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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1억 원 받고 아이 낳으라는 거네”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2월 14일(수) 00:00
한 아파트 건설회사의 ‘애 낳으면 1억 준다’라는 정책이 설 명절 동네 친구들 모임의 화두가 됐다.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있는 ‘저출산 포비아’가 기업 회장님의 특별 방침까지 나오게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런 파격적인 정책에도 젊은이들이 쉽게 아이 낳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아이 낳으면 18세까지 1억 원 지원, 생활인구 특별위원회 출범, 청년층 주거비용 지원 등 요즘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온갖 묘수를 동원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는 실제 주민등록 인구가 늘었다고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구가 줄어 울상을 짓는 것보단 다행스럽고 대견해 보이긴 하지만, 그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인구감소 지역의 반등 비결 보니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인구가 늘어난 지자체는 신안군을 비롯해 전북 순창군, 대구 서구, 부산 동구, 충남 예산군 등 9곳이었다. 신안군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인구가 2023년에 3만 8037명으로 179명 증가해 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인구 감소에 ‘역행’하는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지역의 인구 증가 비결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우선 추진한 인구 유입책들이 공통으로 ‘생활인구 늘리기’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신안군은 인구 증가 주요 요인으로 햇빛 연금, 햇빛 아동수당 등의 경제적 지원과 1섬 1뮤지엄에 따른 문화적, 정서적 지원을 꼽았다. 신안군의 햇빛 연금은 지역 자연 자원인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태양광·풍력 사업의 개발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다. 지도읍, 임자면, 안좌면 주민들에게 분기별 최대 68만 원까지 지급되며 올해는 비금면, 증도면 등 전 읍면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여기에 1섬 1뮤지엄 정책도 지역 문화적 투자를 통해 지역 주민과 이주민들에게 풍부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며 인구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신안군의 분석이다.

전년 대비 37명이 늘어난 전북 순창군 역시 인구 반등에 성공한 지자체다. 순창군은 아동행복수당과 대학생 생활지원금, 노인 일자리 확대 등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보편적 복지와 인구정책을 펼쳐 왔다. 청년 근로자 종자 통장 지원·농촌유학 확대 지원사업이 최근 인구 증가와 청년층의 다른 지역 유출 방지 효과를 톡톡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인구 반등에 성공한 지자체의 배경에는 특별한 유인책이 있었으며,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과 혜택을 줌으로써 공동체 형성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된 ‘생활인구’ 개념을 활용한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인구는 기존 주민등록인구에 근무, 통학, 관광, 휴양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인구와 출입국관리법상 등록 외국인 등을 포함한 인구를 말하는데 정주인구 뿐만 아니라 일정 시간 일정 빈도로 특정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것으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거주·체류 합친 ‘생활인구’ 늘려야

실제로 이번 인구 반등에 성공한 지자체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생활인구 개념을 활용해 인구 증가를 꾀하는 지자체로 강진군을 들 수 있다. 강진군은 은퇴자와 귀농·귀촌인 등 정주 인구 유입을 위한 신규마을 조성 사업과 주택 신축 지원사업, 빈집 리모델링 지원을 추진했다. 또 생활인구 확대를 위해 강진 푸소(FUSO) 체험과 푸케이션(푸소+워케이션) 운영, 병영 불금불파 축제 개최 등 관광사업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지역 연계형 사업으로 ‘강진-광주 동구와 함께하는 지역 연계&협력 사업’과 지역 상생 강해영(강진·해남·영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사이버 군민 제도와 각종 지원센터(맘편한센터, 늘봄센터, 어울림센터)를 운영해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2인 이상 가족이 강진으로 여행을 오면 소비 금액의 50%, 최대 20만 원까지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2024 반값 강진 관광의 해’로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지역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젠 단순한 행정인구가 아닌, 거주와 체류를 합친 ‘생활인구’ 개념으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대세가 됐다. 정부가 거주인구가 줄어도 생활인구가 많은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을 정주시킬 수 없다면 최대한 지역에 오래 머물게 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역시 생활인구 관련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단순히 얼마 줄게 아이 낳으라는 막무가내식 정책을 버리고, 지역사회와 연계를 강화한 맞춤형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여러 연령층과 가족 단위의 체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펼 때만이 인구유입에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