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광주 서석동 검은책방흰책방
![]() 광주 유일의 문학 전문 서점인 ‘검은책방흰책방’에서는 다양한 독서모임과 낭독회가 열린다. |
‘(중략) 세계는 깊은 곳에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빛나고 /검은 글씨와 흰 종이의 아름다움처럼 / (중략) 이곳에서 다시 말을 배우고 싶다 다시’(이은경 ‘가장 가까이 있는 말로’ 중)
검은 글씨와 흰 종이는 책을 떠오르게 하고, 소설은 검은색으로 시는 흰색으로 다가온다는 이은경 대표는 그렇게 문학전문서점 ‘검은책방 흰책방’(이하 ‘검흰’)을 광주시 동구 서석동에 오픈했다.
전국에 문학을 전문으로, 시와 소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은 얼마나 될까? 이 대표의 말로는 6~7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중에 한 곳이 광주에 있다고 하니 감사할 일이다. ‘검흰’을 알게 된 건, 나도 서점을 오픈하기 이전이었다. 광주에 책방이 생기면 반가운 마음에 검색해서 찾아가 보곤 했는데 문학 전문서점이라니 반가웠었다. 그게 바로 4년 전 일이다. 소설은 좋아했지만 시는 전무했었는데 넌지시 시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이것저것 물어보시며 시집을 추천해 주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전문’이라는 단어를 간판에 내건 서점 주인장답게 정말 시와 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게 절로 느껴졌었다.
이곳 전문 서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학책들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어렵다로, 누군가는 깊이 있다, 또 누군가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전문’으로 오랫동안 그 분야를 깊이 알고 있는 이가 추천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책들이 함께 놓여 있다. 그래서일까. 동행 한 지인은 예술적 분위기가 난다고 한다. 비정형화된 곳에서 책이 쌓여 있고 예상치 못한 책을 발견하게 되는 예술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다 보니 왠지 모르게 문학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
서점은 2층에 자리하는데,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검흰’의 걸어온 역사를 알 수 있는 ‘낭독회’ 포스터들이 하나하나 붙어 있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 보면 오~우아~ 가 절로 나오게 되는 시인과 소설가들이 많이도 다녀갔다. 지금까지 42회의 낭독회가 열렸다.
실은 나도 낭독회를 처음 접한 게 ‘검흰’ 서점이었다. ‘백의 그림자’ 황정은 작가를 만났고,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시인을 만났었다. 이 서점이 아니었다면 만나볼 수 없는 작가를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렇게 많은 낭독회를 꾸준히 진행해 온 이유는 뭘까? 낭독은 작가의 육성으로 작가가 시를 썼을 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작가가 느끼는 것을 느끼게 하고, 그 시를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노신사 한 분이 서점에 오셨다. 서로 아는 사이인지 인사를 나누고는 책 추천을 요청하신다. 예술, 문학, 철학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가와 책 제목을 알려주고 어떤 책인지도 짧게 나눈다. 노신사는 추천해 주시는 책이 마음에 드셨는지 꽤 무거울 양의 책을 구입해서 나가셨다.
그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전문’ 서점 대표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시와 소설, 예술서, 철학서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문서적을 서점에서 강독 모임으로 꾸준히 책을 읽어 나간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다가 포기한, 혼자서는 읽기 엄두가 안나는 힘든 책들을 강독으로 함께 읽어 나간다. 어떤 책일까?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알베르 카뮈의 여러 책들, 한나 아렌트의 책들도 그렇게 읽어 나갔다.
오시는 손님들의 취향으로 또 다른 책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서점에 자주 오시는 손님들이 읽고 싶은 책이 있어(혼자 읽기 힘든 책?!) 자체적으로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4~5명 있으면 시작할 수 있으니 공간을 열어주고 때로는 공지로 참여자를 모집해 주기도 해 대부분 6개월 이상을 했다.
‘검흰’의 최초의 독서모임 멤버는 3명이었다. 책방 대표와 최근 문학동네에서 ‘창작 스터디’를 출간한 다희 씨, 문학잡지 ‘공통점’ 멤버인 서영 씨였다. 오픈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자주 오던 손님은 둘에게 ‘뭐 읽고 싶은 책 없어요?’로 시작했다. 제목도 기억 안 나는데 읽고 싶다는 책이 철학 개론서였다. 6개월을 세 명이서 재밌게 읽었다. ‘검흰’은 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찾아왔다가도 모임으로 이어지게 된다. 누구 하나라도 이 책을 읽고 싶으면 이 대표는 그 자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손님을 떠나서 책을 안 사도, 책방에 안 와도 친구처럼 술도 마시고 밥을 먹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또 고민 상담하러 오는 분들도 있는데 연애 상담도 하고 인생 상담도 한다.(와. 책방 사장님, 대단하시다) 한 번은 독서모임에서 알 게 된 분이 글을 보여주시는데 글이 좋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좋은 시여서 책을 내면 좋겠다고 옆에서 응원하면서 글 수정도 봐드렸는데 전라도 닷컴으로 책이 출판됐다. 최근엔 ‘검흰’의 첫 독서모임 멤버였던 다희 씨가 등단 후 문학동네에서 시집을 출간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문창과 학생들도 서점에 종종 오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봤던 그 친구들이 등단하는 걸 보게 된다. 그런 소식을 들으면 참 반갑다.
문학 전문서점이라는 타이틀로 오랜 시간을 운영하는 시간 동안 애로사항도 있지만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데 힘을 주는 가까운 이가 있다. 이 대표 남편인 소설가 김종호 씨다. (오픈 때는 공동 운영을 계획했는데 지금은 다른 일을 하면서 서점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공모 사업의 실무행정 처리도 하고 행사 스텝으로 도와주기도 하고 모임 진행을 맡아 주기도 한다. 소설가로 인맥이 넓어서 작가 섭외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검흰’은 문학전문책방으로 출발했다. 자기 색깔이 필요하다. 글 쓰는 사람의 자리가, 작가의 자리가 많지는 않다. ‘검흰’은 광주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공간은 처음부터 문학적 교류를 하기 위해 만들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문학적 공유와 매개로 인문학을 깊이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긴 장마가 연일인 여름이다. 시인의 시 한 구절 소리 내어 읽어 보고, 소설가의 한 작품을 조용히 눈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생긴다. 누구보다도 문학을 사랑하는 책방 지기가 있는 ‘검은책방 흰책방’에 들러 삶이 담긴 시든 소설이든 한 권을 추천받아 보면 좋겠다. 이번 여름휴가와 함께 말이다. 서점에 들러 이 대표의 책 추천으로 문학을 조금 가깝게 알게 되는 유익한 짧은 시간도 갖게 될 거다.
/윤샛별 러브앤프리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검은책방흰책방’이 추천합니다
▲‘시 창작 스터디’
존재와 순간의 현상학. 모든 선입견을 다 벗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와 순간에 이르는. <이다희 지음>
▲‘화이트 호스’
세상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려는 여자들의 가려진 이야기. <강화길 지음>
▲‘긴 호흡’
시인이 자연을 산책하고 책을 읽으며 쓴 에세이. 고요하고 자연친화적인 감수성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 <메리 올리버 지음>
검은 글씨와 흰 종이는 책을 떠오르게 하고, 소설은 검은색으로 시는 흰색으로 다가온다는 이은경 대표는 그렇게 문학전문서점 ‘검은책방 흰책방’(이하 ‘검흰’)을 광주시 동구 서석동에 오픈했다.
서점은 2층에 자리하는데,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검흰’의 걸어온 역사를 알 수 있는 ‘낭독회’ 포스터들이 하나하나 붙어 있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 보면 오~우아~ 가 절로 나오게 되는 시인과 소설가들이 많이도 다녀갔다. 지금까지 42회의 낭독회가 열렸다.
![]() 낭독회에 참여한 이성민 작가. |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노신사 한 분이 서점에 오셨다. 서로 아는 사이인지 인사를 나누고는 책 추천을 요청하신다. 예술, 문학, 철학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가와 책 제목을 알려주고 어떤 책인지도 짧게 나눈다. 노신사는 추천해 주시는 책이 마음에 드셨는지 꽤 무거울 양의 책을 구입해서 나가셨다.
그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전문’ 서점 대표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시와 소설, 예술서, 철학서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문서적을 서점에서 강독 모임으로 꾸준히 책을 읽어 나간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다가 포기한, 혼자서는 읽기 엄두가 안나는 힘든 책들을 강독으로 함께 읽어 나간다. 어떤 책일까?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알베르 카뮈의 여러 책들, 한나 아렌트의 책들도 그렇게 읽어 나갔다.
오시는 손님들의 취향으로 또 다른 책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서점에 자주 오시는 손님들이 읽고 싶은 책이 있어(혼자 읽기 힘든 책?!) 자체적으로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4~5명 있으면 시작할 수 있으니 공간을 열어주고 때로는 공지로 참여자를 모집해 주기도 해 대부분 6개월 이상을 했다.
‘검흰’의 최초의 독서모임 멤버는 3명이었다. 책방 대표와 최근 문학동네에서 ‘창작 스터디’를 출간한 다희 씨, 문학잡지 ‘공통점’ 멤버인 서영 씨였다. 오픈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자주 오던 손님은 둘에게 ‘뭐 읽고 싶은 책 없어요?’로 시작했다. 제목도 기억 안 나는데 읽고 싶다는 책이 철학 개론서였다. 6개월을 세 명이서 재밌게 읽었다. ‘검흰’은 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찾아왔다가도 모임으로 이어지게 된다. 누구 하나라도 이 책을 읽고 싶으면 이 대표는 그 자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손님을 떠나서 책을 안 사도, 책방에 안 와도 친구처럼 술도 마시고 밥을 먹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또 고민 상담하러 오는 분들도 있는데 연애 상담도 하고 인생 상담도 한다.(와. 책방 사장님, 대단하시다) 한 번은 독서모임에서 알 게 된 분이 글을 보여주시는데 글이 좋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좋은 시여서 책을 내면 좋겠다고 옆에서 응원하면서 글 수정도 봐드렸는데 전라도 닷컴으로 책이 출판됐다. 최근엔 ‘검흰’의 첫 독서모임 멤버였던 다희 씨가 등단 후 문학동네에서 시집을 출간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문창과 학생들도 서점에 종종 오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봤던 그 친구들이 등단하는 걸 보게 된다. 그런 소식을 들으면 참 반갑다.
![]() 다양한 소설과 시를 만날 수 있는 서가. |
‘검흰’은 문학전문책방으로 출발했다. 자기 색깔이 필요하다. 글 쓰는 사람의 자리가, 작가의 자리가 많지는 않다. ‘검흰’은 광주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공간은 처음부터 문학적 교류를 하기 위해 만들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문학적 공유와 매개로 인문학을 깊이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긴 장마가 연일인 여름이다. 시인의 시 한 구절 소리 내어 읽어 보고, 소설가의 한 작품을 조용히 눈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생긴다. 누구보다도 문학을 사랑하는 책방 지기가 있는 ‘검은책방 흰책방’에 들러 삶이 담긴 시든 소설이든 한 권을 추천받아 보면 좋겠다. 이번 여름휴가와 함께 말이다. 서점에 들러 이 대표의 책 추천으로 문학을 조금 가깝게 알게 되는 유익한 짧은 시간도 갖게 될 거다.
/윤샛별 러브앤프리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검은책방흰책방’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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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려는 여자들의 가려진 이야기. <강화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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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자연을 산책하고 책을 읽으며 쓴 에세이. 고요하고 자연친화적인 감수성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 <메리 올리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