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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통영음악창의도시
전통음악에 ‘윤이상’ 레거시 접목…글로벌 음악도시로
글로벌 클래식축제 ‘통영국제음악제’
창의도시 전담 컨트롤타워 통해
국제교류…‘유네스코 효과’ 톡톡
한예종과 함께 ‘음악영재의 산실’
문화·관광 시너지 극대화
2020년 06월 15일(월) 00:00
유네스코음악창의도시를 탄생시킨 거점 공간인 통영국제음악당 야경모습. 매년 3월말에 개최되는 통영국제음악제(TIMF)의 무대이기도 하다. <사진제공-통영국제음악재단>
매년 3월말이면 전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통영을 찾는다. 봄의 길목인 3월말에서 4월초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TIMF)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0년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고 윤이상(1917~1995)을 기리기 위해 ‘통영현대음악제’로 출범한 후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로 새롭게 태어난 국내 최대의 클래식 음악축제다. 창설 19년 만에 독일의 유력지인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 차이퉁으로 부터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라고 평가를 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특히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TIMF 프린지 페스티벌은 도시 전체를 아름다운 음악 선율로 물들인다. 평소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 문외한이라도 축제기간에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음악을 즐긴다.

며칠 전, 취재차 찾은 통영국제음악당은 예년과 달리 무거운 적막감이 감돌았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 TIMF와 올해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취소된 탓이다. 불과 몇개월전 만해도 관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던 음악당의 로비는 썰렁했고 메인 무대인 콘서트홀(1309석)역시 굳게 닫혀 있었다. 새삼 코로나19의 ‘그늘’이 얼마나 짙고 깊은지 실감했다.

하지만 음악당 곳곳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공연장에 어울리는 화려한 발자취가 남아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건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한국이 낳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 통영을 다녀간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사진에서 음악당의 위상이 엿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통영국제음악당(음악당)은 예술가들이라면 한번쯤 공연하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김대진, 문지영, 첼리스트 양성원 등 통영과 인연을 맺은 이들 연주자들은 음악당에서 자신의 음반을 녹음했다. 다니엘 호프는 2016년 TIMF에서 연주한 후 공연장의 소리에 감명을 받아 아예 음반녹음까지 했다. 지난해 이곳에서 콘서트를 가진 조성진은 “솔직히 국내 공연장 중 음향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울림도 적당하고, 연주회장 크기도 적당해서 독주회를 하기에 훌륭하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통영국제음악제
이처럼 내로라 하는 거장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TIMF는 통영의 미래를 바꾼 진원지이다. 유치환, 김춘수, 박경리 등 유명 문인들을 배출한 예향이지만 전 세계가 인정하는 음악도시로 부상한 데에는 윤이상과 그의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TIMF의 공이 크다. 쇼팽이나 차이콥스키의 이름을 딴 국제음악콩쿠르가 폴란드와 러시아의 브랜드이듯 TIMF는 해외 음악계에서 통하는 문화자산이 됐다.

마침내 지난 2015년 통영시는 글로벌 음악 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음악창의도시’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아시아에서는 일본 하마마츠에 이어 두번째이자 세계에서는 10번째였다. 인구 13만 명의 항구도시였던 통영으로는 ‘아시아의 비엔나’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쾌거였다.

그렇다고 TIMF만으로 통영이 음악창의도시가 된 건 아니다. 지난 2015년 7월 통영시는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지정추진위원회에 네트워크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승전무, 통영오광대, 남해얀 별신굿 등 전통음악을 소개했다. 여기에 윤이상 선생과 TIMF, 통영국제음악당(2013년 건립) 등을 내세워 ‘준비된’ 음악 창의도시로서의 강점을 알렸다. 또한 관련 전담팀을 만들고 여러 차례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열어 음악창의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는 데 힘을 모았다.

당시 김동진 시장이 보여준 의지는 유명하다. 그는 가입 신청에 앞서 두차례나 스페인 세비야, 이탈리아 볼로냐, 독일 만하임 등 기존 음악창의도시 관계자들을 초청해 자문을 구했는 가 하면 일본 가나자와에서 열린 유네스코 본부와 창의도시네트워크 총회를 직접 방문, 통영의 뜻을 적극 알렸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과의 활발한 국제교류활동 등 시가 보유하고 있는 음악자산과 비전을 담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의 플로리안 리임 대표
통영시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es Network·UCCN)에 가입 후 글로벌 도시로서의 격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외국인 출신을 통영국제음악당 대표로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2014년 통영시는 뮌헨 출신의 첼리스트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한 플로리안 리임에게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추진 프로젝트의 총괄 디렉터를 맡긴 후 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로드맵을 설계하도록 했다. 또한 UCCN 가입후 30여 명으로 구성된 통영국제음악재단을 ‘통영음악창의도시’(http://music.tongyeong.go.kr)의 콘트롤타워로 격상시켰다.

지난 2015년부터 플로리안 리임이 이끌고 있는 통영국제음악재단은 TIMF를 비롯해 전통음악, 현대음악, 음악문화산업을 창의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통영뮤직캠프, 지역 음악인(윤이상·정윤주) 선양사업, 미래의 음악인재를 키우는 장학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UCCN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음악창의도시인 독일의 하노버 소년합창단, 일본 가나자와의 청소년 음악공연단 교류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UCCN으로 이뤄낸 성과 가운데 하나는 음악창의도시의 미래를 여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지역의 청소년들이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본 공연에 앞서 음악당에서 ‘스쿨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한해 평균 2만 여 명의 학생들이 무료로 수준높은 문화향유의 혜택을 받는다. 이와 관련 최근 통영시는 국비공모사업인 ‘예술영재육성 지역확대사업’에 선정돼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공동으로 한국의 음악영재들을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플로리안 리임 대표는 “그동안 TIMF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초청할 수 있었던 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라는 공인된 브랜드의 힘이 컸다”면서 “단순한 클래식 음악축제의 개최지에서 벗어나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힐링의 도시로 변신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통영=박진현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는’ 통영·대구·리버풀 등 52개 가입

‘유네스코 창의도시’라는 명칭은 문학·음악·공예·디자인·영화·미디어아트·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동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도시에 부여된다. 현재 80개국 246개 도시(2019년 말 기준)가 가입된 UCCN에서 음악창의도시는 통영, 대구를 비롯해 52개 도시가 있다. 스페인의 세비야, 이탈리아의 볼로냐, 영국의 리버풀, 독일의 만하임, 쿠바 하바나, 호주의 애들레이드, 미국의 캔사스시티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