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내년 대규모 창업 인프라 구축이라는 하드웨어 완성에 발맞춰 이를 채울 소프트웨어(SW) 강화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스타트업의 데스밸리(죽음의 계곡) 극복을 위한 자금 수혈부터 기술 실증, 판로 개척까지 전방위적 지원 사격에 나서는 것이다. 핵심은 ‘1조원 펀드’ 조성을 통한 과감한 투자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고도화된 기술 지원 프로그램이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8기 공약인 ‘5000억 창업 펀드’ 조기 달성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재까지 6192억원의 펀드가 조성된 상태며, 향후 4년간 39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추가로 결성해 1조원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새로 조성되는 펀드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정밀하게 설계됐다.

창업 3년 이내의 초기 기업을 위한 ‘초기창업펀드’ 500억원과 성장기 진입 기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스케일업펀드’ 3400억원으로 구분해 운영된다.

이는 자금력이 부족한 초기 기업부터 도약을 준비하는 성장 기업까지 자금 지원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시는 재정 260억원을 마중물로 출자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기존 투자금 회수액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시 예산 부담을 줄이면서도 펀드 규모는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든든한 ‘실탄’ 지원과 함께 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릴 특화 프로그램도 본격 가동된다. 내년 문을 열 ‘창업기업성장지원센터’와 ‘스타트업 복합허브센터’가 그 무대다.

먼저 본촌산단에 들어설 창업기업성장지원센터는 ‘제조업의 AI 전환(AX)’을 주도한다. 시는 이곳에 ‘스마트팩토리 혁신 제조AI센터’를 구축하는 정부 공모사업에 응모해 창업기업의 제조 공정 최적화를 돕는다.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AI 솔루션 실증을 통해 제조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지역의 기술력 있는 선배 기업(마스터기업)과 창업기업을 1대1로 연결해 현장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시제품 제작부터 양산까지 돕는 ‘제조 마스터기업 매칭 지원’ 사업도 펼친다.

이는 제조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역 스타트업 복합허브센터에서는 지역 대표 산업인 가전 분야의 실증 지원이 이뤄진다.

최근 가전 트렌드인 사물인터넷(IoT)과 AI 융합에 맞춰 ‘스마트가전 특화 오픈랩’을 구축한다. 이곳에는 스마트홈 가전이나 펫케어 제품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장비가 들어서며, 기업들은 실증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제품을 써보고 피드백을 주는 시민 참여형 실증도 연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는 KDB산업은행의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인 ‘KDB 넥스트원’의 광주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도권과 부산에만 있는 이 프로그램을 유치해 지역 스타트업들이 산업은행의 금융·비금융 지원을 받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복합허브센터 내에 전용 보육 공간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유치전에 나섰다.

홍나순 광주시 창업진흥과장은 “창업 성공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과 기술, 실증 기회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조원 펀드와 센터별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