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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가을 여행, 장성만 한 곳이 없다
현지인들이 찾는 ‘숨겨진 가을 명소’
북하면 신성리 데크길…느긋하게 걸어도 20~30분
잔디밭·문화예술공원·임권택시네마테크 있는 장성호
한양으로 통하던 고갯길 ‘삼남대로 갈재’ 역사 공부 맘껏
필암서원 가을 풍경 으뜸…18일 김덕수패 사물놀이 공연
2023년 11월 05일(일) 21:05
유네스코 세계유산 ‘장성 필암서원’
 가을 여행 떠나기에 장성만 한 곳이 없다. 전남의 관문인 데다 광주시와 가까워 백양사, 축령산, 장성호 등 관광지를 찾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고즈넉한 가을 나들이 준비를 돕고자, 장성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숨겨진 가을 명소’들을 직접 걸어봤다.

◇로컬들의 가을 명소 북하면 신성리와 ‘장성호 관광지’

장성은 가을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백암산 백학봉 아래 자리 잡은 백양사는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전한다. 사찰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애기단풍길도 눈을 떼기 어렵다. 주말에는 차가 막혀 진입조차 힘들 정도로, 장성 백양사는 그야말로 가을 여행의 ‘핫플레이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성 사람들은 주로 평일에 백양사를 간다. 주말에 찾는 곳은 ‘북하면 신성리’다. 장성호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공원을 지나 북쪽 방면에 있다. 장성 8경인 남창계곡, 입암산성 방향이다.

장성 북하면 신성리 입암산 기슭에 있는 남창계곡은 가을에도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단풍이 드리워진 계곡을 걸으면 이 곳이 무릉도원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장성군 제공>
백양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남창로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남창로를 타고 올라가면 조용한 마을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훌쩍 다가온 백암산과 입암산이 어깨를 맞대고 여행자를 내려다본다.

도롯가에 울긋불긋 단풍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면 속도를 줄이고 차창을 연다. 가을 낙엽의 내음이 청량한 산 공기에 실려 차내를 가득 채운다. 완연한 가을의 향기가 ‘이대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만족감을 준다.

그렇게 10~15분쯤 가을 길을 만끽하며 가다 보면 도로 좌측으로 나무 데크길이 시작된다. ‘로컬’들은 여기에서 가을 산책을 많이 한다. 아름답게 물든 단풍이 드리워진 길을 걷고 있으면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데크길을 따라 펜션, 커피숍, 음식점 등을 지나서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 주차장까지 가면 어느새 마침표를 만난다. 느긋한 걸음으로도 20~30분이면 족이 완주할 정도로 코스가 길진 않다.

좀 더 깊은 산행을 원한다면 전남대학교 수련원을 지나 시작되는 탐방로를 추천한다. 탐방로 입구부터 거인처럼 자라난 삼나무들이 방문을 반긴다. 코스 선택에 따라서 남창계곡, 입암산성 등을 보러 갈 수도 있다.

신성리 산책 후 가까운 곳에서 식사까지 마쳤다면, 돗자리를 깔고 조금 쉬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딱 알맞은 곳이 장성호 관광지(북하면 쌍웅리 273)다.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잔디밭과 놀이터가 있어 권할 만하다. 공기도 맑고, 주위 풍경도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다. 적당히 내린 가을비로 수량이 풍부해, 장성호의 웅장한 풍광까지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여행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장성문화예술공원으로 걸음을 옮겨도 좋다. 장성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인 임권택 감독을 기념하는 ‘임권택 시네마테크’를 비롯해, 공원 곳곳에서 시 56편, 서(書) 11편, 화(畵) 22편, 어록 13편 등 200여 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 중앙부 전망대는 꼭 가봐야 한다.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장성호와 노령산맥의 풍광이 장성 가을여행의 ‘정점’을 완성한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삼남대로 갈재’
◇국가 명승 삼남대로 갈재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

가을 숲길을 걸으며,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역사·문화적 향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장성군 북이면 원덕리(산39-1)에서 정읍 방면 고갯길인 ‘삼남대로 갈재’다. 백암산 백학봉에 이어, 2021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에 지정됐다.

갈재는 충청·전라·경상도를 뜻하는 삼남지방과 서울을 잇는 ‘삼남대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고갯길이다. 돌길과 흙길의 원형이 아직 남아 있다. 길이로 환산하면 약 2.3km 정도 된다.

한양과 통하는 길인 만큼, 역사에 남은 중요한 사건들도 많았다. 고려 시대에는 현종이 거란의 침입을 피해 나주로 몽진(蒙塵, 임금이 난리를 피해 도망감)할 때 갈재를 이용했다.

조선 시대 유학자인 송시열이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건넜던 고개가 갈재였다는 기록도 있다.

동학농민운동 당시에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황룡촌 전투에서 관군에 승리한 다음, 전주로 향하며 갈재를 넘었다고 한다.

갈재 정상에는 조선시대 장성 부사를 지냈던 홍병위 불망비가 아직 남아 있다. 갈재 옛길을 장성이 관리했다는 역사적 증거다.

명칭에 대한 유래도 관심을 끈다. 조선 후기 문인화가인 이하곤(李夏坤, 1677∼1724)은 ‘남유록(南遊錄)’에서 ‘노(蘆, 갈대)’라는 이름을 가진 기생의 일화로 인해 노령(갈재)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기생은 북이면 원덕리 ‘갈애바위’ 전설의 주인공이다.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기생 ‘갈애’가 과거를 보러 가는 유생과 주변 관리들을 현혹했다는 소문을 듣고 나라에서 엄벌을 내렸는데, 이후 상처 입은 갈애의 얼굴을 닮은 갈애바위가 북이면 원덕리 산에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은 갈애바위에 위령제를 지내 한이 서린 갈애의 혼을 달래 주었다고 한다.

장성군은 현재 ‘삼남대로 갈재’ 정비를 위해 문화재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다. 진입로 정비 등을 통해 방문객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한편, 너무나 유명한 곳임에도 가을 경치의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뛰어나지만, 가을 풍경 역시 첫손에 꼽을 만큼 곱다. 확연루 앞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을 때 자박자박 서원 주변을 거닐면 몸과 마음이 금세 가벼워진다.

오는 18일에는 김덕수패 사물놀이의 ‘공감’ 공연이 이곳 필암서원에서 열린다고 하니 기억해 둘 만하다. 세계유산 활용 프로그램 공모사업 선정으로 추진하는 공연으로, 올해 마지막 일정이다.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