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1950년대 조대신문에 발표한 ‘다형의 시’를 보다
다형기념사업회, ‘다형 김현승의 시간’ 출간
‘현대문학’ 200호에 실린 글 등 소개…제자와 일화도
2022년 05월 23일(월) 20:10
조선대 재직 시절 다형 김현승 시인은 손광은 시인 등 많은 후학들을 양성했다.
다형 김현승(1913~1975) 시인은 한국현대시단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지성 시인이다. 선비정신과 지사적 안목으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일궜던 남도의 대표 문인이다.

알려진 대로 다형의 고향은 평양이다. 그러나 목회자였던 부친 김창국 목사가 광주 양림교회로 부임하면서 자연스레 김현승 또한 광주에 정착했다. 이후 다형은 조선대 문학과에서 교수로 재임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는 등 지역 문학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다형이 조선대에 재직할 무렵 ‘조대신문’(1955년·1957년)에 발표했던 시와 산문을 비롯해 ‘現代文學’ 200호(1971년 8월호)를 맞아 발표한 글이 발굴, 소개돼 눈길을 끈다.

다형기념사업회(대표 백수인)가 최근 ‘다형 김현승의 시간’(한림)을 펴냈다. 이번 책 발간은 우리 문학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광주의 대표 시인 다형을 기리고자 기획했다.

백수인 대표는 “그와 함께 동행했던 동료 문인들도, 그의 그림자 아래에서 시를 배우고 따르던 제자들도 점점 과거의 시간으로 저물어가고 있다”며 “더 저물기 전에 그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모아두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출간 의미를 말했다.

이번 책에는 언급한 대로 김현승 시인이 조선대 문학과 교수로 재직할 무렵 ‘조대신문’에 발표했던 2편의 시와 4편의 산문이 수록돼 있다. 당시 조선대 문학과는 1946년 개교 이래 김기림이 ‘시론’과 ‘서양문예사조사’ 등의 과목을 강의했지만 그가 한국전쟁 중에 납북되면서 그 빈자리를 김현승이 이어가고 있었다. 1954년 9월 15일 창간한 ‘조대신문’은 당시 문학부장이던 극작가 장용건 교수가 관장을 했다.

다형의 시 ‘希望’은 ‘조대신문’ 제3호(1955년 7월 1일자)에, ‘여름放學’은 제5호(1957년 3월 15일자)에 실렸다. 산문 ‘世態論’은 제4호(1955년 9월 1일자)에, ‘中世文學序說’은 제5호에 수록됐다.

시 ‘희망’은 추상적 관념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작품으로 다형 연구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가장 최후에 엮은 ‘다형김현승전집’에도 누락된 작품으로 알려져 그 가치가 크다.

“希望,/ 너의 잔뼈가 자라는 땅은,/ 언제나 거칠고 외로운/ 나의 마음// 너를 세워/ 地表 위에 못 박으면,/ 너는 어둠에 빛나는 나의 十字架// 너를 깊이/ 陰府에 파 묻으면/ 너는 또한 純金처럼 더욱 芳醇하여 지더라…”

다형은 희망을 일컬어 “어둠에 빛나는 十字架”라고 노래한다. 비록 희망이 자라는 곳이 ‘거칠고 외로운 마음’이어도 언젠가는 순금처럼 향기롭고 빛나게 되리라는 것을 희원하고 있다.

또한 이번 책에는 ‘현대문학’ 200호에 다형이 창간호부터의 인연을 소개한 글도 수록돼 있다. “15,6년 전인 그때 나는 아직 광주에 있었는데 ‘현대문학’ 창간호에 실릴 시 청탁서가 왔다. ‘현대문학’이라는 새로운 문예지가 출현한다는 사실만도 문인으로서는 반가운 일인데, 창간호에 더군다나 시골에서 원고청탁서를 받았으니 아니 기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다형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 ‘견고(堅固)한 고독’에 대해서도 말한다. 역시 ‘현대문학’에 발표됐던 작품이다. “내가 쓴 가작(佳作)을 말할 때 대개는 ‘눈물’이나 ‘플라타너스’를 말하지만 나 자신은 ‘견고(堅固)한 고독’을 가장 아낀다.”

이번 ‘다형 김현승의 시간’에는 김현승 시인의 제자인 손광은·진헌성·이은봉 시인을 비롯해 문순태 소설가 등이 스승과의 인연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김포천 희곡작가는 서울 MBC, TV에 재직하던 시절 다형 선생과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이야기를 양림동 지킴이 한희원미술관장인 한희원 시인(화가)은 양림동과 김현승 시인에 대한 다양한 인연을 회고한 글을 실었다.

광주예총 임원식 회장(시인)은 ‘다형 김현승의 생애와 문학’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김현승은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큰 시인”이라며 “앞으로 다형에 대한 높은 평가에 걸맞은 현창 사업이 더욱 격조있게 이루어지려면 여러 가지 새로운 모색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