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나라 미국 vs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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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나라 미국 vs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
브레이크넥-댄 왕 지음, 우진하 옮김
2026년 02월 19일(목) 19:30
책에 등장하는 중국 관련 각종 통계는 새삼 놀랍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긴 고속철도망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 2위인 스페인보다 10배는 더 길다. 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해 건설분야가 호황을 누리던 2018~2019년 중국은 44억 톤의 시멘트를 생산했고 이는 미국이 20세기 생산한 시멘트량과 맞먹는다. 미국에서 금형 전문가를 모은다해도 당장 회의실 하나를 채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에서라면 축구장 여러 곳을 채우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중국이 구축해온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 역시 전 세계 국가를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실리콘벨리의 대표적인 중국 기술·산업 분석가 댄 왕의 책 ‘브레이크넥’은 날카로운 시선, 생생한 사례를 통해 21세기 글로벌 리더십을 둘러싼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전혀 다른 작동 방식을 분석한다.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움직이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 세상을 움직이는 크고 중요한 변화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특히 실리콘벨리와 월스리트, 베이징과 선전, 시골마을 등을 발로 뛰며 생생히 포착해낸 현장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부제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는 책의 핵심에 닿아 있다. 그는 미국을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초’ 혁신을 이뤄왔으나 규제와 절차에 갇혀 물리적 역동성을 잃어버린, 핵 기밀 부품조차 만들 수 없는 빈약한 제조 역량과 노후화된 기반 시설한 남은 변호사의 나라”로 규정한다. 반면 중국은 “이공계 출신 권력자들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 결정, 바닥부터 다진 절차식 지식과 압도적 생산력으로 급부상했으나 억압과 통제의 대가를 뒤늦게 치르는 엔지니어의 나라”로 언급한다.

중국은 칭화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시진핑을 필두로 공학자와 기술자가 권력의 중심에 포진한 나라다. 도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생산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사회전반에 걸쳐 물질적 혜택을 널리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이들은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새로운 공학자’를 표방하며 국가의 결정권을 극대화하고 국민 개인의 권리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유지한다.

책은 중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모방’과 관련, 중국 제조업의 진짜 역량을 조명한다. 정부가 모든 역량을 제조업에 쏟아부은 결과 중국은 반도체와 항공기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면 서구 국가를 대부분 따라잡았다. 초고압송전선, 고속철도, 5G통신망 구축 분야는 세계를 선도하고 금형 장치, 강철 프레스, 로봇팔 같은 자동 생산설비도 앞서나간다. 중국의 ‘공학국가’의 면모는 내륙 어디든 제조업 단지를 만들었고 트럼프의 압박은 어떤 면에서는 중국의 기술 독립을 낳았다.

저자는 “경제의 역동성이 숨 막힐 듯한 정치적 억압으로 뒤바뀌기도 하는 현장” 등 숫자와 효율의 논리에 매몰된 중국의 그림자도 보여준다. ‘중국의 맨해튼’을 꿈꾸었던 금융특구 텐진의 실패,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회실험’이라고 평한 한 자녀 정책과 그에 따른 여아 살해, 플랫폼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수많은 부작용을 낳은 제로 코로나 작전, 청년과 엘리트가 중국을 떠나는 ‘룬(潤) 열풍’ 등이다.

특히 이 책은 중국이 과거 미국이 거둔 성공 사례를 착실히 따라가는 동안 자국의 장점을 점점 잃어가며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선 미국’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진짜 경쟁은 어느 쪽이 더 큰 공장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가장 국민을 생각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이다.”라고 말한다.

<웅진지식하우스·2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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