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정보 부족에…광주·전남 외국인 “정착 힘드네요”
주거 갈등 잇따라 불편·피해 호소
시민단체 분쟁 예방책 마련 나서
러시아어 임대차 체크리스트 배포
지자체 연계 지원 체계화 필요
시민단체 분쟁 예방책 마련 나서
러시아어 임대차 체크리스트 배포
지자체 연계 지원 체계화 필요
![]() 러시아어 ‘주택임대차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는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고클라라씨. |
#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안엘레나(여·46)씨는 지난 겨울 이사를 준비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건물주에게 퇴거 의사를 밝혔지만, “겨울이라 새 세입자가 들어오기 어렵다”며 계약 연장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당장 나가려면 월세 40여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고, 새로운 거주자가 구해질 때까지 보증금도 돌려줄 수 없는데다 부동산 수수료와 청소비 30만원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씨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복잡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더 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조상들의 나라인 한국으로 왔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기댈 곳이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고클라라(여·39)씨도 2년 전 이사를 준비하며 ‘눈 뜨고 코 베이듯’ 수백만원의 돈을 잃는 경험을 했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 측에 퇴거 의사를 밝혔더니, 집주인이 “통보 시점이 늦었으니 보증금에서 200여만원을 공제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당초 집주인은 “집 나가기 한달 전에만 말해 달라”고 구두 안내를 했는데, 알고 보니 계약서 한켠에 ‘3개월 전 통보’ 조항을 적어 놓았던 것이다. 고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해봤지만, 대응 방법을 찾기 어려워 결국 3달치 월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외국인들이 제도를 잘 알지 못해 계약 단계부터 퇴거 과정까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 지역에 정착하려는 외국인들이 거주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등으로 손쓸 수 없이 거금을 잃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광주YMCA에 따르면 지난해 월곡동 고려인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법률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주거 관련 어려움이 크다는 불편 사항이 다수 접수됐다.
특히 계약서 등 핵심 서류를 갖추지 못했거나 언어 장벽으로 관련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주거 분쟁을 겪은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 광주YMCA 설명이다.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집주인이 수리비·원상복구 등을 이유로 보증금 일부를 공제하려 들면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광주복지연구원이 발표한 ‘광주시 외국인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들은 주거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주거 관련 정보 부족(28.8%)’을 꼽았다. 이어 계약 내용을 한국어로만 설명하는 점(22.1%)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주거 정보를 얻는 경로는 친구 등 주변 지인을 통한 경우가 47.0%로 가장 많았으며, 인터넷(18.3%)이 뒤를 이었다. 반면 부동산 중개업자(17.8%)나 외국인지원기관(10.4%) 등 공식적인 창구를 활용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완숙 광주외국인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일부 건물주는 수십만원의 청소비를 선입금으로 요구하거나 퇴거 후 공제하려 해 ‘눈 뜨고 코 베이는 식’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물주가 계약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계약 자체를 부인하거나, 공과금을 보증금에서 임의로 떼어가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남도의 경우 외국인 증가율 전국 1위에 해당하는 등 지역 내 이주민은 늘고 있는 터라 이들의 정착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주민은 광주 4만7728명, 전남 9만5832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9%, 10.5% 증가했다.
전남의 증가율은 전국 평균(5.0%)의 2배를 넘어섰으며, 2년 연속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총인구 대비 외국인주민 비중은 광주 3.3%, 전남 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시민단체가 나서 외국인주민 주거 분쟁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광주YMCA는 지난 23일부터 한국어와 러시아어 등 2개 국어로 구성된 전자 파일(PDF) 형태의 ‘주택임대차 체크리스트’를 고려인마을 단체와 외국인 밀집 지역 등에 시범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체크리스트는 집을 구할 때부터 퇴거까지 총 5단계로 구성됐으며, 서류 점검 사항과 체류지 변경 신고 안내, 보증금 미반환 시 대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안내 등의 내용이 담겼다. 광주YMCA는 수요에 따라 제공 언어를 확대할 계획으로, 현재 영어판 체크리스트도 제작 중이다.
다만 민간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외국인 주민이 늘고 있는 현실에 맞춰 지자체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의 경우 이날 외국인 주민 지원 시책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정책 검토에 나서는 등 정주 기반 조성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지역에 정착하려는 고려인과 외국인 주민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등으로 주거 갈등을 겪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특히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보증금 관련 분쟁의 경우 이주민들에게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지자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글·사진=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25일 광주YMCA에 따르면 지난해 월곡동 고려인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법률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주거 관련 어려움이 크다는 불편 사항이 다수 접수됐다.
특히 계약서 등 핵심 서류를 갖추지 못했거나 언어 장벽으로 관련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주거 분쟁을 겪은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 광주YMCA 설명이다.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집주인이 수리비·원상복구 등을 이유로 보증금 일부를 공제하려 들면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광주복지연구원이 발표한 ‘광주시 외국인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들은 주거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주거 관련 정보 부족(28.8%)’을 꼽았다. 이어 계약 내용을 한국어로만 설명하는 점(22.1%)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주거 정보를 얻는 경로는 친구 등 주변 지인을 통한 경우가 47.0%로 가장 많았으며, 인터넷(18.3%)이 뒤를 이었다. 반면 부동산 중개업자(17.8%)나 외국인지원기관(10.4%) 등 공식적인 창구를 활용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완숙 광주외국인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일부 건물주는 수십만원의 청소비를 선입금으로 요구하거나 퇴거 후 공제하려 해 ‘눈 뜨고 코 베이는 식’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물주가 계약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계약 자체를 부인하거나, 공과금을 보증금에서 임의로 떼어가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남도의 경우 외국인 증가율 전국 1위에 해당하는 등 지역 내 이주민은 늘고 있는 터라 이들의 정착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3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주민은 광주 4만7728명, 전남 9만5832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9%, 10.5% 증가했다.
전남의 증가율은 전국 평균(5.0%)의 2배를 넘어섰으며, 2년 연속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총인구 대비 외국인주민 비중은 광주 3.3%, 전남 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시민단체가 나서 외국인주민 주거 분쟁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광주YMCA는 지난 23일부터 한국어와 러시아어 등 2개 국어로 구성된 전자 파일(PDF) 형태의 ‘주택임대차 체크리스트’를 고려인마을 단체와 외국인 밀집 지역 등에 시범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체크리스트는 집을 구할 때부터 퇴거까지 총 5단계로 구성됐으며, 서류 점검 사항과 체류지 변경 신고 안내, 보증금 미반환 시 대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안내 등의 내용이 담겼다. 광주YMCA는 수요에 따라 제공 언어를 확대할 계획으로, 현재 영어판 체크리스트도 제작 중이다.
다만 민간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외국인 주민이 늘고 있는 현실에 맞춰 지자체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의 경우 이날 외국인 주민 지원 시책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정책 검토에 나서는 등 정주 기반 조성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지역에 정착하려는 고려인과 외국인 주민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등으로 주거 갈등을 겪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특히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보증금 관련 분쟁의 경우 이주민들에게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지자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글·사진=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