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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주음식창의도시
‘슬로푸드’ 비빔밥…정교한 질감과 맛으로 세계를 비비다
한국전통문화전당 내 한식창의센터
전주 한식산업 세계화 ‘컨트롤타워’
먹고 만들고 즐기는 ‘비빔밥 축제’ 눈길
전담 조직, 외부 전문가로 전문성 높여
음식문화 기록 아카이브 구축 추진
2020년 06월 29일(월) 00:00
올해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가입된지 8주년을 맞은 전주시는 전주음식의 아카이브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각종 문헌과 주한미국공사관 해군무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가 기록한 아침상 등을 토대로 재현한 조선시대 전라감영 외국인 접대밥상(일명 포크밥상). ⓒ김내성 작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지난달 중순, 취재차 한국전통문화전당(전북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20)에 도착하니 얼추 점심시간이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유네스코 전주 음식창의도시의 조직과 관련 시설이 들어서 있는 거점공간이다. 주차장에서 나와 간단히 점심을 때울 요량으로 한옥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특이한 이름의 간판이 눈에 띄었다. ‘전주부빔’.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동 1층에 자리한 이 곳은 비빔밥을 뷔페처럼 골라서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취재를 위해 전주의 대표음식인 비빔밥을 먹으려고 했던 터라 멀리 갈 필요가 없어 반가웠다.

‘전주부빔’은 지난 2015년 전주음식의 세계화를 내건 한국전통문화전당의 개관에 맞춰 세상에 나왔다. 국내에선 최초로 2012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Unesco City of Gastronomy)로 지정된 전주시는 유네스코 산하 음식 창의도시와의 교류와 협업, 이를 통한 도시 브랜드 제고를 위해 이듬해 한국전통문화전당을 건립했다. 가장 먼저 건물 1층에 비빔밥 뷔페를 오픈한 이유는 음식의 고장으로서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전주한옥마을이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르면서 주변의 일부 음식점들이 비빔밥 1그릇을 1만5000원에 판매하는 바람에 관광객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빔밥 강좌에 참가한 관광객들.
그래서인지 ‘전주부빔’에선 8000원(성인기준)만 내면 20여 가지의 재료를 취향대로 골라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특히 매년 10월에 열리는 비빔밥 축제기간에는 100여 명의 관광객이 동시에 쾌적한 공간에서 축제인 ‘메인테마’인 비빔밥의 모든 것을 먹고, 만들고,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전주를 상징하는 비빔밥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음식창의도시로서의 강점이자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점심을 마치고, 변문선 전주시 전통유산과 주무관(한식팀)의 안내로 한국전통문화전당을 둘러 본다. 전주여행의 시발지이기도한 이 곳은 (韓)스타일 중심의 전통문화를 육성·지원하기 위해 한옥마을 인근 옛 도청 2청사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부지 1만9천여㎡, 연건평 1만7천여㎡)규모로 들어섰다. 열림동, 키움동, 공연동 등 3개 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건물은 방문객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 공연장, 공방, 세미나실, 전시실, 체험장으로 꾸며져 있다.

이 가운데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의 색깔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건물 3층에 자리하고 있는 한식창의센터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경쟁력 있는 음식관련자원을 집중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일종의 컨트롤 타워다. 전주를 한식산업과 음식문화의 메카로 키운다는 목표로 음식 관련 핵심기술 개발, R&D 지원, 신사업 발굴, 기업지원, 인력양성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식창의센터에서 눈길을 끄는 건 시루방(조리체험실)이다. 단순한 전주음식을 맛보는 관광이 아니라, 직접 한식을 만들어 보는 교육의 장으로, 최소 10인 이상 신청자에 한해 상시체험과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전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초·중·고등학교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주음식과 한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주시는 유네스코에 가입한 이후 창의성을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구현하기 위한 차별화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한식의 세계화가 대표적인 예다. 잘 알다시피 한식의 세계화 사업은 이명박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됐지만 예산만 낭비한 채 별 성과없이 끝났다. 하지만 전주시는 지난 2007년부터 개최해온 비빔밥 축제와 ‘전주음식 명인·명소 발굴 육성조례’ 제정 등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슬로푸드로서의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했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의 거점공간인 한국전통문화전당 전경. <사진 전주시 제공>
지난 2019년에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주관하는 ‘2019 국제슬로시티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오렌지 달팽이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1월 태국 푸켓에서 열린 ‘제2회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국제심포지엄’에 우수사례도시로 초청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변문선 주무관은 유네스코 전주음식 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운영, 시민 음식솜씨 발굴, 안심먹거리 캠페인 등 공공부분과 민간부분의 협력사례를 소개해 글로벌 창의도시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음식창의도시로서의 위상은 해외에서 더 알려져 있다. 영국의 3대 일간지인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개최를 기념한 ‘대한민국 음식기행’(A foodie tour of South Korea)이라는 기획에서 전주를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이자 비빔밥의 본고장, 한국에서 음식으로 대적할 곳이 없는 도시로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전주는 2012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도시로, ‘슬로푸드’ 요리법으로 유명하다”면서 “건조시키고, 절이고, 김치·장류를 발효시켜 정교한 질감과 맛의 세계로 인도한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성과를 거둔 데에는 전주시의 비전과 전략이 큰 힘을 발휘했다. 실제로 전주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에 한식팀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한국전통문화전당에 ‘현장시청’을 두고 있다. 전체 16명의 직원 가운데 3명이 한식팀 소속이다. 또한 유네스코 창의도시 업무를 전담하는 민간 전문가로 식품영양을 전공한 변 주무관을 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여타 지자체들의 담당자들이 1~2년 단위로 바뀌는 것과 달리 변 주무관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고 있다. 이는 UCCN의 중장기 로드맵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과 연속성을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뭐니뭐니해도 UCCN의 가장 큰 결실은 관광과의 시너지 효과다. 전주시는 올해 초 문화관광부로 부터 국제관광거점도시로 선정돼 ‘세계속의 전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속가능한 문화·관광도시를 목표로 ‘전주다운’ 한옥마을을 가꾸고 대한민국 1호 관광트램 도입, 500만 명이 머무는 관광지 등 장기적인 비전도 세웠다.

그중에서 현재 전주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젝트는 전주음식 아카이브 구축이다. 강현윤 한식팀장(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됐지만 지역의 음식문화를 기록한 고문헌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면서 “135년 전 미국인인 조지 클레이톤 포크(G. C. Foulk)가 기록한 일기장에 전라감영에서 대접받은 아침밥상을 기록한 ‘포크의 일기’가 전주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최초의 문헌”이라고 전했다. 이에 전주시는 여러 차레 전문가들의 고증과 토론을 거쳐 지난해 열린 비빔밥 축제에서 관찰사 밥상을 재현했다.

또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의 음식 DNA를 보존하기 위해 명인·명가·명소, 종부의 내림음식 등 전주를 대표하는 맛집의 레시피와 손맛을 타임캡슐에 담아 50년 뒤 후손에게 물려주는 봉인식을 갖기도 했다.

/전주=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는’ 전주·태국 푸켓 등 36개 가입

‘유네스코 창의도시’라는 명칭은 문학·음악·공예·디자인·영화·미디어아트·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동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도시에 부여된다. 현재 80개국 246개 도시(2019년 말 기준)가 가입된 UCCN(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에서 음식창의도시는 전주를 비롯해 36개 도시가 있다. 태국의 푸켓, 중국의 청두, 이탈리아의 베르가모, 스페인의 부르고스, 볼리비아의 코참밤바, 터키의 가지엔테프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