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영호남 선율에 하나 되다
‘영·호남 사랑의 교류 연주회’ 25일 빛고을시민문화관 소극장
광주 장애 청소년 ‘유니크’·구미 비장애 청소년 ‘인첼라’ 협연
광주 장애 청소년 ‘유니크’·구미 비장애 청소년 ‘인첼라’ 협연
![]() 빛고을시민문화관 아트스페이스 소극장에서 오는 25일 ‘영·호남 사랑의 교류 연주회’가 열린다. 왼쪽부터 유니크앙상블의 고영주, 이루민, 윤준서, 김진규 군이 연습을 하는 모습. |
피아노 음이 잔잔히 흐르자, 4명의 첼리스트가 동시에 활을 들어 올린다.
연습곡은 이권희의 ‘사명’. 멜로디가 시작되자 단원들의 어깨가 리듬에 맞춰 가볍게 들썩인다. 시선을 맞추지 않아도, 호흡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다.
오는 25일 오후 4시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아트스페이스 소극장에서는 광주 장애 청소년 앙상블 ‘유니크(UNIQUE)’와 경북 구미의 청소년 현악단 ‘인첼라(INCELLA)’가 함께하는 ‘영·호남 사랑의 교류 연주회’가 열린다.
서로 다른 지역, 다른 조건의 청소년들이 ‘음악’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장애와 비장애, 영남과 호남의 경계를 허무는 무대다.
기자는 지난 22일 광주 북구 풍향동 광주뮤직아카데미음악교습소에서 열린 유니크앙상블의 연습 현장을 찾았다. 윤준서(19), 이루민(17), 김진규(21), 고영주(20) 등 네 명의 첼리스트가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공연을 사흘 앞둔 날이었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보다 설렘이 가득했다. 첼로를 향한 집중된 눈빛 속으로 음악을 대하는 진지함이 번졌다.
연습이 끝나갈 무렵, 준서 군이 활을 고쳐 쥐었다. “긴장되거나 떨리거나 이러진 않아요. 무대에서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첼로를 시작해 어느덧 6년째다. “열심히 연습해서 공연하는 게 제일 좋아요.”
루민 군 역시 “첼로를 연주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요. 관객들이 행복하고 편안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유니크앙상블은 발달장애 청소년 첼리스트 10여 명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이다. 지난 2021년 전국장애학생음악콩쿠르 본선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던 ‘위드챔버앙상블’을 이끌었던 문맹권 대표를 중심으로 지난해 새롭게 결성됐다. 지적장애, 자폐, 뇌병변 등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모여 ‘합주’라는 공동의 언어를 배우고 있다.
문 대표는 “10여 년간 장애 학생들을 하나둘 가르치면서, 처음엔 활을 쥐는 법이나 지판을 잡는 법조차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박자를 세고 화음을 만들어낸다”며 “음악을 할 때는 집중도가 높고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부모들이 겪는 사회적 시선과 어려움도 함께 느꼈다”며 “아이들이 무대에 서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제 인생의 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에 함께하는 인첼라앙상블은 경북 구미 지역의 청소년 현악단이다. 인첼라를 이끄는 이선영 대표가 과거 유니크앙상블의 공연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문 대표에게 협연을 제안하면서 이번 교류가 추진됐다.
공연의 프로그램에는 ‘애국가’, ‘환희의 송가’,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메이징 그레이스’ 같은 친숙한 곡들과 함께 바흐·드보르자크·브레발 등 클래식 레퍼토리가 나란히 오른다.
각 단원이 자신만의 독주 무대도 선보인다. 루민 군은 ‘생상스 첼로 협주곡’을, 준서·진규군은 바흐 ‘첼로 모음곡’의 일부를 각각 연주한다. 문 대표는 “잘하고 못하고보다 자기 소리를 끝까지 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그게 곧 아이들에게는 자립의 연습”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는 일반적인 연주회에서는 보기 드문 특별한 순서도 준비됐다. 바로 광주세광학교 1학년 김가은 양의 댄스 타임. 가은 양은 무대 위에서 걸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에 맞춰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평소에는 수줍은 가은 양이지만 춤을 출 때만큼은 누구보다 당당하다.
가은 양은 꾸준히 첼로를 배워왔으나, 성장하면서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최근에는 K-POP과 아이돌 문화에 깊은 흥미를 보이며 방송댄스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무대를 유연하게 구성한 것이다.
문 대표는 “눈을 맞추는 것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첼로 활을 잡는 순간 각자의 화음을 만들어낸다”며 “이 무대는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편견”이라며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장애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연습곡은 이권희의 ‘사명’. 멜로디가 시작되자 단원들의 어깨가 리듬에 맞춰 가볍게 들썩인다. 시선을 맞추지 않아도, 호흡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다.
오는 25일 오후 4시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아트스페이스 소극장에서는 광주 장애 청소년 앙상블 ‘유니크(UNIQUE)’와 경북 구미의 청소년 현악단 ‘인첼라(INCELLA)’가 함께하는 ‘영·호남 사랑의 교류 연주회’가 열린다.
유니크앙상블이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유니크앙상블 제공> |
공연을 사흘 앞둔 날이었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보다 설렘이 가득했다. 첼로를 향한 집중된 눈빛 속으로 음악을 대하는 진지함이 번졌다.
루민 군 역시 “첼로를 연주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요. 관객들이 행복하고 편안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 공연을 앞두고 유니크앙상블 문맹권 대표(왼쪽)와 김가은 양이 첼로 레슨하는 모습. |
문 대표는 “10여 년간 장애 학생들을 하나둘 가르치면서, 처음엔 활을 쥐는 법이나 지판을 잡는 법조차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박자를 세고 화음을 만들어낸다”며 “음악을 할 때는 집중도가 높고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부모들이 겪는 사회적 시선과 어려움도 함께 느꼈다”며 “아이들이 무대에 서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제 인생의 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에 함께하는 인첼라앙상블은 경북 구미 지역의 청소년 현악단이다. 인첼라를 이끄는 이선영 대표가 과거 유니크앙상블의 공연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문 대표에게 협연을 제안하면서 이번 교류가 추진됐다.
공연의 프로그램에는 ‘애국가’, ‘환희의 송가’,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메이징 그레이스’ 같은 친숙한 곡들과 함께 바흐·드보르자크·브레발 등 클래식 레퍼토리가 나란히 오른다.
각 단원이 자신만의 독주 무대도 선보인다. 루민 군은 ‘생상스 첼로 협주곡’을, 준서·진규군은 바흐 ‘첼로 모음곡’의 일부를 각각 연주한다. 문 대표는 “잘하고 못하고보다 자기 소리를 끝까지 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그게 곧 아이들에게는 자립의 연습”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는 일반적인 연주회에서는 보기 드문 특별한 순서도 준비됐다. 바로 광주세광학교 1학년 김가은 양의 댄스 타임. 가은 양은 무대 위에서 걸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에 맞춰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평소에는 수줍은 가은 양이지만 춤을 출 때만큼은 누구보다 당당하다.
가은 양은 꾸준히 첼로를 배워왔으나, 성장하면서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최근에는 K-POP과 아이돌 문화에 깊은 흥미를 보이며 방송댄스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무대를 유연하게 구성한 것이다.
문 대표는 “눈을 맞추는 것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첼로 활을 잡는 순간 각자의 화음을 만들어낸다”며 “이 무대는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편견”이라며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장애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