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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멋과 맛 함께, 남도유람
월출 비경, 기찬 묏길, 천년 고찰 '영암'
‘호남의 작은 금강산’ 월출산
천황봉 산행 이어
‘기찬 묏길’ ‘기찬랜드’서 힐링
2200년 역사 호남 3대 명촌 ‘구림’
도선 국사 탄생 설화서 유래
하정웅미술관, 도기 박물관 자리
2023년 09월 04일(월) 18:40
‘호남의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는 월출산.
영암군이 최근 ‘국립 마한역사문화센터’와 ‘월출산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을 유치했다. 또한 지역관광 활성화와 지역상생을 위해 ‘강해영(강진·해남·영암) 프로젝트’를 펼친다. ‘마한의 심장·생태힐링 도시’로 도약하는 영암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찾아 힐링여행을 나선다.

◇‘기(氣)찬 묏길과 ’기찬 랜드‘

“월출산이 높다 하더니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왕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는 구나/ 두어라, 해 퍼진 후이면 안개 아니 걷히랴.”

1642년(조선 인조 20년) 고산 윤선도가 은거하던 해남 금쇄동에서 지은 ‘산중신곡’(山中新曲) 7편(18수)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다. 아침안개 자욱한 날의 월출산 풍광이 눈앞에 그려진다. 임금을 상징하는 천왕제일봉을 정치적 반대파인 ‘안개’가 가리는 당시 세태를 비유하는 시로 풀이하기도 한다. 월출산 최고봉 이름은 천황봉(天皇峰·810.7m)으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숭산(崇山) 사상에서 유래했다.

영암 들녘에 우뚝 솟은 월출산은 ‘호남의 작은 금강산’(小金剛)이다. 백제·통일신라시대에 ‘월나악’(月奈岳), 고려시대에 ‘월생산’(月生山), 고려시대 이후에 ‘월출산’(月出山)으로 불렸다. 이 밖에도 보월산(寶月山), 조계산(曹溪山), 천불산(千佛山), 월악(月岳), 낭산(郎山), 금산(金山) 등 13개 이름도 함께 사용됐다. 월출산은 천황봉 산행뿐만 아니라 둘레길인 ‘기찬 묏길’과 ‘기찬랜드’ 등지에서 나름의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기찬묏길’은 물과 바람, 맥반석이 조화를 이루고, 피톤치드가 풍부합니다. 여름에도 거닐 만 합니다. 구간의 3분의 2정도는 숲길이라 그늘이 져서 시원합니다.”

공직에서 정년퇴직한 후 10년 넘게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강학용 전남도 문화관광 해설사는 자신의 ‘기찬 묏길’ 치유담을 털어놓았다. 암 수술 후 ‘기찬 묏길’을 꾸준히 걸으며 기력을 찾았고 완치됐다고 한다. ‘기(氣)찬 묏길’은 월출산의 기를 느끼며 걷는 친자연적 웰빙 산책로이다. 1구간(천황사주차장~산성대 입구~기차랜드 주차장)과 2구간(기찬랜드 주차장~월곡리~왕인박사 유적지)이 주민들과 여행자들의 건강증진과 힐링을 위한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 체육공원 주차장에 차를 두고 ‘기찬묏길’ 1구간 일부를 걸었다. 호젓한 짙초록 숲속 나무터널을 싸목싸목 걷다보면 비 뒤끝의 흙과 풀 냄새가 느껴졌다. 물소리도 귀를 시원하게 한다. 오래전 한여름에 많은 비가 쏟아져 월출산 계곡마다 폭포가 만들어지면 이를 두고 ‘월출산이 백마탄다’고 표현했다고 말한다.

‘기(氣)찬랜드’는 영암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자 랜드 마크이다. ‘기찬묏길’이 월출산 자연그대로의 물과 숲, 바위, 길을 활용해 조성한 도보길이라면 ‘기찬랜드’는 영암의 자연은 물론 문화예술을 즐기고, 숙박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지난 7~8월 운영됐던 ‘기찬랜드’내 계곡형 천연 자연풀장은 가족단위 피서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체류형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한옥 게스트하우스 ‘기찬재’와 국민여가 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이 밖에도 한국트로트 가요센터와 가야금산조 기념관(테마공원), 조훈현 바둑기념관, 곤충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영암 구림 한옥마을.
◇전통의 향기, ‘구림(鳩林) 전통마을’

평야에 우뚝 솟은 월출산과 유장한 영산강은 수려한 풍경을 만들고, 큰 인물을 낳았다. 일본 아스카 문화의 시조로 알려진 왕인박사와 ‘별 박사’ 고려태사 민휴공 최지몽, 그리고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 국사, 선각대사 형미, 동진대사 경보, 수미왕사 등 고승이 모두 월출산 서쪽에 자리한 구림 출신이다.

2200여 년의 역사를 헤아리는 구림은 나주시 노안면 금안동, 정읍시 태인면 무성리와 함께 ‘호남의 3대 명촌’(名村)으로 손꼽힌다. 풍수지리상 월출산 주지봉에서 흘러내린 두 줄기의 구릉이 마을을 감싸는 형국 이라 ‘두 마리 용이 품은 마을’로 해석한다. 비둘기 구(鳩), 수풀 림(林)자를 쓰는 구림이라는 지명은 도선 국사의 탄생 설화에서 유래했다.

구림마을을 거닐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친구인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편지, ‘조선판 최고의 러브스토리’라고 하는 문장가 고죽(孤竹) 최경창과 기생 홍랑 등 옛 이야기를 듣는다. 마을길가에 ‘충무공 이순신 어록비’가 세워져 있다. 바로 옆 연주 현씨 종가인 죽림정 입구에 우뚝 선 250여년 생 팽나무 두 그루가 당당하다.

전통마을인 구림에 현대적인 요소가 배어있다. ‘영암 군립 하정웅미술관’과 ‘영암 도기박물관’이 대표적이다. 미술관은 재일교포 2세인 동강 하정웅이 평생 수집한 미술품 4600여 건을 기증하면서 건립됐다. 샤갈과 이우환 등 대가들의 오리지널 작품을 여행길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영암 군립 하정웅미술관 창작교육관’도 새로 세워졌다. 지역예술인들의 창작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군민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된다. 1999년 개관한 ‘영암 도기박물관’에서 구림 도기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고려 중기에 제작된 ‘도갑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89호). 몸체와 광배(光背)가 하나의 돌로 조각돼 있다.
◇속세 번뇌 내려놓는 천년고찰 ‘도갑사’

정토세계와 속세를 가르는 경계에 해탈문이 있다. 해(解), 탈(脫)…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려 해탈문에 들어선다. 도갑사 해탈문(국보 제50호)은 1473년(조선 성종 4년)에 다시 세운 건축물이다. 건물을 측면에서 보면 ㅅ자 모양 맞배지붕 형식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소중한 산문 건축양식이라 한다. 건물 통로 좌우에 금강역사와 문수·보현 동자상이 모셔져 있다. 해탈문과 대웅보전 사이에 자리한 광제루는 작은 미술관인 ‘월출산 갤러리’로 활용중이다.

“천 갈래 강에 비친 달은 천개로 보여도 근본은 하나.”(月印千江一體同)

대웅보전에 걸린 6개의 주련(柱聯)에 한글 설명을 붙여놓았다. 오른쪽 세번째 주련이 그나마 눈에 익은데다 묵직한 울림을 준다. 문짝 창살마다 연꽃이 피었다. 대웅보전 내에서 특이한 불화는 ‘관음32 응신도’이다.(정유재란때 반출돼 일본 지은원에 있는 진품을 그대로 모사한 불화다.) 1550년 때 인종비(공의왕대비)가 인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한 뒤 봉안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웅보전 외벽 3면에 그려진 대형 불화 ‘팔상도’(八相圖) 또한 눈길을 끈다. 부처님의 탄생부터 열반에 들기까지 일생을 8개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대웅보전에서 직선거리로 130여m 떨어진 미륵전으로 발길을 옮긴다. 석조여래좌상(보물 제89호)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불상 몸체와 광배(光背)가 하나의 돌로 조각돼 있어 마치 바위에 직접 불상을 새긴 마애불과 같은 기법으로, 통일신라시대 불상 양식을 계승했다. 구정봉 산기슭에는‘월출산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이 자리하고 있다. 돌을 흙을 빗듯 자유자재로 다룬 점이 눈에 띈다.

미륵전으로 향하는 계곡 옆 데크길은 울울탕탕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로 가득하다. 용수(龍水)폭포는 낙차가 크지 않아도 거침없이 쏟아져 내린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에는 ‘도선교’와 ‘수미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수미교’에 접어들자 후욱~ 사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천연 에어컨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냉풍을 만끽했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한편 영암군은 ‘영암 무화과 축제’(9월 15~17일·전남도 농업박물관 일원)와 ‘월출산 국화축제 ’(10월 28~11월 2일·기찬랜드 일원) 등 가을축제를 개최한다. 무화과축제는 영암 대표 특산물인 무화과 재배농가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다. 또 국화축제는 국화의 향연(饗宴)과 함께 전시행사와 공연행사, 참여·체험행사, 부대행사(홍보·판매) 등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영암=전봉헌 기자 jbh@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