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공공 공사 현장에서…또 어이없는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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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공공 공사 현장에서…또 어이없는 참사
화정동 아파트 사고 이어 부실한 안전관리…6월에도 1명 추락사
모든 매몰 작업자 하청업체 소속 하도급 절차 제대로 들여다 봐야
2025년 12월 11일(목) 20:30
11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119 구조대원들이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와 철골 구조물이 엉켜있는 사고 지점 하부에서 수색 및 구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대표도서관 신축공사장 붕괴 사고도 학동 참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등과 같이 인재(人災)로 인한 사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같은 현장에서 보양 작업을 하던 현장 소장이 추락해 숨졌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장 안전 관리 문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감리가 제 역할을 했는지도 관심사다.

11일 사고 현장을 지켜본 건축 전문가들은 현장 철골 접합부가 매끈하게 끊어져(취성파괴) 있다는 점을 들어 2층 지붕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물이 끊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공 순서’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공사 현장은 교량 형태의 긴 구조물 사이에 데크 플레이트를 놓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으로 시공됐는데, 이 때는 하중을 고려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타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가장 하중을 많이 받는 가운데 지점을 먼저 타설해 구조적 응력 집중을 방지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시공 편의상 작업자들이 한쪽 방향에서 반대편으로 타설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사고 현장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 과정의 문제가 붕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공사(구일종합건설)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 직전, 현장에서는 ‘데크 플레이트’를 이용한 무지보 공법(지지대 없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공법)으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공법은 지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공법으로, 재래식 거푸집과 달리 거푸집이 스스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식이다.

앞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당시에도 문제로 지목됐던 공법이다.

지난 4월 데크플레이트 공법 변경과 사고와의 연관성도 주목되고 있다.

광주시 종합건설본부는 당시 1~2층 및 옥상층 바닥 데크 플레이트를 ‘INFINI DECK 1.2T’로 설계했으나, 해당 규격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S-DECK 0.8T’로 변경했다. 구조 성능도 비슷하고, 공사비도 4000여만원 아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광주시는 지난달 데크플레이트에 부을 콘크리트 양을 기존 632㎥에서 853.33㎥로 34.9% 늘리기도 했다. 설계변경을 거쳐 당초 설계보다 더 많은 콘크리트를 쓰게 됐다는 점에서 사고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고에서 매몰됐던 작업자들은 모두 시공사 구일종합건설 소속이 아니라 하청업체 소속인 것으로 확인돼 정상적 법적 절차에 따라 하도급이 이뤄졌는 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공기를 맞춰야 한다며 광주시로부터 압박이 심하게 들어왔다”는 말도 돌고 있다는 점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전문가가 없고, 힘든 직종이라 외국인들이 많고 한국인도 60~70대로 고령화돼서 시공이 디테일하게 되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순서와 방법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계획서를 지키지 않은 점은 없는지, 점검이 부실하지 않았는지 등 공사 전반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민경 기자 minky@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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