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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 표밭만 갈면, 민심이 떠난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11월 21일(화) 22:00
‘완화’ , ‘금지’, 또는 ‘해제’한다는 정책들이 자고나면 쏟아진다. 메가시티라는 국가 프로젝트부터 종이컵 사용·개고기 식용 금지 등 일상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사안들이 연일 여·야 정책으로 발표되고 있다. 내년 4·10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단순한 제도 개선이나 휘발성 높은 이슈, 국민 실생활과 직결되는 사안, 국가 기본정책의 변경 등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크고 작은 정책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몇 가지가 있다. 메가 서울, 주식 공매도 금지, 일회용품 사용 금지 백지화 등은 국민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당혹스럽게하는 것 들인데, 그 공통된 특징은 관련된 이해 당사자 수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만 가중

최근 들어 정부와 여당이 이슈를 선점하자, 야당과 정치권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다급해진 여당측이 총선용 선심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정책 발표 후 후폭풍이 거센 것만을 놓고 보면 얼핏 야당의 주장이 맞는 듯 보인다. 하지만 논란이 된 이슈들은 정책 시행시 혜택을 보는 유권자 수가 절대적인 규모라는 점에서, 욕 먹을 결심과 표 계산을 마친 여당의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은 무조건 옳다.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라”고 각료와 참모들에게 주문했다. 시작은 여당이 맨 먼저 발표한 김포의 서울 편입이었다. 이어 주식 공매도 금지와 일회용품 규제 백지화 등이 포퓰리즘이라는 여론의 반대 속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발표한 ‘메가 서울’의 본질은 지금보다 서울 면적을 넓히고, 인구를 더 늘려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광주·전남을 비롯한 지방 자치단체들은 집권 여당의 구상이 우리나라를 ‘서울 중심의 일극 체제’로 회귀시켜 지방을 고사시킬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책을 펴, 60년 가까이 정권이 바뀌어도 국토 균형발전 정책의 기조가 유지됐다. 서울만의 경쟁력 강화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 심화, 지방 소멸, 국가 경쟁력 추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당은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의 민심을 반전시킬 카드로 내놓은 메가 서울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정부의 주식 공매도 금지는 ‘뜬금포’에 가깝다. 금융 위기시 시장이 불안정할 때 공매도 중지로 시장을 안정시킨다고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긍정적 효과가 입증된 제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이제 한국과 튀르키예 뿐이다. 그동안 개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들이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정부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게 한국만 공매도 금지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발표 이후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1400만 개인투자자 등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후 처벌을 넘어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수적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공매도 금지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부자 감세라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을 보면, 1400만 개미의 표심이 총선의 꿀단지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선심성 정책들 되레 감표 요인

모든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정착 단계에 이른 ‘카페내 일회용컵 금지’를 백지화한 것은 전 지구적 환경정책에 반할 뿐만 아니라 행정에 대한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식당·카페의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매장에서의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다만 1년간 계도기간을 둔 탓에 오는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돌연 시행을 불과 보름 여 남겨 놓은 상황에서 규제 철회를 발표했다. 업소 주인들은 물론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일회용품을 자제해왔는데 돌연 ‘없던 일’이 돼버린 것이다.

정부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너무나 군색한 변명이다. 역시 총선을 앞두고 800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표심을 살핀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총 유권자가 44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800만 명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과 편리를 중시한다. 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여·야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정책들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득표를 위한 것인지, 유권자는 구별할 줄 안다. 정치인들만 그 사실을 매 번 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