폼이라 시간이 필요하다. 또 힘을 더 쓰게 되면서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정해영은 ‘알에서 깨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정해영은 “던지면서 힘을 다 못 쓰니까 부상 위험은 떨어진다. 그런데 이제는 무리해서라도 한 단계 올라서야 된다. 아빠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던지던 팔 스로잉이 아니다 보니까 느껴지는 힘 자체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웨이트나 보강 운동으로 커버하면서 부상 안 당하게끔 노력하고 있다”며 “올 시즌 팀이 잘할 것 같다. 지난해 팀이 완전체로 있는 순간에는 투수가 점수를 줘도 타자들이 뽑아줄 것 같고, 타자가 점수를 많이 못 뽑아줘도 투수들이 막아서 이길 것 같았다. 그걸 경험했다. 언론에서도 그렇고 우리팀을 경계대상으로 꼽는다. 내가 잘해야 한다. 무조건 야구 잘해야 한다. 잘 막고, 잘 웃고, 팬 서비스도 잘하는 정해영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