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세계, 라이문트 슐츠 지음 - 이신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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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세계, 라이문트 슐츠 지음 - 이신철 옮김
2026년 01월 09일(금) 15:20
세계사는 오랫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서술돼 왔고, 고대사 역시 그리스와 로마의 이야기로 압축돼 전해져 왔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넓히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발트해에서 중국해까지, 사하라에서 시베리아까지 이어진 길 위에서는 이미 훨씬 넓은 세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유목민은 이동하며 교역망을 열었고, 도시와 제국은 흥망을 거듭하며 서로의 경계를 흔들었다.

지구사학자 라이문트 슐츠의 ‘떠오르는 세계’는 고대를 고립된 문명사의 집합이 아니라 유라시아 전체가 맞물려 작동한 하나의 공간으로 다시 그려낸다.

책은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진시황, 그리스와 로마를 넘어 중국·인도·중앙아시아까지 시야를 넓힌다. 고대 유라시아를 가로지른 거대한 길을 따라 유목민과 도시, 제국과 상인이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추적하며 “왜 고대에 이런 결합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쟁과 정복의 서사뿐 아니라 교역과 경제, 종교와 철학의 이동까지 함께 살피며 고대를 이미 ‘세계화된 시대’로 읽어낸다.

저자는 고대를 하나의 연대기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유목민, 도시, 제국, 경제와 교역, 종교라는 다섯 가지 동력을 중심으로 사건과 지역을 교차시킨다. 카르하이 전투 같은 역사적 장면은 기마 유목민과 도시 국가, 제국 권력이 충돌하고 결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서로 제시된다. 실크로드 역시 단순한 교통로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상호작용의 결과로 제시된다.

저자는 고대가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고대 유라시아에서 형성된 연결과 긴장은 이후 세계 질서의 밑그림이 되었고, 그 흔적은 오늘날의 세계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한다. <에코리브르·3만8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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