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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꽁꽁’… 자격증 소지자 ‘끙끙’
고금리·소비심리 위축에 불황… 광주·전남 287곳 폐업
‘취업 프리패스’ 자격증 소지자도 수요 없어 취업 어려워
2023년 12월 06일(수) 19:35
/클립아트코리아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더라도 이력서 낼 곳 찾기가 어렵네요….”

취업준비생 임현택(32)씨는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건설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임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던 차에 건설안전기사가 ‘취업 프리패스’라는 지인들의 얘기를 듣고 1년 간의 수험생활을 거쳐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임씨는 1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임씨가 취득한 건설안전기사는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강화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현장에서 그 필요성이 늘었지만, 정작 수요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6일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지역본부에 따르면 2022년 제1회 건설안전기사 지원자는 197명, 2회차 153명으로 100명대에 불과했으나, 본격적으로 법 개정이 예고된 연말 시험(4회)에서 지원자가 2배 가까운 358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제 1회 시험 지원자도 297명, 2회 지원자도 310명으로 과거에 비해 인기가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이 없어 자격증 취득자들 사이에서는 취업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임씨는 “법이 강화돼 필수 인력으로 꼽혔지만, 건설 현장 자체가 없어 사람 뽑는 회사를 찾기 어렵다”며 “힘들게 취득한 자격증인데 아쉬움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건설 현장 노동자인 미장 기능사 이성민(36)씨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광주에 살고있는 김씨는 올해의 절반 이상을 전남은커녕 서울과 경기도권에서 지냈다. 심지어 두달 전 결혼한 새신랑이지만 신혼집보다 모텔방에서 보낸 기간이 더 많을 정도다.

김씨는 “광주와 전남에 건설 현장이 없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타지에서 생활 중이다. 서울과 경기는 그나마 현장이 있어 생계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건설 관련 전문 자격증이 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국내외적 리스크로 인한 고금리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불황에 직면했는데, 이로 인해 폐업하는 업체가 증가하는 한편, 비교적 상황이 괜찮은 회사들은 관망세에 돌입하면서 인력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올해 전국에서 총 520곳의 종합 공사 업체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11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00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광주에서는 종합 공사업체 22곳, 전남은 26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 수가 지난 362곳인 것을 감안하면 급증한 수치다. 아직 올해가 한 달 가량 더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 공사업체는 전국적으로 2692곳이 문을 닫았고 광주에서는 65곳 전남 184곳이 폐업했다.

문을 닫은 회사 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도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10월 주택 통계 발표’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광주에서 착공한 주택 수는 5411호로 전년(5700호) 보다 5.1% 감소했다. 10년 평균인 9232호 보다는 41.4% 줄어든 수치다.

전남도 올해 10월까지 7532호가 착공하면서 전년(1만3626호)보다 38.5% 줄었다.

지역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예년만 하더라도 건설 현장이 전국적으로 50곳 정도는 됐다. 준공이 나면 새로운 현장에서 착공해야 하는데 수요가 없다보니 올해 들어 현장 수가 40곳을 밑돌고 있다”며 “관급과 사급을 가리지 않고 발주가 줄어 전반적인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채용을 늘리는 등의 적극적인 경영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불황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연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전남도회 관계자는 “금융비용 증가로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특히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은 중소 건설사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