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발견] ‘어둠’의 수용시설, 시민 문화·체험공간으로 ‘갱생’
<5> 장흥 ‘빠삐용 Zip’
장흥군, 방치된 옛 장흥교도소 2019년 터 매입
103억원 투입해 체험장 등 5년간 문화재생사업
수감복·머그샷 촬영 등 24시간 교도소 체험
호텔 프리즌, 외부 수용동 리모델링해 숙박
수용동 이었던 감옥당, TV·영화 촬영지로 각광
아카이브·교정 역사관, 교도소 역사 한눈에
장흥군, 방치된 옛 장흥교도소 2019년 터 매입
103억원 투입해 체험장 등 5년간 문화재생사업
수감복·머그샷 촬영 등 24시간 교도소 체험
호텔 프리즌, 외부 수용동 리모델링해 숙박
수용동 이었던 감옥당, TV·영화 촬영지로 각광
아카이브·교정 역사관, 교도소 역사 한눈에
![]() 장흥 빠삐용 Zip의 포토존에서 관광객이 머그샷 촬영을 체험하고 있다. |
옛 장흥교도소가 근래 영화와 드라마에서 가상의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실물 교도소라는 장점 덕분에 ‘마더’, ‘프리즌’, ‘더 글로리’, ‘슬기로운 깜빵생활’, ‘범죄도시 2’ 등 그동안 촬영됐던 드라마와 영화가 700여 편에 달한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1975년 문을 연 이후 40 여년 동안 수많은 재소자들이 거쳐간 어둠의 공간이었다. 지난 2014년 법무부가 새 교도소를 신축해 이전하면서 10년간 방치됐지만 지난해 7월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과 파일 압축 확장자‘ Zip’의 합성어이자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의미하는 ‘빠삐용 Zip’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국 유일 교도소 체험공간
광주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달리자 장흥읍 초입에 자리한 장흥교도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장흥군청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지만 삭막한 분위기가 감돈다. 재소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수용시설이다보니 오랫동안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해온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길고 높다란 담장과 굳게 담긴 철문, 날카로운 철조망을 본 순간 새삼 교도소를 방문한 실감이 난다.
교도소 입구에 도착해 육중한 철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면 ‘여행자 연방’이란 글씨가 적힌 건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옛 차고지를 새롭게 단장한 이 곳은 이름 그대로 장흥교도소와 장흥을 찾은 여행자들의 시발지 같은 공간이다.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이 곳이 당신의 안전지대가 될 것입니다.”
화이트 톤으로 마감된 벽면에 선명하게 적혀 있는 글귀가 마음에 와 박힌다. 감시와 속박의 공간이 삶의 안식처가 된다는 역설적인 발상에 감탄이 터진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로 그 밑에 꾸며진 머그샷(Mug Shot)존이다. 보통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상태에서 촬영하는 얼굴사진을 뜻하는 머그샷을 인생 네컷 콘셉트로 바꾼 공간이다. 방문객들로 하여금 입구에 비치된 수감복으로 갈아 입고 머그샷을 촬영하며 교도소 24시를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결수, 기결수, 미국주황색 수의 등 3가지 색상의 수감복을 골라서 걸친 후 자신의 죄명이 적힌 플레이트를 들고 정면과 측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여심을 사로 잡은 죄’, ‘식탐이 많은 죄’ 등 재치 만점의 죄명이 웃음을 자아낸다. 다른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접하기 힘든 흥미로운 경험이다.
◇교정전시관, 글감옥 등 재단장
간단한 입소식을 마치면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직접 교도소의 내부를 둘러 보는 시간을 갖는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호텔 프리즌과 감옥당이다. 옛 외부 수용동을 리모델링한 호텔 프리즌은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곳으로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중이다. 일명 내부 수용동으로 불리는 감옥당은 영화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교도소 씬이 촬영된 공간이다.
교도소 밖으로 나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장흥교도소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아카이브와 교정 역사관이 나온다. 옛 장흥교도소에 대한 모든 정보가 집약된 아카이브에서 눈길을 끄는 건 이 곳에 수용됐던 수감자들이 절절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불안한 미래를 꿈꾸며 진솔하게 쓴 편지는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한다. 교정역사 전시관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교정의 역사를 한자리에 모은 공간으로 교도소가 단순히 징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갱생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돕는 교정시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빠삐용 Zip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교도소 수감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테마관 ‘브리꼴레르’다. 프랑스어로 ‘손재주꾼’이라는 뜻을 지닌 브리꼴레르는 보잘 것 없는 재료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쓰는 사람을 의미하듯 종이와 칫솔 등 교도소 물품을 소재로 제작된 옷걸이, 간이 선반 등이 전시돼 있다. 또한 TV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도소 접견실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진 모습을 3개의 공간으로 그대로 재현돼 방문객들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장흥군 ‘문화유휴공간 재생사업’ 씨앗
버려진 교도소가 치유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데에는 장흥군의 담대한 도전이 있었다. 교도소가 이전하자 장흥군은 지난 2019년 32억 원을 들여 옛 교도소 터를 매입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문화관광부의 ‘폐산업시설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응모해 103억 원을 들여 5년만에 전국 최초로 문화적 갱생 공간으로 거듭났다. 감시탑과 수감동 등 옛 교도소 원형을 보존한 공간에 문화, 예술 콘텐츠를 채워 넣어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 접견 체험장, 글감옥(옛 여사동), 수용동 등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무엇보다 ‘빠삐용 Zip’ 조성 과정은 흥미롭다. 장흥군은 지난 2022년 7월 문화재생 취지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문화재생사업단을 발족시키고, 지역문화진흥원장을 지낸 김영현(58)씨를 문화재생사업단장으로 위촉했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단체 43곳, 주민배심단, 어린이의회 등으로부터 옛 장흥교도소 활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연무장(165㎡), 청사동(747㎡), 여사동, 직원식당, 위탁공장동, 교회동 등 6개 건물에 대한 원형 존치를 결정하는 등 문화예술복합공간 조성에 대한 기본계획과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몸을 단련하던 연무관은 영화 관련 서적과 영상 자료를 갖춘 ‘영화로운 책방’으로, 청사동은 빵카페 ‘감옥당’으로 꾸며졌다. 직원 식당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교정의 역사를 담은 ‘교정 역사 전시관’과 교도소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교도소 테마관’으로 환골탈태했다. 민원봉사실은 옛 교도소의 역사를 아우른 ‘장흥교도소 아카이브’로, 여성 수감자가 머물던 여사동은 숙박시설 ‘글감옥’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원하는 시간 동안 철창 안에 머물며 책을 읽을 수 있고, 하루 최대 6시간까지 글을 쓸 수 있다. 지난해까지 전체 부지 3만9469㎡에 위치한 21개 동 가운데 11개 동이 리모델링을 마쳤다.
5년 간의 공정 끝에 시범 운영을 거친 빠삐용 Zip은 지난해 7월 정식개관과 동시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에는 서울, 부산, 대구 등 타 지역에서도 방문하는 등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힘든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영현 단장은 “국내에서 교도소 체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보니 광주, 전남은 물론 타지에서도 빠삐용zip을 많이 찾는다. 방문객들의 흥미를 끄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다양해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면서 “이곳의 슬로건 처럼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사색과 해방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진현 기자 jhpark@kwangju.co.kr
![]() 단체 방문객들이 옛 장흥교도소 정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광주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달리자 장흥읍 초입에 자리한 장흥교도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장흥군청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지만 삭막한 분위기가 감돈다. 재소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수용시설이다보니 오랫동안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해온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길고 높다란 담장과 굳게 담긴 철문, 날카로운 철조망을 본 순간 새삼 교도소를 방문한 실감이 난다.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이 곳이 당신의 안전지대가 될 것입니다.”
화이트 톤으로 마감된 벽면에 선명하게 적혀 있는 글귀가 마음에 와 박힌다. 감시와 속박의 공간이 삶의 안식처가 된다는 역설적인 발상에 감탄이 터진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로 그 밑에 꾸며진 머그샷(Mug Shot)존이다. 보통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상태에서 촬영하는 얼굴사진을 뜻하는 머그샷을 인생 네컷 콘셉트로 바꾼 공간이다. 방문객들로 하여금 입구에 비치된 수감복으로 갈아 입고 머그샷을 촬영하며 교도소 24시를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결수, 기결수, 미국주황색 수의 등 3가지 색상의 수감복을 골라서 걸친 후 자신의 죄명이 적힌 플레이트를 들고 정면과 측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여심을 사로 잡은 죄’, ‘식탐이 많은 죄’ 등 재치 만점의 죄명이 웃음을 자아낸다. 다른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접하기 힘든 흥미로운 경험이다.
과거 여자 수감자들이 머물던 공간을 창작과 글쓰기를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글감옥’. |
간단한 입소식을 마치면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직접 교도소의 내부를 둘러 보는 시간을 갖는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호텔 프리즌과 감옥당이다. 옛 외부 수용동을 리모델링한 호텔 프리즌은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곳으로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중이다. 일명 내부 수용동으로 불리는 감옥당은 영화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교도소 씬이 촬영된 공간이다.
교도소 밖으로 나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장흥교도소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아카이브와 교정 역사관이 나온다. 옛 장흥교도소에 대한 모든 정보가 집약된 아카이브에서 눈길을 끄는 건 이 곳에 수용됐던 수감자들이 절절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불안한 미래를 꿈꾸며 진솔하게 쓴 편지는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한다. 교정역사 전시관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교정의 역사를 한자리에 모은 공간으로 교도소가 단순히 징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갱생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돕는 교정시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빠삐용 Zip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교도소 수감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테마관 ‘브리꼴레르’다. 프랑스어로 ‘손재주꾼’이라는 뜻을 지닌 브리꼴레르는 보잘 것 없는 재료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쓰는 사람을 의미하듯 종이와 칫솔 등 교도소 물품을 소재로 제작된 옷걸이, 간이 선반 등이 전시돼 있다. 또한 TV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도소 접견실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진 모습을 3개의 공간으로 그대로 재현돼 방문객들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 1975년 문을 연 장흥교도소는 지난 2015년 폐쇄될 때까지 40년간 재소자들을 수감했던 시설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
버려진 교도소가 치유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데에는 장흥군의 담대한 도전이 있었다. 교도소가 이전하자 장흥군은 지난 2019년 32억 원을 들여 옛 교도소 터를 매입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문화관광부의 ‘폐산업시설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응모해 103억 원을 들여 5년만에 전국 최초로 문화적 갱생 공간으로 거듭났다. 감시탑과 수감동 등 옛 교도소 원형을 보존한 공간에 문화, 예술 콘텐츠를 채워 넣어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 접견 체험장, 글감옥(옛 여사동), 수용동 등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무엇보다 ‘빠삐용 Zip’ 조성 과정은 흥미롭다. 장흥군은 지난 2022년 7월 문화재생 취지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문화재생사업단을 발족시키고, 지역문화진흥원장을 지낸 김영현(58)씨를 문화재생사업단장으로 위촉했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단체 43곳, 주민배심단, 어린이의회 등으로부터 옛 장흥교도소 활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연무장(165㎡), 청사동(747㎡), 여사동, 직원식당, 위탁공장동, 교회동 등 6개 건물에 대한 원형 존치를 결정하는 등 문화예술복합공간 조성에 대한 기본계획과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몸을 단련하던 연무관은 영화 관련 서적과 영상 자료를 갖춘 ‘영화로운 책방’으로, 청사동은 빵카페 ‘감옥당’으로 꾸며졌다. 직원 식당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교정의 역사를 담은 ‘교정 역사 전시관’과 교도소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교도소 테마관’으로 환골탈태했다. 민원봉사실은 옛 교도소의 역사를 아우른 ‘장흥교도소 아카이브’로, 여성 수감자가 머물던 여사동은 숙박시설 ‘글감옥’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원하는 시간 동안 철창 안에 머물며 책을 읽을 수 있고, 하루 최대 6시간까지 글을 쓸 수 있다. 지난해까지 전체 부지 3만9469㎡에 위치한 21개 동 가운데 11개 동이 리모델링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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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 단장은 “국내에서 교도소 체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보니 광주, 전남은 물론 타지에서도 빠삐용zip을 많이 찾는다. 방문객들의 흥미를 끄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다양해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면서 “이곳의 슬로건 처럼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사색과 해방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진현 기자 jh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