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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고 양형 기준 높였는데…현장 체감도는 ‘미지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달 앞두고 사업주·노동청 등 인식 눈높이 못미쳐
사업주 안전 소극적 투자·법원 솜방망이 처벌…산업재해 끊이지 않아
2021년 12월 01일(수) 21:50
/클립아트코리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한 산업현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사업주를 비롯, 법원·노동청 등의 인식은 지역사회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안전 조치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범위를 대폭 높인 뒤에도 법원 판결로는 별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안전에 대한 투자 등에 소극적인 사업주들로 인해 산업재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대법원이 산업재해 사건 권고형량 높였다는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에 대한 노동계와 사회적 인식을 반영, 양형 기준을 상향시켰지만 실제 판결 결과는 기존과 별 차이가 없어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억제력이 제대로 작용할 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0일 법조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3월 확정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은 지난 7월 이후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양형위원회는 노동자가 사망한 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에 대한 양형기준을 기본 6개월~1년 6개월에서 징역 1년∼2년 6개월로 상향했다. 또 여러 명의 노동자가 다치거나 숨진 경우, 5년 이내 반복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가중처벌 대상으로 포함해 최대 징역 10년 6개월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새로운 양형기준 적용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지난 7월 22일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곡성 지중화공사장 현장소장 A(42)씨와 굴착기 기사 B(42)씨에 대한 형량은 벌금형에 머물렀다.

재판부는 굴착기를 후진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감리사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한 A씨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굴착기 기사 B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공사를 맡은 회사에게도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8개월, B씨에게 금고 6개월, 회사에 대해서는 벌금800만원을 구형했었다. 범행을 인정·반성하고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이 반영됐다.

지난 8월 17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건물 외벽도장공사(도급액 800만원)를 맡았던 사업주 C(63)씨는 같은 날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C씨는 안전 난간 또는 추락 방지망을 설치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건물 4층 옥상에서 외벽도장 작업을 하던 피해자가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검찰은 징역 4개월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초범으로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같은 날, 같은 혐의로 기소된 건설회사 이사 D(60)씨와 회사에 대해 각각 벌금 700만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각각 징역 4개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었다. D씨는 17억원짜리 나주지역 아파트 하자보수공사를 도급받아 외부 창호 작업을 진행하다 안전대 및 구명줄 설치 등의 조치를 소홀히해 작업자가 추락해 숨지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모두 산업현장 안전조치를 소홀히한 혐의로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지만 두 사건의 경우 검찰의 구형량, 법원 선고형량 모두 새로운 양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권오산 광주·전남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산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양형은 언론 등 이목이 쏠리는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업현장 안전을 강화하고 노동자 사망사고와 중대 재해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인식에 법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시각이 감지된다.

민변 소속 변호사는 “산업현장 내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반면, 법원 판결은 강화된 양형기준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업주들의 합의 시도가 많아졌다는 반응도 보인다. 박철 변호사는 “산안법 판결의 경우 피해자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피해자들이 처벌을 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내 법원에서 선처의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줄기는 커녕 늘어난 산업재해=산업재해 사고는 전년도에 견줘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1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광주노동청 관할지역 내 발생한 산업재해로 인한 재해 요양자는 1만 671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9586명)보다 1000여명 늘어났다.

산업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20분께 장성군 대양그룹 계열사인 대양판지㈜ 장성공장에서는 작업 설비에 노동자가 끼어 중상을 입었다.

피해 노동자는 가동중인 기계가 멈춰서자 멈춰진 기계사이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예전에 사고 위험성을 들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150건이 넘는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 등을 확인해 고발했지만 조사가 늦어지면서 사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노동청은 자신들이 위촉한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고발에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조사를 미루다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또 1일 오전 11시께 영암군 삼호읍 난전리 한 부두에서도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선박용 컨테이너 고정 구조물을 제작하던 노동자 2명이 작업을 하다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11m 아래 바닥으로 추락, 한 명이 숨지고 베트남 국적 노동자(43)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