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포에버 0416”
팔각형 구조의 벽돌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메운 ‘검은 그림’(black painting) 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검정색 잉크를 풀어놓은 밤바다에 풍덩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의 평온한 모습이었다. 마치 작은 시골 성당에 앉아 경건하게 미사를 올리는 신도들 같았다. 나무로 만든 기다란 의자에 앉아 검은 그림들을 마주한 순간 나도 모르게 깊은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10여 년 전 미국 연수시절, 우연히 들른 ‘마크 로스코 채플’(Mark Rothko Chapel)에서의 추억이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이곳은 색면추상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검은 그림 14점을 8개의 벽면에 내건 예배당이다. 1971년 석유재벌 출신 자선사업가인 존 드 메닐(John and Dominique de Menil)부부에 의해 세상에 나왔지만 순전히 ‘로스코의, 로스코에 의한, 로스코를 위한’ 공간이다.
1964년 메닐 부부는 자신들의 로망인 화려한 예배당을 건립하기 위해 당시 뉴욕에서 잘나가는 마크 로스코에게 그림을 의뢰했다.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인 형태의 ‘로스코 스타일’을 제안했지만 그는 예배당의 컨셉에 맞게 그림과 대화를 나누는 성찰의 공간으로 꾸미자고 메닐 부부를 설득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예배당의 로스코 그림들은 인종과 종교를 떠나 방문객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아이콘이 됐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곳은 치유로서의 예술의 힘을 생생히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 1주기(16일)를 앞두고 문화·예술로 그날을 치유하고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비극 앞에 예술가들은 이야기로, 음악으로, 그림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남은 사람들에게 망각의 유혹에 맞서라고 주문한다.
최근 심상대·전성태 등 15명의 작가들은 추모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를 출간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문학적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18일 막이 오르는 안산문화재단 신춘음악회의 주제는 ‘리멤버 포에버’(Remember forever)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말아요’와 ‘노란 리본’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아픔을 함께했던 김창완밴드가 그때의 약속을 되새겨본다.
지역에서도 오는 24일 오후 7시 광주 메이홀에서 권현영, 나희덕, 한희원, 임의진, 이진희, 김성규씨가 출연하는 세월호 1주기 추모 시 낭송회가 열린다. 또한 최재덕, 김화순, 최병진 등 젊은 작가들이 오는 30일까지 광주 지산동 지산뜰갤러리에서 ‘아픈 세월’전(오는 30일까지)을 열고 기억해야 할 세월호 관련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예술이 추구하는 추모의 본질은 하나다. 세월호 참사가 헛되지 않도록 그날의 비극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 문화행사에 함께 한다는 건 곧 망각에 ‘저항’하는 것이리라.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1964년 메닐 부부는 자신들의 로망인 화려한 예배당을 건립하기 위해 당시 뉴욕에서 잘나가는 마크 로스코에게 그림을 의뢰했다.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인 형태의 ‘로스코 스타일’을 제안했지만 그는 예배당의 컨셉에 맞게 그림과 대화를 나누는 성찰의 공간으로 꾸미자고 메닐 부부를 설득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예배당의 로스코 그림들은 인종과 종교를 떠나 방문객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아이콘이 됐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곳은 치유로서의 예술의 힘을 생생히 보여준다.
최근 심상대·전성태 등 15명의 작가들은 추모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를 출간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문학적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18일 막이 오르는 안산문화재단 신춘음악회의 주제는 ‘리멤버 포에버’(Remember forever)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말아요’와 ‘노란 리본’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아픔을 함께했던 김창완밴드가 그때의 약속을 되새겨본다.
지역에서도 오는 24일 오후 7시 광주 메이홀에서 권현영, 나희덕, 한희원, 임의진, 이진희, 김성규씨가 출연하는 세월호 1주기 추모 시 낭송회가 열린다. 또한 최재덕, 김화순, 최병진 등 젊은 작가들이 오는 30일까지 광주 지산동 지산뜰갤러리에서 ‘아픈 세월’전(오는 30일까지)을 열고 기억해야 할 세월호 관련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예술이 추구하는 추모의 본질은 하나다. 세월호 참사가 헛되지 않도록 그날의 비극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 문화행사에 함께 한다는 건 곧 망각에 ‘저항’하는 것이리라.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