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까-채희종-사회부장 겸 편집부국장
“약자의 배를 소리 없이 가르는 이 은밀하고 비열한 돈의 전투에서는 더 이상의 관계도, 혈연도, 우정도 없었다. 거기에는 오직 먹히지 않기 위해 먹어야 하는 약육강식의 잔혹한 법칙만이 존재했다. … 돈이란 인생 그 자체요! 돈을 없애 보시오.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을 거요” 에밀 졸라가 1891년 발표한 소설 ‘돈’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 소설은 프랑스 금융가와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돈의 욕망에 휩싸인 각계각층의 군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정확히 130년 전에 발간됐지만 주제나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시대적 거리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작품이다. 주식 투자에 빠져 딸의 곤경을 외면한 부부, 주가 폭락으로 수많은 개인 투자자를 파산시킨 금용인, 주식 정보를 얻기 위해 몸을 파는 귀족부인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공교롭게도 이 인물들은 최근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의 배역과 너무도 닮아 있다.
‘오징어게임’과 에밀 졸라의 ‘돈’
‘오징어게임’은 은행과 사채 빚에 쫓기며 인생 막장에 다다른 456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상금 456억 원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데스게임을 다룬 드라마이다. 여기에는 자동차회사에서 퇴출당한 후 치킨집을 하다가 망해 수억 원의 빚을 지면서 어머니 치료 기회마저 놓친 ‘기훈’(이정재)과 잘나가던 서울대 출신 금융인이지만 주식·선물투자 실패로 수십억 원의 빚과 횡령으로 쫓기는 ‘상우’(박해수), 살기 위해 힘 있는 조폭에게 몸을 팔기도 하는 여성 등 456억 원을 쫓아 죽음의 게임을 벌이는 다양한 ‘루저’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야기의 배경과 시기만 다를 뿐, 일확천금을 꿈꾸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오징어게임으로 대거 이동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오징어게임’은 돈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러야 한다는 점에서 어른들의 마지막 남은 동심마저 파괴한다. 보는 내내 심기가 편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과 배려심을 잊지 않은 가장 인간적인 ‘기훈’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달까. 드라마는 데스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참가자 한 명당 목숨 값 1억 원, 총 456억 원이 들어 있는 초대형 투명 돼지저금통을 시도 때도 없이 클로즈업한다. 여기에 돼지저금통 액수의 456만 분의 1인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네 차례 정도 클로즈업 된다.
456억 원이라는 거금을 거머쥔 기훈은 전혀 행복해하지 않는다. 기훈은 자신의 우승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참가자들의 목숨 값인 상금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제작진의 의도인지 꿈보다 해몽인지 모르겠지만 기훈은 456억 원을 갖는 순간보다 만 원을 쓸 때 더 행복한 표정을 짓는 듯했다.
실제로도 만 원짜리 한 장을 훨씬 가치 있게 썼다. 게임에 참가하기 전 일이다. 기훈은 이혼 후 떨어져 사는 딸의 생일을 챙기려 하지만 손에는 만 원짜리 한 장 밖에 없다. 그럴싸한 선물을 장만하기에는 턱 없이 모자란 1만 원을 천 원짜리 지폐로 바꿔 인형뽑기 기계에서 뽑은 인형으로 선물을 마련하고, 남은 돈으로 딸과 떡볶이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후 오징어게임 참가자 모집책과 딱지치기 게임을 통해 번 수십만 원 가운데 1만 원으로 어머니에게 드릴 고등어를 산다.
그렇게 살다가 우연히 게임에 참가하게 되고 우승까지 한 뒤 상금 456억 원이 들어 있는 카드로 첫 인출을 하면서 1만 원만을 뽑는 장면은 TV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 돈 1만 원은 후배 어머니 생선가게에서 또다시 고등어 구입 용도로 사용되지만 이때는 후배 어머니가 기훈이 어머니 갖다 드리라며 받지 않는다. 거액을 통장에 둔 채 한 푼도 쓰지 않는 기훈에게 면담을 요청한 은행장으로부터 기훈은 1만 원을 빌리고, 이 돈은 꽃 파는 노인으로부터 장미를 사는 데 쓰인다.
꽃 파는 노인과 폐지 줍는 할머니
이 드라마가 아무리 1만 원의 가치와 행복을 역설해도 그게 456억 원의 가치보다 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수천억 원을 가진 재벌이 형제가 가진 또 다른 수천억 원을 뺏기 위해 소송하는 일이 흔한 것을 보면, 행복의 조건으로서의 돈은 액수보다는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만 원을 어떻게 쓰면 행복할까’하는 생각으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해 봤다. 그러다 일주일 전 드디어 1만 원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휴일 산책 도중에 만난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에 1만 원을 놓아 드린 것이다. 할머니는 처음엔 괜찮다며 거절하셨지만 이내 고맙다며 받으셨다.
다행히 그 할머니는 받으셨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어느 여름날, 한 할머니는 “나는 자식이 있어 괜찮으니 혼자 사는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 이후로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망설여졌다. 여러분은 1만 원으로 어떤 행복을 살 수 있겠는지,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기를.
‘오징어게임’은 은행과 사채 빚에 쫓기며 인생 막장에 다다른 456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상금 456억 원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데스게임을 다룬 드라마이다. 여기에는 자동차회사에서 퇴출당한 후 치킨집을 하다가 망해 수억 원의 빚을 지면서 어머니 치료 기회마저 놓친 ‘기훈’(이정재)과 잘나가던 서울대 출신 금융인이지만 주식·선물투자 실패로 수십억 원의 빚과 횡령으로 쫓기는 ‘상우’(박해수), 살기 위해 힘 있는 조폭에게 몸을 팔기도 하는 여성 등 456억 원을 쫓아 죽음의 게임을 벌이는 다양한 ‘루저’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야기의 배경과 시기만 다를 뿐, 일확천금을 꿈꾸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오징어게임으로 대거 이동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오징어게임’은 돈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러야 한다는 점에서 어른들의 마지막 남은 동심마저 파괴한다. 보는 내내 심기가 편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과 배려심을 잊지 않은 가장 인간적인 ‘기훈’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달까. 드라마는 데스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참가자 한 명당 목숨 값 1억 원, 총 456억 원이 들어 있는 초대형 투명 돼지저금통을 시도 때도 없이 클로즈업한다. 여기에 돼지저금통 액수의 456만 분의 1인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네 차례 정도 클로즈업 된다.
456억 원이라는 거금을 거머쥔 기훈은 전혀 행복해하지 않는다. 기훈은 자신의 우승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참가자들의 목숨 값인 상금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제작진의 의도인지 꿈보다 해몽인지 모르겠지만 기훈은 456억 원을 갖는 순간보다 만 원을 쓸 때 더 행복한 표정을 짓는 듯했다.
실제로도 만 원짜리 한 장을 훨씬 가치 있게 썼다. 게임에 참가하기 전 일이다. 기훈은 이혼 후 떨어져 사는 딸의 생일을 챙기려 하지만 손에는 만 원짜리 한 장 밖에 없다. 그럴싸한 선물을 장만하기에는 턱 없이 모자란 1만 원을 천 원짜리 지폐로 바꿔 인형뽑기 기계에서 뽑은 인형으로 선물을 마련하고, 남은 돈으로 딸과 떡볶이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후 오징어게임 참가자 모집책과 딱지치기 게임을 통해 번 수십만 원 가운데 1만 원으로 어머니에게 드릴 고등어를 산다.
그렇게 살다가 우연히 게임에 참가하게 되고 우승까지 한 뒤 상금 456억 원이 들어 있는 카드로 첫 인출을 하면서 1만 원만을 뽑는 장면은 TV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 돈 1만 원은 후배 어머니 생선가게에서 또다시 고등어 구입 용도로 사용되지만 이때는 후배 어머니가 기훈이 어머니 갖다 드리라며 받지 않는다. 거액을 통장에 둔 채 한 푼도 쓰지 않는 기훈에게 면담을 요청한 은행장으로부터 기훈은 1만 원을 빌리고, 이 돈은 꽃 파는 노인으로부터 장미를 사는 데 쓰인다.
꽃 파는 노인과 폐지 줍는 할머니
이 드라마가 아무리 1만 원의 가치와 행복을 역설해도 그게 456억 원의 가치보다 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수천억 원을 가진 재벌이 형제가 가진 또 다른 수천억 원을 뺏기 위해 소송하는 일이 흔한 것을 보면, 행복의 조건으로서의 돈은 액수보다는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만 원을 어떻게 쓰면 행복할까’하는 생각으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해 봤다. 그러다 일주일 전 드디어 1만 원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휴일 산책 도중에 만난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에 1만 원을 놓아 드린 것이다. 할머니는 처음엔 괜찮다며 거절하셨지만 이내 고맙다며 받으셨다.
다행히 그 할머니는 받으셨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어느 여름날, 한 할머니는 “나는 자식이 있어 괜찮으니 혼자 사는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 이후로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망설여졌다. 여러분은 1만 원으로 어떤 행복을 살 수 있겠는지,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