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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산 영화창의도시
‘아시아의 칸’ 부산의 미래 비전은 ‘Film For All’ <모두를 위한 영화>
2020년 07월 13일(월) 00:00
부산시는 지난 2014년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독립영화협회, 단편영화협회, 어린이 영화제 조직위원회 등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들과 함께 다양한 창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의 원동력인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제공=부산 영화의전당>
3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 영화의전당(이하 영화의 전당)은 예전 모습 그대로 였다. 학사모를 연상케 하는 초대형 빅루프(big roof)는 바로 옆에 자리한 압도적인 스케일의 해운대 센텀시티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19 위세에는 영화의 전당 역시 속수무책(?)인 듯 했다.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한 ‘2020 부산푸드필름 페스타’(Busan Food Film Festival·이하 BFFF, 7월3~5일)를 보니 새삼 실감이 났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부산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빈 자리가 눈에 많이 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제에 참가한 이들의 에너지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 ‘더 디너’ ‘용길이네 곱창집’ 등을 보면서 행사장 주변의 푸드 트럭에서 취향에 맞는 음식을 즐겼다. 말 그대로 음식과 영화를 한 자리에서 맛보는 시간이었다.

푸드필름페스타.
지난 2017년 창설된 ‘부산푸드필름페스타’는 영화창의도시 부산의 지향점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부산의 대표 브랜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순수예술로서의 영화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민간단체와의 콜라보인 BFFF는 ‘산업’에 방점을 뒀다. 음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장(場)을 통해 부산의 영화산업과 식품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영화를 예술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부산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부산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영화의 도시’다. 지난 1996년 국내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출발한 BIFF는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넘버 원 영화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부산을 상징하는 문화 브랜드가 됐다. 매년 10월 BIFF의 레드카펫에는 국내 톱스타는 물론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지난 1999년 전국 최초로 발족된 부산영상위원회와 국내 1호 예술영화전용관 ‘시네마 테크 부산’ 설립은 BIFF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부산 영화의전당 전경.
지난 2014년, 영화의 도시 부산은 제2의 도약을 맞는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UCCN)의 영화 분야에 지정된 것이다. 당시 부산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을 두고 일각에선 이례적인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미 국제 영화계에서 ‘아시아의 칸’으로 통하는 부산으로서는 굳이 ‘유네스코’라는 타이틀이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한해 682억 원(2019년 기준)에 달하는 영화·영상산업의 예산규모가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부산시의 판단은 달랐다. 지속가능한 영화도시의 미래를 위해선 UCCN 회원도시간의 경험 공유와 상호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유네스코의 문을 두드렸다.

부산시가 준비기간 1년 만에 창의도시로 선정된 데에는 탄탄한 인프라가 큰 몫을 했다. 올해로 창설 25주년을 맞은 BIFF를 필두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 청소년 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부산대학영화제, BFFF, 부산국제여행영화제 등 매년 크고 작은 민·관 프로젝트들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9 레지던시 제작현장.
무엇보다 지난 2018년 부산시는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부산 영화의전당에 관련사업을 위탁했다. UCCN 가입 직후 줄곧 시 영상콘텐츠산업과에서 맡아온 사업을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영화의 전당에 넘기고 대신 담당 공무원 1명이 지역사회와의 가교역할을 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시로 부터 위탁운영을 맡은 영화의전당은 영화현장에서 활동해온 김은혜씨를 전문위원으로 영입하는 등 3명의 전담인력을 시네마테크 팀에 배치해 업무의 전문성을 꾀했다. 특히 통상 1년 단위로 순환 배치되는 시청 담당공무원의 임기를 최소 3년으로 제한해 영화의전당과의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지역 영화인들과의 소통이다.

이승진 영화창의도시 운영팀장(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팀장)은 “영화창의도시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는 시가 추진하는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비전과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라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이나 활동가 6명을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 현장의 목소리가 창의도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매년 4차례 만남의 자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전당이 운영하는 영화제작 워크숍.
특히 교육은 부산시가 UCCN 가입이후 공들여 온 분야이다.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부산의 비전은 ‘모두를 위한 영화’(Film For All). 즉,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영화 관련 교육이나 생산, 소비, 향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는 지속적이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인력 양성에서 부터 시민들의 ‘시네마 리터러시’를 높이는 프로그램에 올인하고 있다.

인상적인 건 연령별, 계층별로 세분화된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어린이, 청소년의 경우 부산시, 영화진흥위원회와 손잡고 학교 정규 과정의 일환으로 필름 리터러시 교육을 운영한다. ‘영화 읽기’, ‘스마트폰 영상제작’, ‘진로체험’ 등 미래 세대의 미디어 체험에 포커스를 맞춘 이들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기준 56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시민대상 프로그램은 단순한 영화 감상에 머물지 않고 영화비평입문, 시민평론가 과정, 영화비평 공모전 등 영화활동가로서 삶의 질을 충만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부산영상위원회와 공동으로 미취업 전공자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교육 커리큘럼(220시간), 현장실습(80시간), 멘토링 과정(포트폴리오 제작 지원), 취업캠프(교육생-업계간 네트워킹)를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펴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유네스코 본부가 4년마다 실시하는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성과보고서’ 평가 전 분야에서 최고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와함께 부산시는 오는 2021년 유네스코 의장도시 지정을 목표로 또 한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다양한 시민 참여형 영화영상 정책을 개발하는 등 세계적 영화특화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 부산=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는’

브래드포드·시드니 등 18개 도시 가입



‘유네스코 창의도시’라는 명칭은 문학·음악·공예·디자인·영화·미디어아트·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동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도시에 부여된다. 현재 80개국 246개 도시(2019년 말 기준)가 가입된 UCCN에서 영화창의도시는 16개국 18개 도시가 있다. 2009년 첫 지정된 영국의 브래드포드를 비롯해 호주 시드니, 아일랜드 골웨이, 브라질 산투스, 이탈리아 로마, 폴란드 우츠, 독일 포츠담, 뉴질랜드 웰링톤, 인도 뭄바이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