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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높이려면 아이낳기가 특권이어야-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4월 05일(수) 00:30
국가 운영 미혼 남녀 연결 사이트, 시험관 시술 무제한 무료 지원, 임신·출산비용 전액 지원, 산후우울증 등 산모 정신치료 관리, 출산시 부부 모두에게 16개월 유급 휴가, 12세 이하 아동 질병 치료시 최대 4개월 유급휴가, 3자녀 가정 승용차 구입시 1000만원 지급,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 아이낳기 약속한 여성 4000만원 대출(자녀수에 따라 1/3에서 전액까지 탕감), 해외 거주 자국민 복귀 프로그램 운영 …….

세계 여러나라들이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중인 출산 장려 정책들이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가 하면 ‘오죽 했으면’하는 짠한 제도, 엄청난 예산 투입은 기본이고 육아에 대한 전 사회적 참여 등 인구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저마다의 고육책이다. 이 시책들이 실제 출산율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한 측정은 어렵지만 이들 국가들의 출산율과 혼인율이 의미있는 증가 수치를 보이고 있음은 사실이다.



혼인 줄고·출산 꺼리는 분위기

우리 정부도 지난 16년간 수많은 출산정책에 280조원을 썼다. 하지만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의 합인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급기야 2022년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12만3800명이나 적었다. 이렇게 인구가 자연 감소되면서 대한민국은 지구에서 사라질 나라 중 단연 1순위가 됐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3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는 핵심 정책과 중장기 개혁 등 다수의 정책들이 발표됐다. 하지만 저출산의 직접적 원인과 근본적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면서도, 그 해법과 정책이 기존 정책을 업그레이드 하는 수준에 그쳤다.

젊은이들은 왜 아기를 낳지 않으려는 걸까. 오랜 기간 정부 연구 기관과 민간 영역에서 내놓은 저출산 원인 분석의 수많은 결과들은 기가막히게도 대동소이하다. 우선 비좁은 취업 관문에, 결혼·출산의 전제인 주거비 마련은 더욱 힘들다. 정작 아이를 낳아도 맡길 곳이 부족하고, 막대한 양육비는 맞벌이 중 한 사람의 급여를 포기해야 할 정도다. 덧붙여 엄청난 사교육비는 살인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은 출산율 하락의 1차적 원인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필요하고 과도한 경쟁 문화가 젊은이들의 행복감을 떨어뜨려, 아이낳기를 포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에는 현 정부도 문제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역대 정부를 포함해 현 정부까지 모두 저출산의 원인을 꿰뚫고 있는데, 출산율은 도리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는 청년 취업, 주택 문제, 양육 및 사교육 문제 등 출산을 가로막는 요소 중 단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한 정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10~20대 젊은이 중 절반 이상이 ‘자녀가 필요없다’고 답했으며, 국민(13세이상)의 절반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젊은이들이 1순위로 꼽은 취업 조건이 미래·장래성에서 급여로 바뀐 점에서 보듯, 경제(돈)가 현대 생활의 키워드로 자리한 시대적 맥락을 출산지원책에 반영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의 실수요자인 청년 세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우선이다. 출산은 인류 입장에서는 숭고한 행위지만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자 고비용에 무한책임까지 따르는 불안한 투자인 것이다. 이제 젊은이들에게 아기를 낳으라고 하려면 당위적인 설득으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그들이 출산후 지불할 경제적 부담보다 더욱 큰 기대 수익이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이 젊은 세대가 출산을 꺼리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더 파격적인 출산지원책 시급

우리 정부도 저출산 대책 예산을 매년 늘려 지난 한해에만 무려 46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 문제를 해결한 프랑스의 한해 예산 150조원에 비교하면 30% 수준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 수시로 논의됐지만 포퓰리즘을 의식해 유야무야됐던 신생아 1인당 1~2억원 지급이나 아동수당의 월 지원액을 100만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24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출생아 당 1억원 지불시 총 24조원이 들기 때문에 재정 투입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 재정에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국가 소멸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출산·육아와 관련한 현금 지원액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 모든 분야의 예산을 줄여서라도 출산지원을 늘리고, 부족하다면 빚이라도 내야 할 것이다. 현금 지원을 꺼리는 정책을 버리고 지금보다 더 선심적이고, 더 퍼주어야 한다. 출산이 젊은이들만의 특권이 될 때라야 비로소 출산율은 올라갈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국의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돌며 ‘이민 영업’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