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반발 여론에 후퇴…노동시간 50시간대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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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반발 여론에 후퇴…노동시간 50시간대로 정리
윤 대통령 “60시간 이상은 무리”
대통령실·노동부 엇박자 논란도
2023년 03월 16일(목) 19:15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주일 최대 근로 허용 시간이 ‘50시간대’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현재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인데,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개편 방안에 포함된 69시간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대통령실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16일 오전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일이 적을 때는 푹 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방안은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노사 합의를 거쳐 연장근로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다시 말해 ‘주 52시간’을 ‘주 평균 52시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노동부는 일하는 전체 시간은 절대 늘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청년 근로자들은 69시간이라는 수치에 주목했다. ‘주 52시간제’의 틀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노동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제’가 사실상 ‘주 69시간제’로 바뀌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윤 대통령은 입법 예고 8일 만인 지난 14일 개편안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날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준 셈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놓을 보완책에 담기는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보다 조금 많은 50시간 중후반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사태를 두고 노동부와 대통령실 사이 엇박자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69시간 논란은 노동부가 지난 6일 개편 방안을 발표하기 훨씬 전 이미 노동계를 뜨겁게 달궜다.

정부에 권고할 노동 개혁 과제를 연구한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작년 11월 언론에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면서 “산술적으로는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69시간은 일주일에 6일 일한다는 가정을 토대로 나온 수치로, 노동계는 7일 일할 경우 실제 최대 근로시간은 80.5시간에 달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노동부가 약 4개월 만인 지난 6일 발표한 개편 방안의 핵심이 ‘69시간’은 아니었다. 다만, “특정 주에 많이 일하면 다른 주는 더 일할 수 없는 구조다. 특정 주의 상한만 부각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한다”고 강조하기는 했다.

대통령실은 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할 당시 논란의 ‘주 최대 69시간’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대통령 질타를 받아들여 보완 대책을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나섰지만 난감한 상황이 됐다.

주 최대 69시간 상한을 50시간대로 대폭 낮춘다면 지금 제도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지적이 또 나올 수 있다. 근로시간제 유연화를 주장해온 재계 쪽에서는 당장 노동계가 이번 개편안을 왜곡 해석하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69시간이라는 숫자만 낮출 게 아니라 ‘근로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개편안 자체를 폐기하라고 벼르고 있다.

이정식 장관은 전날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사업장 관계자들,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을 잇달아 간담회를 한 이어 이날 오후에는 노동부 청년보좌역 등 20명으로 구성된 ‘2030 자문단’과 만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입법 예고 기간에 노동 약자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은 뒤 합리적인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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